찻집마실, ‘커피 문희’
서울 성산동에 새롭게 문을 연 조그마한 찻집 ‘커피 문희’를 다녀왔다.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는 길에 갑작스레 몸살과 배앓이를 하면서, 그만 이곳 ‘커피 문희’에 있는 여러 가지를 즐기지도 못하고, 사진도 거의 못 찍었다. 찻집 안쪽 모습이나 바깥쪽 모습을 찬찬히 찍어, 함께 서울마실을 못한 곁님과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으나, 몸이 너무 아프니 차마 사진기를 손에 쥘 수 없었다. 웬만큼 아파도 사진기는 손에 쥐고 연필도 손에 드는데, 사진기도 연필도 건드리지 못할 만큼 아픈 몸이란 어떠한가를 새삼스레 느꼈다.
서울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모여서 살아가는 터라, 예쁜 찻집이나 책집이 곳곳에서 새롭게 문을 연다. 그만큼 쉼터와 놀이터가 없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빈터는 아예 없다시피 할 뿐 아니라, 빈터라 할 만한 데는 몽땅 자동차가 들어선다. 서울 아이들은 놀이터가 없다. 공공 놀이터도 없고, ‘빈터 놀이터’조차 없다. 어릴 적에 빈터에서 놀며 자란 어른이 서울에서 살아가면서 ‘놀 만한 물가’가 될 조그마한 찻집이나 책집을 씩씩하게 여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시골에도 이런 쉼터와 놀이터가 하나둘 태어난다면 참 좋겠다. 도시로만 갈 생각을 말고,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즐겁고 씩씩하게 시골 쉼터와 놀이터를 꾸밀 수 있기를 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어른들도 굳이 도시에서만 무언가 하려 하지 말고, 시골에서도 아름답고 착하게 쉼터와 놀이터를 꾸미는 꿈을 꾼다면 반가우리라.
다음에는 튼튼한 몸으로 찾아가서 제대로 ‘커피 문희’를 누리고 싶다. 4347.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