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이야기하는 신문글은 없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언제부터 새로 나온 책을 알리는 몫을 맡았는지 모르겠는데, 신문에 나오는 책과 얽힌 글 가운데 ‘어린이책’을 제때에 알맞게 다루거나 꾸준하게 이야기하는 글은 거의 없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신문사에서 ‘어린이책’을 알뜰살뜰 잘 살펴 글로 다루는 이들을 부르거나 모셔서 이야기를 실어 주지도 않는다. 이는 ‘그림책’과 ‘사진책’과 ‘만화책’과 ‘환경책’ 갈래에서도 똑같다. 신문사마다 사진부가 있고 사진기자가 있으나, 사진기자는 신문글에 걸맞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에 바쁠 뿐, 막상 새로 나오는 사진책 이야기라든지 사진잔치 이야기를 손수 써서 알리지 못한다. 요즈음에 많이 나오는 ‘청소년책’도 신문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가만히 보면, 신문에서 다루는 책 이야기는 ‘어른들 읽는 책’ 몇 가지에 갇힌다. 어른들 읽는 책 가운데에서도 문학책과 인문책 두 갈래 아니면 못 다루기 일쑤이다. 학문을 깊이 파헤치는 책을 신문글에서 제대로 다룬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가만히 보면, 신문이라는 매체에서 다루는 책은 아주 좁다. 좁은데다가 출판사 보도자료에 기대는 터라, 새로운 글이 태어나지 않는다. 책빛을 헤아리는 글빛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신문에 나오는 책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새로 나오는 책을 살핀다. 정작 신문에서 다루는 책은 몇 갈래 안 되며 몇 가지조차 안 되는데, 더구나 신문에서 책을 다루는 글을 쓰더라도 보도자료를 간추린 몇 줄밖에 안 되는데, 이러한 글 꽁무니를 좇는 모양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문에서 다루지 않는 아름다운 책이 얼마나 많은가. 신문기자 스스로 생각과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안 다루는 사랑스러운 책이 얼마나 많은가.


  신문기자가 만나는 시인이나 소설가는 있어도, 또 신문기자가 가끔 만나는 학자나 교수는 있어도, 신문기자가 만나는 여느 수수한 만화가는 없다. 신문기자가 만나는 애틋하며 살가운 ‘책 즐김이(독자)’는 있을까?


  만화책을 읽을 줄 모르고 만화책 이야기를 쓸 줄 모르니, 만화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면서 삶빛을 신문글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더 생각해 보면, 신문기자는 그림책 작가나 사진작가도 거의 안 만나거나 못 만난다. 그림책이나 사진책을 신문기자 스스로 사서 읽은 적이 있어야 이런 작가들을 만나지 않겠는가? 노벨상을 타는 작가를 만나서 신문에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노다메 칸타빌레》라든지 《피아노의 숲》이라든지 《유리가면》이라든지 《이누야사》 같은 작품을 그린 만화가를 찾아 일본으로 취재를 갈 만한 신문기자가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 님 같은 사람한테 누리편지를 보내 서면취재는 하겠지만, 데즈카 오사무 님이 살았을 적에 이분한테서 ‘(만화)책을 빚는 넋’을 귀담아 들으며 글빛을 밝히려 한 기자는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모르겠다. 아마 《아톰》도 《블랙잭》도 《불새》도 제대로 읽은 기자는 없을 테니까, 이런 취재를 생각했을 기자도 없으리라 본다.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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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0-26 15:32   좋아요 0 | URL
"신문에서 다루지 않는 아름다운 책이 얼마나 많은가."
이에 공감합니다. 저는 두 가지의 일간지를 보는데 둘 다 균형적이지 못한 것 같더군요.
제가 보기에 대중들이 잘 사 볼만한 책만 싣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책들만 잘 팔리게 홍보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출판사의 홍보 효과 같은 게 느껴진답니다.
어린이 책을 안내하는 지면은 어른들 책 지면에 비해 좁은 게 사실이에요.
만화책도 마찬가지고요.
독자들을 위한 신문인지, 신문사나 출판사를 위한 신문인지 모르겠어요.
독자들이 숨겨져 있는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좀 더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을 저도 갖고 있습니다. ^^

숲노래 2013-10-27 06:52   좋아요 0 | URL
대중들 가운데에서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웬만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 중심으로 매체에 소개되는구나 싶어요.

생각해 보면, 출판사에서 책을 내놓을 적에도 도시에서 어느 만큼 지식 있는 독자층한테 팔려는 목적이 크기도 해요.

그리고, 더 나아가면, 작가라는 자리에 있는 분들 또한 글을 쓰는 눈길이 웃쪽 계급에 있지, 아래쪽 여느 사람이나 힘없는 사람 눈길이 못 되기 때문에, 책 흐름과 출판 흐름과 매체 흐름이 모두 똑같이 흐르는구나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