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받아들인 도서관 취재 (도서관일기 2013.10.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2007년 4월부터 문을 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이다. 2013년은 어느새 일곱 해째인데, 이제껏 대견스레 잘 살아왔구나 싶다. 그동안 여러 신문·방송에서 도서관으로 취재를 하러 오겠다 했고, 인천에서 몇 차례 신문취재만 받아들인 뒤, 더는 ‘기자 손님’을 받지 않았다. 책을 살피며 읽는 넋이 아닌 구경하는 눈길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책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마다 어떤 넋 서렸는가 헤아릴 적에 비로소 책읽기가 된다고 느낀다. 줄거리 훑는대서 책읽기는 아니다. 줄거리에 깃든 삶과 꿈과 넋을 마음으로 받아안으면서 내 하루를 새로 보듬는 기운 북돋우며, 시나브로 책읽기 되리라. 이번 방송취재 받아들이며 ‘굳이 시골 깊은 곳’, 게다가 ‘전라남도 고흥’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긴 까닭을 이야기했다. 책은 책이면서 나무이고, 사람들 삶이다. 이런 책이 있는 시골마을 도서관까지 오려면 품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 그러나, 도시에서 시골로 오는 동안 푸른 숲과 들을 본다. 시골자락 멧봉우리와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며 바다이며 냇물을 만난다. 자동차 창문을 열고 싱그러운 바람 쐬며 ‘사람이 살아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차분히 되새길 수 있다. 우리 도서관으로 와서 온갖 책 골고루 만지면서 읽어도 반갑다. 그리고, 고흥 시골로 오가면서 숲바람·들바람·바닷바람 쐬며 마음과 몸에 푸른 숨결 담을 수 있어도 반갑다. 종이책만 책이 아니고, 전자책만 책이 아니다. 숲책이 있고, 들책이 있다. 풀책, 나무책, 꽃책과 하늘책, 냇물책, 흙책과 빗물책 또한 책이다. 밥책과 빨래책이 있으며, 걸레책과 설거지책이 있다. 우리 삶은 모두 책이다. 삶책이다. 이를 오롯이 느끼며 책읽기가 이루어진다. 인문지식·사회지식·정치지식·과학지식으로는 삶을 일구지 못하고, 삶을 돌보지 못한다. 아이들은 육아지식 아닌 사랑으로 보살필 뿐이다. 삶은 사랑으로 가꾸며, 책은 사랑으로 읽는다. 나무그늘에 서 보라. 나무내음 맡으며 나무노래를 들어라. 나무 한 그루에 감도는 햇살·빗물·바람·흙을 읽으면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읽어 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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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과에서 벗어나 저 멀리 언덕이나 늪을 행해 들판을 가로지르곤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결코 그치지 않고 책들을 공부해서 알게 되었을 것보다 그 책들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다. 내가 보거나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는 교실에 내 자신이 와 있음을 알았다"고 소로가 말한 바로 그 '책들과 교실들'이 '자연'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보람되고 즐거운 일일지요.

숲노래 2013-10-12 14:58   좋아요 0 | URL
하버드대학교 다니며 너무 괴로운 나머지
도무지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숲으로 들어가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고요.

이런 마음을 오늘날 인문학자는 얼마나 헤아릴까 궁금해요.
아마... 다들 거의 모르는 채 도시에, 서울에 몰려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에 사로잡힌 채 논쟁만 쏟아낼 테지요...

appletreeje 2013-10-1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둘의 책장에 꽂힌 책들이 무척 눈이 갑니다~
종이학을 탄 꼬마 책과 온천(?)물 속에 들어가있는 꼬마 그림책도
무척 귀여워요! 어떤 재미난 이야기일지 궁금합니다~

숲노래 2013-10-13 09:01   좋아요 0 | URL
온천물 꼬마 그림책은
한국말로 번역되었어요.
아... 이름이 뭐였더라.... @.@
에구구....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