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두 장 가운데
사진을 찍는 사람마다 ‘내가 이렇게 놀라운 사진을 찍을 줄이야’ 하며 놀랄 때가 있으리라 본다. 이때에, ‘놀라운 사진’을 꼭 한 장만 찍었으면, 이 한 장만 고르면서 흐뭇하리라. 그런데, ‘놀라운 사진’이 잇달아 두 장 나온다면? 이때에는 두 장을 다 써야 할 테지. 그러나, 꼭 한 장만 써야 할 수 있다. 한 장을 고르고 한 장을 내려놓아야 할 자리가 있다.
망설일밖에 없다. 어떻게 한 장을 내려놓지? 어떻게 한 장만 고르지?
아이들과 살아오며 날마다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아이들 예전 모습을 죽 돌아보다가 2011년 5월 11일 낮에 찍은 사진을 살피다가 빙그레 웃는다. 그래, 이무렵에도 사진 두 장을 놓고 오래도록 망설였다. 두 사진은 살짝 다른 자리에서 찍었다. 하나는 마주보며 찍고, 하나는 옆으로 몸을 옮겨 찍었다. 아이는 벌거벗은 몸에 꽃마리 한 송이 꺾어 품에 안는다. 이무렵 네 살이던 큰아이인데, 큰아이는 날이 더워 옷 입기를 싫어했다. 옷을 벗고 마당에서 놀다가 조그마한 꽃송이 보고는 예쁘다며 꺾어서 놀았다. 아버지를 알아보고는 “자, 아버지 줄게요.” 하면서 꽃송이를 내민다. “괜찮아, 그냥 너 가져.” 하니, “그래요? 고마워요.” 하며 작은 꽃을 제 가슴에 꼭 안는다. 이 모습을 놓칠 수 없어 얼른 사진기를 들고 한 장 찍고, 옆으로 몸을 돌려 다시 한 장 찍었다. 그러니, 아이는 뾰로롱 뒤로 돌아 다시 풀밭으로 가서 논다.
이태가 흐른 오늘 두 사진을 돌아보니, 두 사진 모두 초점이 얼굴 아닌 꽃송이에 맞았다. 서둘러 찍으려 하다가 얼굴에 초점을 못 맞추었다. 사진 하나는 아이가 움직이는 결 때문에 초점이 얼굴에 안 맞았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다른 사진 하나는 아이가 움직이는 결이 드러나지 않아 초점이 꽃송이에 맞는 티가 또렷하게 난다. 사진 하나는 아이가 입을 살짝 벌리고 웃는데, 다른 사진 하나는 웃음이 그치고 입을 살짝 다문다.
나는 이 사진 둘 가운데 여태껏 입을 살짝 벌리고 웃는 사진만 썼다. 다음 사진은 한 번도 안 썼고,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었다. 오늘 두 사진을 새삼스레 들여다보니, 첫째 사진뿐 아니라 둘째 사진도 참 좋은데, 둘째 사진에서 곱게 드러나는 빛을 제대로 못 읽은 탓에 이 사진을 못 썼구나 싶다. 아니, 첫째 사진하고 한 흐름이니 못 썼다고도 할 테지만, 두 사진을 함께 쓰면 훨씬 빛났으리라 느낀다. 두 장 가운데 한 장을 고를 수 없다면? 그래, 이때에는 씩씩하게 두 장을 다 쓰면 된다. 두 장을 다 쓰자. 사진 두 장은 사진 한 장으로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4346.10.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