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허리로 쓰는 글
아이들이 새근새근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아이들 숨소리를 곁에서 느끼며 글을 쓴다. 오늘은 밤 한 시 오십 분에 작은아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 글을 쓰려 하는데, 등허리가 몹시 결려 더 드러눕기로 한다. 두 시 반에 큰아이가 쉬 마렵다면서 깨어나기에 쉬를 누이고 셈틀 앞에 앉으려 하다가 아무래도 등허리가 펴지지 않아 더 드러눕기로 한다. 새벽 네 시에 문득 보름달 둥근 빛 환하게 드리워서, 이제는 참말 일어나자 하고 생각하지만 등허리 결린 뻑적지근함이 몹시 센 탓에 더 드러눕는다. 새벽 여섯 시 십 분, 등허리 결린 느낌이 많이 가신다. 비로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셈틀을 켠다. 아픈 몸으로 싯말을 곰삭혀 한 줄 두 줄 아름답게 일군 서정슬 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녁은 얼마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얼마나 사랑을 따스히 품어, 아픈 몸을 일으켜 노래하듯 글줄 엮을 수 있었을까.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