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7.8.
 : 바다를 보고 싶어

 


- 사름벼리가 바다를 보고 싶다 노래한다. 이렇게 무더운 날 바다를 가야 할까 싶으나, 곧 휴가철 되어 사람들이 바닷가로 잔뜩 놀러오면 우리 식구 느긋하게 쉴 자리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 오늘 바다에 가자. 마을빨래터나 마당고무통은 언제나 누릴 수 있는 물놀이인 만큼, 자전거 타고 바다 보러 가자.

 

- 발포 바닷가로 갈까 하다가 자전거를 돌린다. 다른 바닷가에도 가 보고 싶다. 익금 바닷가도 퍽 좋았다 싶은데, 그곳은 지나가며 보았으니, 오늘은 아직 안 가 본 바닷가로 갈까 싶다. 도화면 가화리 바닷가 쪽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 면소재지 빵집에 들러 빵 몇 점 산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일찌감치 잠든다. 샛자전거에 탄 큰아이는 작은 빵조각 반쯤 뜯어먹다가 아버지한테 내민다. 더 못 먹겠다고 한다.

 

- 날이 워낙 덥기에 달리는 틈틈이 쉬며 큰아이한테 물을 준다. 구름이 빠르게 흐르면서 길에 구름그림자 남긴다. 참 예쁜 빛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구름이 그림자 드리울 때에는 참으로 시원하고, 구름이 걷혀 햇볕이 내리쬐면 무덥다.

 

- 도화면소재지 벗어날 즈음 길가에 무궁화나무 있다. 누가 따로 심었겠지. 지등마을과 이목동마을 지나 황촌마을 어귀부터 바다가 보인다. 저쪽 바닷가로는 아직 간 적이 없다. 포구만 있을는지 모래밭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자전거를 돌려 대통마을로 접어든다. 조그마한 동산을 빼고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온통 들판인 길을 땀을 쪽 빼며 달린다. 바닷가까지 온다. 생각했던 대로 황촌·대통마을 바닷가는 포구일 뿐, 아이들이 몸을 담그며 놀 만한 바닷가는 아니다. 이 아이들이 더 나이를 먹어 헤엄을 잘 칠 만하면, 이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며 신나게 놀 테지. 아이들아 씩씩하게 자라며 헤엄을 잘 배우렴.

 

- 마을회관이지 싶은 곳에 느티나무 한 그루 우람하게 섰다. 저렇게 우람하게 나무 한 그루 서니 그늘 아주 시원할 테지. 들판에서 나락도 알뜰히 거두어야 할 테지만, 들판 곳곳에 이렇게 나무 몇 그루 자라도록 하면, 일하면서도 한결 느긋하게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황촌마을에서 벗어나 여의천마을로 간다. 여의천마을 바닷가는 어떠할까. 여의천마을도 황촌마을처럼 포구이지, 모래밭이 아니다. 그런데, 여의천마을 바닷가에는 아이들이 쉴 만한 평상이 있네. 누구라도 와서 쉴 평상이 여럿 있다. 화장실도 따로 마련해 두었다. 꽤 좋다고 느끼면서 이곳에서 쉬기로 한다. 마침 작은아이도 깬다. 큰아이는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서운하게 생각한다. 다음에는 물에 들어갈 만한 바다로 갈게, 미안하구나. 오늘은 이 나무그늘 평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며 놀자.

 

- 평상이 있고 화장실도 있지만, 바닷가를 빙 둘러 시멘트 퍼붓는 공사를 한다. 황촌마을 바닷가에서도 이런 공사를 보았다. 왜 바닷가를 빙 둘러 시멘트벽 세우려 할까. 충청도 태안 바닷가에서는 이런 시멘트벽 때문에 오히려 모래가 바다로 휩쓸리고 말아 시멘트벽 다시 없애려고 돈을 들이는데, 전라도 고흥에서는 거꾸로 간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남은 사랑스러운 바닷가에 시멘트를 그예 들이붓는다. 이런 막공사와 막개발을 발전이라고 여길까? 이렇게 해서 자가용으로 ‘드라이브’ 하기 수월하도록 하면 ‘관광상품’이 된다고 여기는가? 제주섬에서도 바닷가를 빙 둘러 찻길을 닦는 바람에 바닷가 모래밭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며 사라진다. 제주섬 해수욕장에서는 모래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비수기에는 모래밭을 꽁꽁 덮어둔다. 성수기를 앞두고는 다른 데에서 모래를 퍼서 나르기 바쁘다. 고흥군 관계자와 공무원은 이런 대목을 알기나 하는지, 살피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 바닷물에는 못 들어간 채 바다마실을 마친다. 그래도 다음에는 가화리 원도동마을과 화옥마을에도 가려 한다. 그곳도 포구일 뿐 모래밭이 없다 하더라도, 크레파스와 종이를 챙겨, 바닷가에서 그림 그리며 놀 수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로 씩씩하게 달리려 한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도화면소재지에 다시 들러서 ‘카페 유자나무’에 들른다. 이곳에서 팥빙수를 시켜서 아이들 먹인다. 시원하게 팥빙수 먹은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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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9 00:09   좋아요 0 | URL
'카페 유자나무' 이름이 참 좋습니다. 벼리와 보라가 먹은 팥빙수도 참 맛나게 보이네요.^^
문득, '카페 사과나무'가 머릿속에 슬그머니 떠올라...ㅎㅎㅎ
보라가 오늘은 누나의 예쁜 원피스를 입었군요~

숲노래 2013-07-29 08:38   좋아요 0 | URL
아주 조그맣고 예쁜 시골 찻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