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꽃 책읽기
달개비를 언제부터 알았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여름날 조그맣게 맺힌 꽃이 풀밭에 파랗게 아롱지면 으레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웬 꽃이 이리도 작나 하면서 한참 들여다보곤 했다. 어릴 적부터 들에 피는 꽃을 보며 꼭 한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거의 모든 들꽃은 크기가 참 작다 싶었다. 사람들이 곁에 따로 씨앗 받아 심는 꽃들은, 이른바 한자말로 ‘화초’라 일컫는 꽃은 크기가 참 크다 싶었다. 꽃송이만 너무 큰 꽃을 보면 저 꽃들이 비바람에 어찌 견디노 싶었다. 들꽃은 들에서 살아갈 만한 가장 알맞춤한 크기로 피고 지는구나 하고 느꼈다. 들꽃도 비바람에 지곤 하지만, 드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안 지기 마련이다.
달개비라는 이름을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을까.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쳐 주었을까. 아마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머니하고 저자마실을 하다가 풀밭에 아롱진 파란빛 보면서 “어머니, 저기 무슨 꽃이에요?” 하고 여쭈었겠지. 어머니는 “달개비.” 하고 짧게 한 마디만 하셨겠지. 표준말로는 ‘닭의장풀’이라 한다는데, 어릴 적부터 익히 보고 들은 대로 ‘달개비’라는 이름이 늘 마음속에 있다.
달개비는 우리 집 풀밭이나 마을 들판에서 아주 쉽게 본다. 큰 렌즈 있으면 커다랗게 찍을 수도 있겠지만, 큰 렌즈 없이 작은 꽃을 그예 작게 바라보며 사진으로 담아도 좋다. 작으니까 작게 담을 뿐이다. 그리고, 작은 꽃인 만큼 더 가까이 다가가서 쪼그려앉는다. 작은 꽃이기에 작게 나온 사진을 더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러고 보면, 작은 사람들이 서로 어깨동무하는 까닭을 알 만하다. 작은 사람은 서로서로 작으니 더 가까이 다가선다. 작은 살림 가난한 주머니를 더 가까이에서 살갑게 느낀다. 사랑과 평화와 민주 모두 작은 자리에서 태어나는구나 싶다. 작은 자리에 가까이 다가설 때에 모든 사랑이 깨어난다. 작은 사람 되어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을 때에 평화가 자란다. 달개비꽃처럼 피고 지면서 민주가 이루어진다. 달개비꽃 같은 마음을 품으면서 지구별에 따스한 바람이 분다. 4346.7.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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