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일기》와 사진엽서와
그림쟁이 밀레 님 그림을 방에 붙여놓고 늘 들여다보며 살던 이오덕 님이다. 벽에 붙여놓는 그림이란 늘 그 사람 마음이 되리라 느낀다. 벽에 그림 하나 붙이기 힘들 만큼 어수선하거나 어지럽다면, 그 방이나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 마음도 어수선하거나 어지럽겠지.
이오덕 님이 남긴 일기가 도톰한 책 다섯 권으로 태어났다. 이 책꾸러미를 받아서 열어 보니, 안쪽에 사진엽서가 다섯 장 들었다. 아스라한 이야기 품은 고운 사진들이다. 이 사진을 벽이나 책상맡에 붙여놓고는 늘 들여다보는 젊은이나 푸름이가 있겠지. 이 사진을 늘 바라보면서 이녁 마음에 맑으며 고운 빛 스며들기를 꿈꾸겠지.
어여삐 꾸민 책에 스민 마음을 헤아려 본다. 어여쁜 책을 어여쁜 마음으로 읽을 때에 어여쁜 생각이 샘솟아 어여쁜 삶으로 거듭나는 기운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하루하루 마음 가다듬으며 일군 삶이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 모이면서 어느덧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그야말로 시나브로 빛이 된다.
마을 이장님이 새벽 다섯 시 이십 분에 마을방송을 한다. 엊그제는 새벽 네 시에 마을방송을 했다. 시골에서는 너덧 시면 모두 일어나 하루를 여니까, 이맘때에 마을방송을 할 만하다. 토요일 아침(새벽 다섯 시 반∼여섯 시)에 마을 빨래터를 청소한다고 알린다. 그래, 그러면 우리 두 아이와 오늘 먼저 가서 물놀이를 즐기면서 빨래터를 청소해야겠다. 아이들은 놀고 나는 일하면 되지. 천천히 일하고 느긋하게 아이들 바라보면서 쉬다가 시를 한 줄 쓰면 되지.
오늘 하루도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연다. 오늘 하루도 한 땀 두 땀 바느질을 하듯 천천히 연다. 책상맡에 오래도록 둘 책이 하나 생겼다.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