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붓꽃 노래하기

 


  오월 십구일 새벽에 서울 손님 네 분 찾아왔다. 서울에서 인문사회과학책방 꾸리는 ‘풀벌레’ 님과 다른 세 분이 밤샘 달리기를 하며 먼길 마실을 했다. 깊은 밤에 비가 멎으며 바람이 잠들었고, 서울 손님 우리 집에 닿을 무렵에는 온 들과 멧자락에 구름 하얗고 두껍게 내려앉으면서 매우 멋스러운 모습 보여주었다. 구름은 아침을 지나 낮이 가까워지자 거의 걷혔고, 한낮에는 모든 구름이 사라졌다. 먼길 손님한테 아름다운 숲과 바다가 무엇인가를 하루아침에 모조리 보여주는 날씨였다고 할까. 게다가, 바로 이날 오월 십구일에 우리 집 꽃밭 노랑붓꽃이 첫 봉오리를 터뜨렸다.


  이른새벽에 빗물 머금으며 처음으로 봉오리 터뜨린 노랑붓꽃을 바라보다가 쓰다듬다가 노래를 부른다. 엊저녁까지만 해도 봉오리 꼭 다물더니, 어쩜 이렇게 비 그친 새벽에 봉오리를 확 열었니.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왜 ‘곱다’ 같은 말마디를 절로 뱉어내는가를 깨닫도록 해 주는 붓꽃아, 이 땅에서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아주 놀라운 한 마디가 있으니, 이 한 마디가 바로 ‘꽃같다’인 줄 아니?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꽃같다’가 안 실린단다. 다만, 국어사전에는 ‘꽃답다’는 실린단다.


  생각해 보렴. ‘나무답다’나 ‘사람답다’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어. 국어사전에 실린 ‘-답다’로는 ‘참답다’가 있고 ‘아름답다’가 있으며, 바로 ‘꽃답다’가 있지. 그런데 참 많은 사람들은 ‘꽃답다’뿐 아니라 ‘꽃같다’라는 말을 아주 즐겁게 쓰지.


  얼마나 좋은 말이니. 얼마나 기쁜 말이니. 얼마나 사랑스러운 말이니. 꽃한테도 사람한테도 ‘꽃같다’와 ‘꽃답다’ 같은 말마디는 얼마나 고맙고 착한 말이니. 나는 우리 집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보며 즐거워 언제나 꽃노래를 부른단다. 그득그득 맑고 환하게 피렴. 씩씩하고 알찬 씨앗 맺어 이듬해에 새롭게 피어나렴.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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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9 10:13   좋아요 0 | URL
빗물 머금고 봉우리 처음 터뜨린
노랑붓꽃~!!
어쩜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물방울들과 푸른 잎들과
노랑붓꽃이 정말 곱고 아름답습니다.
함께살기님의 사진을 볼 때면 새삼, 제 29인치 모니터가 맘에 듭니다. ㅎ
오늘도 마음 속 스며드는 아름다운 노랑붓꽃도, 노랑붓꽃 사진도 모두
고맙고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5-29 11:07   좋아요 0 | URL
29인치나 되는군요!
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