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
― 스냅사진 안 찍어도 된다

 


  사진을 찍는 어떤 이는 ‘스냅사진’만 찍는다 하지만, 어떤 이는 ‘스냅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 여겨 이런 사진은 안 찍는다고 합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사진을 스스로 찍는다고 할 텐데, 이렇게 찍는들 저렇게 찍는들 그닥 대수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회사 사진기를 쓰든 저 회사 사진기를 쓰든 그다지 대수롭지 않거든요. 이 회사 이 사진기를 쓰든 저 회사 저 사진기를 쓰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렇게 찍고 싶으면 이렇게 찍으면 됩니다. ‘스냅사진’이 마음에 들면 이렇게 찍으면 됩니다. 세발이 놓고 찍는 사진이 좋으면 세발이 놓고 찍으면 되지요. 이것저것 꾸미거나 만들어서 찍고 싶으면, 이것저것 꾸미거나 만들어서 찍으면 돼요. 다만, ‘내가 이 사진을 즐긴다’고 해서 ‘내가 즐기는 이 사진만 사진이다’ 하고 섣불리 말하거나 생각할 까닭이 없습니다. 누구는 숲이 좋아 숲에 깃들고, 누구는 바다가 좋아 바다에 깃들며, 누구는 들이 좋아 들에 깃들어요. 그뿐입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스냅사진’ 이야기가 말밥에 오르면 슬며시 궁금해요. 자, 당신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들판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뛰논다고 해 보셔요. 또는, 당신 손자가, 아니면 당신 조카가 까르르 웃음꽃 피우면서 들판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뛰논다고 해 보셔요. 사진을 찍는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이를 불러 그 자리에 우뚝 세우고는 찍겠어요? 아이를 부르지 않고 아이 움직임에 맞추어 당신 몸을 움직이면서 그때그때 찍겠어요?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찍는 사진은 어느 사진도 ‘스냅사진’이 아닙니다. 그냥 사진입니다. 그저 그대로 삶이면서 사진입니다. 따로 무슨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려 한다면 ‘삶사진’쯤 되겠지만, 이런 이름이란 덧없습니다. 삶이 고스란히 사진이 되고, 사진이 그대로 삶이 되니까요.


  사진을 잘 모르겠으면 모든 이론과 실기와 장비와 지식과 책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바라보셔요. 그리고 웃어요. 그리고 놀아요. 이렇게 한 다음 슬며시 사진기를 손에 쥐어요. 그러면, ‘사진’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지 가슴속 깊이 환한 빛줄기 하나 무럭무럭 자라서 샘솟으리라 믿습니다. 434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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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2-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릇파릇 싹이 나기 시작하네요,
추운겨울 봄이 올것 같지 않았는데 아이들 옷차람을 보니 봄이 곧올것같아요,,,,

숲노래 2013-02-05 18:13   좋아요 0 | URL
남녘 시골에는 따스한 겨울비가 내려요.
그러나 이번 겨울비는 살짝 서늘한데,
설을 지나면 그야말로 따순 바람과 함께
온 들판이 푸르게 빛나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