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쉬는 글쓰기

 


  내 마음이 흔들린다 싶을 때에는 내 생각이 흔들리고, 내가 쓰는 글이 흔들립니다. 이때에는 내가 찍는 사진 모두 흔들립니다. 내가 입으로 읊는 말마저 흔들리고, 내가 짓는 밥까지 흔들려요.


  내 마음이 따사롭다 싶을 때에는 내 생각이 따사롭고, 내가 쓰는 글이 따사롭습니다. 이때에는 내가 찍는 사진 모두 따사롭습니다. 내가 입으로 읊는 말 또한 살갑게 따사롭고, 내가 짓는 밥은 구수하게 따사롭습니다.


  마음을 들려주는 글쓰기입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마음을 쉬는 글쓰기입니다. 내가 어떤 마음인가 하고 차분히 돌아보면서 내 이야기 한 자락 적바림하기까지, 마음을 고즈넉하게 쉬는 글쓰기입니다. 빨래를 하면서, 아이들을 안고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들 마당에서 뛰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밥상을 차려 아이들을 부르면서, 내 마음 차분하게 가다듬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 그대로 글 한 줄 적바림합니다.


  나부터 내 마음 넉넉하게 쉬면서 쓰는 글일 때에, 이 글을 읽을 사람들 마음도 넉넉하게 쉴 수 있습니다. 나부터 내 마음 슬프게 굴리거나 아무렇게나 내버릴 때에, 내 글은 슬픔에 젖고 내 글 읽을 사람도 슬픔에 젖습니다.


  사랑을 담아야 글이 됩니다. 삶을 사랑해야 글을 씁니다. 사랑을 이야기해야 글이 됩니다.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한솥밥 먹는 살붙이하고 도란도란 나눌 때에 글을 씁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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