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 책읽기
대청마루에 앉는다. 아래가 훤히 뚫려 다리를 죽 늘어뜨리며 앉을 수 있다. 지난날 어느 시골집이라도 모두 이처럼 지었다. 지난날 서울에 있던 기와집도 이렇게 지었을 테지. 바람이 들고 햇살이 들며 집안 골고루 따스하며 시원스레 감돌도록 지었을 테지.
집이 되어 준 나무를 느낀다. 집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결을 느낀다. 여럿이 나란히 앉아도 즐겁다. 나무는 집으로 거듭나면서 제 삶을 새롭게 잇는다. 사람들이 나무를 날마다 만지고 쓰다듬고 돌보고 아끼면서 삶을 잇는다.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고, 새로운 사람이 들며, 새로운 사람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대청마루는 햇살 머금는 이야기가 자라는 곳이다. 대청마루는 바람 따사롭게 간질이는 숲이 흐르는 곳이다. 대청마루는 삶이 무르익으면서 밥내음과 풀내음이 곱게 얼크러지는 곳이다. 아이들은 대청마루에 앉아서 시골살이 하루를 오롯이 누린다. 4345.1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