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를 할 때면 어릴 적 여러 가지 일이 떠오른다. 바깥에서 떡볶이를 사다 먹을 때에는 너무 맵고 너무 짜며 너무 달다던 생각. 길거리 떡볶이집은 떡만 잔뜩 있고, 손수 냄비에 끓여서 먹도록 하는 떡볶이집은 떡이 너무 적다던 생각.


  떡을 미리 헹군 다음 불린다. 호박을 썰고 무를 썰며 감자를 썰고 당근을 썬다. 불판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잘 달구어진 불판에 미리 썬 여러 가지를 얹어서 볶는다. 어느 만큼 익는구나 싶을 때에 가지를 썰고 양파를 썰며 양배추를 썰어서 섞는다. 이러고 나서 불린 떡을 넣고 콩나물을 넣으며 물을 붓는다. 불을 조금 키운다. 물이 끓으면 조청을 두 숟가락 넣는다. 굵은소금을 조금 넣는다. 간을 본다. 심심하다 싶으면 간장을 넣는다. 아이들 먹을 떡볶이인 만큼 고추장은 조금도 안 넣는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다섯 해째 ‘집 떡볶이’를 이처럼 끓인다. 아이들은 매운 것을 못 먹는다. 마땅한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매운 것 잘 먹는 아이들은 아직 거의 못 보았다. 어디엔가 있을는지 모르나, ‘맵다’는 맛이 아니라 혀가 아픈 느낌이다. 어른들은 혀가 아린 느낌을 즐긴다 하지만, 아이들한테 혀가 아린 느낌을 즐기라고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목숨을 키울 나이요 삶이지, 어른들처럼 이 맛 저 맛 따지는 나이나 삶이 아니다. 나 스스로 돌이켜보면, 내 어머니도 지난날 집에서 떡볶이를 하실 때에는 ‘하나도 안 매운’ 떡볶이를 하셨다. 바깥에서 사다 먹는 떡볶이만 혀가 알알하도록 매웠다.


  문득 생각한다. 왜 ‘가게 떡볶이’는 그토록 매워야 할까. 왜 떡볶이는 매워야 한다고 여길까. 왜 아이들한테 매운 떡볶이와 매운 맛(느낌)을 길들이려 할까. 왜 떡맛과 양념맛과 밥맛과 국물맛을 알맞고 사랑스럽게 가꾸려 하는 길하고는 멀어지려 할까. (4345.10.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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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10-08 22:38   좋아요 0 | URL
글쎄요.언제부터인지 떡볶이는 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더군요.그래선지 가면 갈수록 더 매워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