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누리는 글쓰기
식구들 다 함께 시골에서 살아온 지 이태가 된다. 누군가 내 삶을 바라본다면, 도시에서 훨씬 길게 살았고, 시골에서는 얼마 안 살았다고 여기리라. 이오덕 님 글을 갈무리하느라 세 해 반 시골에서 살던 나날을 더하고, 강원도 양구 멧골짜기 군대살이를 더하면, 내 서른여덟 해 가운데 일곱 해 반은 시골살이요, 서른 해 반은 도시살이라 할 만하다. 도시에서 살아가고 놀며 일할 적에는, 아주 마땅하게도 도시 이야기를 글로 쓴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놀고 일할 때에는, 아주 마땅히 시골 이야기를 글로 쓴다. 도시에서는 내가 보금자리를 꾸린 도시 둘레 이야기를 눈여겨보며 읽는다. 시골에서는 내가 살림자리 일구는 시골 둘레 이야기를 살펴보며 읽는다.
도시에서 살아가던 나는 언제나 ‘귀를 찢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 시달렸다고 생각했으니, 내 글에 이런 이야기가 자주 튀어나온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나는 늘 ‘귀를 달래는 사랑스러운 풀벌레 노랫소리’에 젖어들며 좋다고 생각하니, 내 글에 이런 이야기가 곧잘 튀어나온다.
좋아하기에 더 자주 글로 쓰지 않는다. 싫어하기에 자꾸자꾸 글로 쓰지 않는다. 마음을 기울이는 이야기를 글로 쓴다. 생각이 닿는 삶을 글로 쓴다. 옳거나 그르기에 글로 쓰지 않는다. 스스로 사랑을 품거나 꿈을 빚는 이야기를 글로 쓴다.
내가 심어서 거두는 가을 열매나 곡식이어도 즐겁고, 이웃이 심어서 거두는 가을 열매나 곡식이어도 즐겁다. 온갖 풀내음이 온 집안을 감돈다. 이웃집에서 논밭에 풀약을 칠 때면 집 밖으로 나가기조차 싫고 힘들었지만, 태풍이 몰아치며 풀약 기운을 몽땅 휩쓸어 날리니, 어느 들판이고 홀가분하게 설 만하구나 싶다.
맑은 기운 실어나르는 바람이 좋다. 궂은 기운 싹 걷어치우는 바람이 좋다. 예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예쁜 바람이 찾아온다. 구지레하게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구지레한 바람이 찾아든다. (4345.9.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