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5.25.
: ‘똘’ 따서 나누는 자전거
- 오랜만에 면내 우체국 나들이를 한다. 책 하나 부칠 일인데, 며칠 미루다가 오늘 나간다. 며칠 앞서 가려 했으나 마을 이웃 마늘밭 일손을 거드느라 좀처럼 나갈 수 없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낮까지 딱히 일손 거들 자리가 없기에 느긋하게 수레를 끌고 나간다.
- 우체국에 들러 책 하나 부친 다음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면소재지에서 벗어날 무렵, 야트막한 멧기슭 한쪽으로 온통 하얀 찔레잔치를 누린다. 면내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이 찔레잔치를 바라볼까. 학교를 오가는 길에 이 찔레잔치를 느낄까. 수레에 탄 아이한테 “이야, 이 찔레내음 좀 맡아 보렴.” 하고 말한다.
- 논둑길로 달리다가 마늘밭 사잇길로 달린다. 이웃 호덕마을 마늘밭 가운데에는 작은 밭뙈기인데, 이 작은 밭뙈기에 감나무 네 그루나 있는 집이 있다. 나무뿌리까지 캐내어 밭으로 삼는다면 무언가 더 거둔다 할 테지만, 잎 우거진 감나무 네 그루 있으니, 이쪽에서 일하다 이쪽에서 쉬고, 저쪽에서 일하다 저쪽에서 쉴 만하다. 여럿이 일하다가 저마다 나무그늘 하나씩 기대어 쉴 만하다.
- 자전거는 또다른 이웃 신기마을 앞을 지난다. 신기마을 어귀에 있는 길갓집 대문에 마삭줄 꽃이 흐드러진다. 마삭줄로 이렇게 대문 위쪽 울타리를 삼을 수 있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어여쁜 꽃과 어여쁜 대문이 잘 어울린다.
-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쓰는 옛 흥양초등학교 옆에 선다. 마을 어르신 누군가 심은 보리 옆 샛길을 지난다. 아이와 함께 ‘저절로 똘밭(딸기밭)’으로 간다. 아직 덜 익은 똘이 많지만, 제법 잘 익은 똘이 많다. 손끝으로 톡 건드릴 때에 곧바로 떨어지는 똘만 딴다. 아이더러 “손끝을 대기만 해도 떨어질 만큼 잘 여물고 큰 녀석만 따.” 하고 말했지만, 아이는 제 손에 닿는 작은 똘만 땄다. 똘밭 옆으로는 온통 찔레잔치. 똘내음과 찔레내음이 어우러져 아주 맑다. 다음에 더 여물면 더 따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늘밭 일손을 쉬는 모습을 본다. 아이 손에 그득 담은 똘을 나누어 드린다. 두 손 가득 똘을 쥔 아이 태운 자전거수레가 천천히 달려 집에 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