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3.31.
 : 아기수레로 밀다

 


- 바야흐로 따순 삼월로 접어들고는 자전거를 타고 첫째 아이랑 마실 다니는 일이 줄어든다. 이제 네 식구 함께 두 다리로 걷는 마실이 된다. 논둑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멧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간다. 면소재지까지 두 아이와 함께 걸어갔다가 걸어서 돌아오기도 한다. 둘째 아이는 요즈음 한창 서기 놀이를 한다. 무언가를 붙잡고 퍽 오랫동안 서서 놀 줄 안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는 못한다. 다리에 힘살이 더 붙어야 씩씩하게 걷겠지. 짧게 삼사십 분을 걷든, 조금 길게 한 시간 남짓 걷든, 둘째를 안거나 업자면 만만하지 않다. 자전거에 붙이던 수레에 앞바퀴를 하나 달아 아기수레로 쓰기로 한다. 아기수레로 삼아 둘째를 앉힐라치면, 첫째 아이도 둘째하고 나란히 앉겠다고 폴짝폴짝 뛴다. 이리하여,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마실을 다닌다.

 

- 첫째 아이하고 살아오는 내내 아기수레를 쓴 일이 없다. 언제나 안거나 업으며 함께 다녔다. 아이 하나라면, 두 어버이가 서로 갈마들며 한 아이를 보듬을 만하다. 아이가 둘일 때에는 두 어버이가 하나씩 나눠 맡아야 한다. 옆지기가 튼튼한 몸이라 하다면 서로 아이 하나씩 맡을 만하지만, 옆지기 몸은 많이 힘들다. 이제 수레 힘을 빌어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로 한다.

 

- 우리처럼 아이를 곧잘 자전거수레에 태워 다니던 이웃한테서 지난겨울에 수레 하나를 받았다. 내가 자전거에 붙이던 수레는 2005년부터 썼으니 퍽 오래되었다. 내 자전거수레는 두 바퀴 모두 이음쇠가 다 닳았다. 수레도 여기저기 많이 긁히고 찢어졌다. 새로 얻은 수레도 헌 것이지만, 내가 쓰던 수레와 견주면 새 것과 같다. 자전거에는 이웃한테서 얻은 수레를 붙이고, 예닐곱 해 힘써 준 수레는 아기수레로 삼는다.

 

- 수레에 아이들 태워 걷자면 첫째가 으레 “아빠, 우리 집에는 수레만 많이 있어.” 하고 말한다. 나는 “그래, 우리 집에는 시끄러운 빠방이가 없어.” 하고 이야기한다. 수레에 아이들 태워 걷는 동안 우리 곁을 스치는 자동차를 거의 못 보지만, 어쩌다 한 대 지나갈라치면, 첫째 아이가 귀를 막고는 “아이고, 시끄러워!” 하고 외친다. 아이 키높이에서 생각하지 않고 어른 키높이에서 생각하더라도, 자동차 지나갈 때마다 소리가 되게 시끄럽다. 자동차 타는 사람은 모를 테지만, 걷는 사람들로서는 서로 나긋나긋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 만큼 참 시끄럽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새들 지저귀는 소리이든 도랑물 흐르는 소리이든 봄바람 풀잎 살랑이는 소리이든 하나도 들을 수 없다. 도시 아닌 시골이라 하더라도, 호젓한 길을 걷는 사람이 있을 때에, 사람들 곁을 천천히 조용히 지나가 주는 자동차는 아주 드물다.

 

- 두 아이는 아기수레를 얼마나 오래 탈 수 있을까. 첫째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도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울 수 있을까. 내 자전거 뒤에 붙일 외발자전거를 하나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호젓한 길을 걷는다. 둘째는 천천히 잠들고, 첫째는 잠들 낌새 없이 조잘조잘 떠든다.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첫째는 수레에서 내린다. 수레에서 내린 첫째는 아버지 손을 잡고 콩콩 달린다. 기운이 남고, 힘이 더 솟는지, 첫째는 신나게 달린다. 바람이 매섭지만, 시골마을 네 사람은 씩씩하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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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4-03 17:55   좋아요 0 | URL
ㅎㅎ 어렸던 된장님의 큰 따님이 벌써 저리 컸네요^^

숲노래 2012-04-04 07:30   좋아요 0 | URL
날마다 무럭무럭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