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은 하나
[말사랑·글꽃·삶빛 2] ‘팩트’와 강용석
나는 강용석이라는 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분이 어떠한 일을 하며 살았고, 어떠한 생각을 펼친다거나, 앞으로 어찌 지낼는가를 살피지 않으며, 딱히 알고 싶은 대목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나로서는, 또 우리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한테까지도, 이분 넋이나 얼이 조금도 스며들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2012년 첫머리를 뜨겁게 달구는 사람으로 이름 석 자를 올리는 강용석 님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2013년에도 이렇게 뜨겁게 달구는 이름 석 자가 될까요. 2022년에는 어떠할까요. 2032년이나 2202년에는 어떠할까요. 앞으로 2412년이나 2712년에는 또 어떠할는지요.
‘팩트’ 한방에 화성으로 날아간 강용석 (한겨레 2012.2.25.)
누리편지를 열어 보려고 셈틀을 켜던 며칠 앞서, ‘팩트’라는 낱말을 큼직한 사진 밑에 작은따옴표까지 달아서 띄운 글 첫 줄을 보았습니다. 보려고 해서 보지는 않았으나, 한국말로 곱게 이름을 붙인 신문에서 띄운 머릿기사에 적은 낱말이 ‘팩트’였기 때문인지, 이 대목이 갑자기 내 눈에 뜨였구나 싶습니다.
왜 ‘팩트’일까 문득 궁금했으나, 궁금하기보다는 슬펐습니다. 아니, 슬프다고 할 수도 없어요. 껍데기는 한글이면서 알맹이는 한국말 아닌 낱말과 말투가 얼마나 넘치는데요. 어설피 뭇칼질을 하며 깎아내리는 한겨레 말글이 얼마나 많은데요. 슬프게 스러지고 아프게 사라지는 한겨레 말글은 얼마나 많은가요.
참말, ‘참말’이 죽습니다. 참으로, ‘참’이 숨을 거둡니다.
거짓말이 날뜁니다. 거짓이 춤춥니다.
참말은 노래하지 못하고, 거짓말이 노래합니다. 참이 살아나지 못하고 거짓이 들뜹니다.
참사랑으로 참삶을 일구어 참넋을 아끼는 참뜻으로 빚는 참말을 보살필 줄 아는 참사람을 이 나라에서 찾아보는 일이란 부질없는 꿈일 수 있습니다. 아니, 둘레에서 참말을 참사랑으로 아끼는 참사람을 찾지 말고, 나 스스로 조용히 살아가며 내 살붙이들이랑 참말로 참사랑을 나누면 넉넉하겠지요. 먼발치에서 찾을 참말이 아닌 내 삶에서 스스로 누리는 참말이면 흐뭇하겠지요.
‘참말’ 한 마디에 입을 다문 아무개
‘참말’ 한 마디에 할 말 없는 아무개
‘참말’ 한 마디에 ‘거짓말’ 들통난 아무개
부디 거짓스러운 껍데기 스스로 거둬들여, 좋으며 참다운 삶을 착하게 누리는 이웃이요 동무라면 좋겠습니다. 나도 너도 우리도, 서로서로 참다운 이야기를 참다이 빛나는 말글로 꽃피우는 하루라면 좋겠습니다. (4345.2.27.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