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i Reifenstahl: Africa (Hardcover)
Angelika Taschen 지음 / TASCHEN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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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사진을 39장 붙입니다. 좀 많이 붙이니 저도 힘들고 그렇지만, 레니 리펜슈탈 사진삶을 하나도 모르며 엉터리로 편견만 품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아무튼, 읽는 사람 마음입니다.

 

 

 

 

 

 

 

 

 

 


 하루하루 사랑하며 찍는 사진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50]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Africa》(Taschen,2010)

 


 2월은 어느덧 막바지입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면서 아침 낮 저녁으로 바깥 날씨를 살핍니다. 1월과 견주어 2월은 저녁 다섯 시 사십 분까지 먼 멧등성이 위쪽으로 해가 걸립니다. 1월에는 네 시에서 다섯 시로 접어들라치면 해가 넘어가곤 했어요. 동짓날과 가까운 12월에는 네 시 즈음만 되어도 벌써 어둑어둑하다고 느꼈고요. 곧 3월이 되면 저녁 여섯 시 무렵까지 아직 멧자락에 해가 걸릴 테고, 4월로 접어들면 여섯 시 반 즈음까지도 햇살이 따숩게 내리쬐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늘 손으로 빨래합니다. 두 아이와 옆지기와 내가 입는 옷가지를 모두 내 손으로 날마다 여러 차례 빨래합니다. 빨래기계를 쓰지 않으니 언제나 내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내 몸이 하루라도 아프면 큰일입니다. 빨래뿐 아니라 온갖 집일을 제대로 건사하자면, 집일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사랑스레 살아가자면, 또 옆지기하고 살가이 삶꽃을 피우자면 내 몸부터 튼튼해야 해요. 내 몸이 튼튼하지 않고서야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요. 내 몸부터 튼튼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 꿈은 곱게 이루지 못해요.

 

 아직 2월이기에 저녁 다섯 시 반에는 빨래를 걷어야 합니다. 이때까지 저녁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았어도 걷어서 방으로 들여야 합니다. 다섯 시 반을 넘을 때까지 바깥에 둔 2월 저녁 빨래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리거든요. 고작 몇 분 넘겼다 하더라도 옷가지마다 찬 기운이 빠질 때까지 잘 펼쳐 더 말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냥 개면 이 옷을 입을 식구들이 즐거울 수 없으리라 느껴요.

 

 

 

 

 

 

 

 

 

 

 

 밥 한 그릇마다 사랑을 담습니다. 옷 한 벌마다 사랑을 싣습니다. 말 한 마디마다 사랑을 들입니다. 이부자리를 깔 때에도 사랑을 담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을 씻길 때에도 사랑을 싣기 마련입니다. 설거지를 하고 밥상을 치울 때에도 사랑을 들이기 마련입니다. 내 삶은 어디에서나 온통 사랑입니다.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사랑입니다. 언제나 결이 고운 사랑이기를 꿈꾸고, 늘 빛깔이 어여쁜 사랑이기를 바랍니다. 내 좋은 삶을 사랑으로 누리면서 내 손에 쥐는 사진기로는 아름답다 느낄 사랑 이야기를 엮고 싶습니다.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님이 1960∼70년대에 아프리카땅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와 삶을 담은 사진책 《Africa》(Taschen,2010)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때때로 까망하양 빛깔로 담은 사진이 있으나, 1960년대에 담은 사진이면서 거의 모두 무지개 빛깔 사진입니다. 2002년에 처음 나왔다가 2010년에 레니 리펜슈탈 한삶 발자취를 다시 갈무리해서 새로 펴낸 책입니다만, 책 간기로만 헤아리면 마치 2010년을 앞두고 찍은 사진이라고 여겨도 될 만큼 무척 곱고 빛나는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2010년에 새로 나온 《Africa》는 틀림없이 1960년대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자그마치 쉰 해를 먹은 사진입니다.

 

 

 

 

 

 

 

 

 

 

 

 1902년에 태어나 2003년에 숨을 거둔 레니 리펜슈탈 님은 백두 해를 살았습니다. 아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장비를 갖추어 바닷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고, ‘푸른평화(그린피스)’ 회원이 되어 지구별을 푸르게 지키는 일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레니 리펜슈탈 님 삶을 놓고 1930년대에 〈올림피아〉라는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와 〈의지의 승리〉라는 나치 전당대회 기록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만 하지만, 레니 리펜슈탈 님은 나치 독일에서 영화밭 사람들이 ‘부역을 하지 않고 독일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거나 ‘미국으로 조용히 건너가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금지된 열정》(오드리 설킬드 씀,마티 펴냄,2006)이라는 두툼한 책에 잘 나옵니다. 어쩌면, 레니 리펜슈탈 님 스스로 1930∼40년대에 독일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며 영화를 찍었느냐 하는 대목을 제대로 똑부러지게 밝히지 못했기에 이모저모 말밥이 있다 할 테지만, 곰곰이 살피면 적잖은 비평가들이 ‘넌 반성문 안 썼으니까 안 봐주겠어’ 하고 으르렁거리지는 않느냐 싶습니다. 이리하여, 레니 리펜슈탈 님은 영화감독이라는 일을 1945년 뒤로는 더는 하지 못합니다. 영화마을에서는 당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거든요.

 

 레니 리펜슈탈 님 사진책을 넘길 때마다 당신은 백 해가 넘는 나날을 어떻게 살아냈나 싶어 궁금하곤 합니다.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애먼 손가락질을 할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할 터이나, 당신한테서 도움과 사랑을 받아 나치 독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1945년부터 갑작스레 달라져 등돌리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괴롭힐 때에 어떻게 살아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레니 리펜슈탈 님은 누구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모든 구비구비 가시밭길을 헤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발레하는 삶을 꿈꾸었으나 발목을 다쳐 발레꾼이 되지 못했기에 영화배우가 되었고, 영화배우로 뛰며 맨발로 얼음산을 타고 북극 얼음땅을 누비기까지 하며 영화감독을 꿈꾸더니 그예 영화감독까지 된 레니 리펜슈탈 님입니다. 영화마을에 발을 들일 수 없이 지내야 했으나 사진기와 촬영기를 들고 맨몸으로 아프리카 누바겨레 삶을 담았습니다. 예순을 넘고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오늘날처럼 작은 촬영기’가 아니라 ‘무겁고 커다란 촬영기’를 오른어깨에 걸치고 아프리카 누바겨레 기록영화를 찍었어요. 여든과 아흔에는 바닷속 아름다운 누리를 찍고요. 그러고 보면, 레니 리펜슈탈 님이 찍은 〈의지의 승리〉는 나치 독일 전당대회가 ‘굳센 뜻으로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여자’ 영화감독이 나치 독일에서도 씩씩하게 영화를 찍는 ‘굳센 뜻이 이기는’ 이야기일 수 있으리라 싶습니다. 당신은 예술을 이루었고, 당신이 이룬 예술이 남았기 때문에 201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사람들까지 1930∼40년대 나치 독일이 ‘사람들을 어떻게 홀리거나 군국주의로 다스렸는가’ 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어요. 1934년 나치 전당대회 기록영화가 없었다면 ‘언론을 거머쥐어 사람들 눈과 귀를 다스리는’ 일이 어떠했는가를 알 길이 없었을 뿐더러, 이토록 아름다운 예술로 그린 기록영화는 없으니 ‘왜 여느 독일 사람들이 나치한테 그토록 눈물콧물 다 바쳤는가’를 헤아리기란 쉽지 않아요.

 

 나는 늘 집안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 집안일이란 날마다 해도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안에서 살아가자면 언제나 집안을 이모저모 손질하고 다스려야 하거든요. 아침에 방을 쓸고닦았대서 이제부터 방을 안 쓸고닦아도 되지 않아요. 아침에 밥 한 그릇 배불리 먹었으니 며칠 동안 굶어도 되지 않아요. 아침에 쓸고닦은 방이라 하더라도 낮이나 저녁에 또 쓸고닦아야 합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씻겼어도 저녁에 또 씻겨야 하곤 합니다. 아침에 밥을 했으면 낮이나 저녁에도 밥을 해야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삶이에요. 일이란 끝이 없으나 삶부터 끝이 없습니다. 날마다 할 일이 쌓이지만, 날마다 나눌 사랑이 가득합니다. 곧, 날마다 마음을 기울일 일이 많은 만큼, 날마다 생각할 꿈이 많고, 날마다 사랑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고되다 싶은 삶이라면 고되는 대로 생각하며 사랑할 삶입니다. 즐겁다 싶은 삶이라면 즐거운 대로 생각하며 사랑할 삶이에요.

 

 레니 리펜슈탈 님 사진책 《Africa》는 구비구비 흐르는 삶이 있었기에 태어납니다. 맨 처음, 발목 다친 발레꾼 레니 리펜슈탈 적부터 사진책 《Africa》가 태어났습니다. 영화배우가 되어 몇 천 미터 높은 멧자락을 맨몸으로 오르내리던 때에 사진책 《Africa》가 태어났어요. 나치 전당대회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록영화로 담으며 사진책 《Africa》가 태어난 셈입니다. 영화마을에 발을 붙일 수 없던 슬프며 외로운 나날 사진책 《Africa》가 태어났다 할 만합니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이었으니 아프리카땅을 밟으며 누바겨레를 만났을 때에도 이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 사진기를 누르고 촬영기를 돌립니다. 돈으로 사고파는 삶이 아닌 사랑으로 누리는 삶일 수 있기에 누바겨레 온삶을 맨살 그대로 담아내어 두고두고 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누바겨레는 1960∼70년대 기록사진과 기록영화에 남은 모습대로 살아가지 않는다지만, 누바겨레 뒷사람이건 오늘날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건, 이 두툼한 400쪽짜리 사진책 《Africa》를 넘기면 1960∼70년대 모습이 마치 오늘 모습인 듯 살아납니다. 아니 이 사진책에 남은 누바겨레 모습은 1960∼70년대 모습이 아니라 1800년대, 1500년대, 1000년대 모습 그대로라 할 수 있어요. 흙으로 집을 짓고, 흙을 일구어 살아가며, 햇살 따사로운 누리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 즐거이 얼크러지는 예쁜 나날을 기쁘게 누린 삶자락이란 오래오래 이어온 꿈이자 사랑입니다. 아름답게 누린 삶이 사랑으로 빛납니다.

 

 나는 나대로 내 보금자리에서 살붙이들과 부대끼는 나날이 아름답게 누리는 사랑어린 삶입니다. 이 삶을 사랑하기에 날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날마다 빨래를 할 수 있으며, 날마다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5.2.27.달.ㅎㄲㅅㄱ)

 

 

 

 

 

 

 

 

 

 

 

 

 

 

 

 

 

 

 

 

 

 

 

 

 

 

 

 

 

 

 

 

 

 

사진은 사진대로 곧게 잘 살펴야 마음을 살찌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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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39장이나 올라가는군요!
참 좋은 사진들이고 글들입니다. 저렇게 하나에 헌신하고 정열을 키우는 분들은,
언제봐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아름답네요....

숲노래 2012-02-27 19:36   좋아요 0 | URL
사진을 하나씩 올려야 한다는 알라딘... -_-;;;
언제쯤 나아질까요. 에궁...

이 사진책은 5만 원이었나 해요.
값이 되게 싸요.
특가 판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 삶을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