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잔치
여러 날 빨래잔치를 했다. 신나게 빨래잔치를 했다. 옆지기 두툼한 옷가지가 빨래로 나오는 날은 신나게 빨래잔치를 이룬다. 겨울날인 터라 두툼한 겉옷이 여러 벌 나온다. 아이들 옷을 빨래하다가 옆지기 옷을 빨래하면 꽤 버겁군, 하고 느끼지만, 이러다가 내 옷을 빨래하면, 참 벅차군, 하고 느낀다. 그러나, 이렇게 빨래를 하면서 피식 웃는다. 뭐냐, 아이들 옷가지는 아직까지 아주아주 작잖니. 이 빨래란, 참 아무것 아니지 않니,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이 좋은 나날, 나는 얼마나 아이들을 곱게 사랑하는 길을 잊거나 잃은 채 이맛살을 찌푸리며 사느냐, 주절주절 생각에 잠긴다.
빨래잔치를 여러 날 잇달아 하면서 오래오래 생각에 잠긴다. 왜 나는 이맛살을 찡그리는가 생각한다. 어이하여 찌푸린 이맛을 예쁘게 풀지 못하는가 생각에 젖는다.
슬프다 여기면 슬픈 삶이 되고, 기쁘다 여기면 기쁜 삶이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안다 하지만 몸으로 살아내지 못하면 무엇이 될까.
다 마친 빨래를 마당에 넌다. 바람이 모진 날은 씻는방에 걸어 물방울 떨군 다음 웬만큼 마르면 방으로 들인다. 다 마른 빨래는 하나씩 갠다. 되도록 첫째 아이가 보는 자리에서 말없이 갠다. 첫째 아이는 저도 함께 개겠다며 나서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빨래를 개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기도 한다. 아이를 부르며 빨래를 개자고 하면 금세 달라붙는다. 아이는 저를 불러 주기를 기다리며 일부러 모르는 척했을까.
오늘 아침에도 다 마른 빨래들이 방안 가득 널린다. 아이가 깨면 이 빨래를 개야겠지. 아이가 깨면 새 빨래를 또 신나게 해야겠지.
빨래기계를 장만하기로 한 지 달포쯤 지나지만, 빨래기계 들일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아직 미적미적 미룬다. 빨래기계 들이면 이불 빨래를 먼저 맡기고 싶다. 날이 좀 폭하고 아이가 조금 더 클 때에는 바깥에 큰 통을 놓고 아이랑 이불을 밟으며 빨래하고 싶다.
왜인지 잘 모르겠으나, 내 아주 어린 날, 어머니한테서 발밟기 이불빨래를 처음 배울 무렵, 나도 어머니처럼 크면 내 아이한테 발밟기 이불빨래를 물려주어야지, 함께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4345.2.11.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