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을 넘기던 손
다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쓰려 생각하는 《사진과 책》이라는 사진책을 겉부터 속까지 사진으로 찍는다. 마지막 자리를 찍으려는데 아이가 다가오며 손으로 눌러 준다. 내 두 손은 사진기를 쥐고 내 한쪽 발로 책을 누르니, 아이가 보기에 좀 어설프거나 힘들구나 싶은가 보다.
아이가 책을 손으로 눌러 주는 모양이 예쁘다. 책을 찍다 말고 아이 손을 찍는다. 아이는 얼른 찍고 다시 내 ‘한쪽 발’로 책을 누르란다. 그래야 저는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단다. 그래도 몇 장 더 찍는다. 아이는 끝까지 기다려 준다. 사진을 마저 찍으면서 아이가 더없이 착하구나 하고 생각한다.
착한 아이가 책장을 넘길 때에는 착한 기운이 살살 스며들 테지. 착한 아이가 동생 기저귀를 조물락조물락 갤 때에는 착한 느낌이 솔솔 녹아들 테지. 착한 아이가 호미를 쥐고 땅뙈기를 콕콕 쫄 때에는 착한 사랑이 슬슬 깃들 테지. (4345.2.5.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