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미국말 34 : 감성(heart)

.. 자신을 야성에, 에로스에 활짝 열어 두면 감성(heart)이 있는 길에 접어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데릭 젠슨/이한중 옮김-작고 위대한 소리들》(실천문학사,2010) 191쪽

 ‘자신(自身)’이나 ‘자기(自己)’ 같은 낱말은 한자말 아닌 한국말이라 여길 만합니다. 다만, ‘나’나 ‘스스로’를 알맞게 넣어서 쓰면 한결 낫습니다. ‘야성(野性)’은 ‘들기운’이나 ‘들사람 넋’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에로스(eros)’는 영어인데 이 자리에서는 어떻게 풀어 적어야 올바를까요. 영어로 된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영어를 영어 그대로 둔다면, 이러한 영어로 적힌 글을 읽는 한국사람은 골치가 아픕니다. ‘에로스’를 알맞게 풀 한국말이 없기에 이렇게 적었을까요. ‘에로스’는 한국말로 풀어서는 안 되는 낱말이라 이처럼 적어야 하나요.

 “자신을 발견(發見)하게 될 겁니다”는 “나를 볼 수 있습니다”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로 손질합니다.

 heart
  1. 심장, 가슴
  2. (감정, 특히 사랑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마음
  3. 핵심
  4. 심장[중심]부
  5. (배추, 상추 등의) 속잎

 감성(heart)이 있는 길에
→ 가슴이 있는 길에
→ 따순 가슴이 있는 길에
→ 사랑이 있는 길에
→ 포근한 사랑이 있는 길에
 …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감성(感性)’이라는 한자말을 적으면서 묶음표를 치고는 알파벳 ‘heart’를 적어 넣습니다. 한자말 ‘감성’으로 옮기기는 했어도 어딘가 아쉽다고 여겼으니 이렇게 영어 ‘heart’를 덧달아야 한다고 느꼈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에로스’라 적은 앞 대목처럼 이곳도 ‘하트’라 적을 노릇이 아닐까 궁금합니다. 어차피 번역다운 번역을 못하는 눈높이라면, ‘에로스’라 적든 ‘하트’라 적든,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으며 뜬구름을 잡도록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영어사전을 뒤적입니다. ‘하트’는 ‘심장’을 뜻하기도 하지만 ‘가슴’이나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고 나옵니다. 그래요. 이 보기글에 나오는 ‘감성(heart)’이란 바로 ‘가슴’이겠지요. ‘마음’일 테지요. 이렇게 적을 때에 뜻이나 느낌이 살짝 얕다면 ‘따순 가슴’이나 ‘따순 마음’ 또는 ‘열린 가슴’이나 ‘열린 마음’ 또는 ‘살가운 가슴’이나 ‘포근한 마음’처럼 적을 수 있어요.

 ‘사랑’이라 적어도 좋습니다. ‘따순 사랑’이나 ‘따사로운 사랑’이라 적어도 좋아요.

 저마다 마음을 열어 말삶을 북돋우면 됩니다. 저마다 사랑을 쏟아 글삶을 일구면 돼요.

 사랑이 어리는 말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마음을 따사로이 기울이며 적바림한 글일 때에 즐겁습니다. 사랑을 포근히 싣는 말일 때에 참답습니다. 마음을 너그러이 다스리면서 나누는 글일 때에 흐뭇합니다. (4344.11.25.쇠.ㅎㄲㅅㄱ)
 



 묶음표 미국말 35 : 랜드마크(landmark)


.. 호남슈퍼는 중요한 랜드마크(landmark)로, 비교적 깊숙한 동네의 분기점에서 길을 안내한다 ..  《임석재-서울, 골목길 풍경》(북하우스,2006) 32쪽

 ‘중요(重要)한’은 ‘눈에 띄는’이나 ‘빼놓을 수 없는’이나 ‘도드라진’이나 ‘모든 길과 이어지는’으로 다듬습니다. ‘비교적(比較的)’은 ‘퍽’이나 ‘매우’나 ‘제법’으로 손보고, “동네의 분기점(分岐點)에서”는 “동네 갈림길에서”나 “동네가 갈라지는 자리에서”로 손봅니다. “길을 안내(案內)한다”는 “길을 이끈다”로 손질합니다.

 landmark
  1. 주요 지형지물, 랜드마크(멀리서 보고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되는 대형 건물 같은 것)
  2. 획기적 사건[발견/발명품 등]
  3. (특히 美) (반드시 보존해야 할) 역사적인 건물[장소]

 중요한 랜드마크(landmark)
→ 눈에 띄는 길잡이/길라잡이
→ 빼놓을 수 없는 길돌
→ 도드라진 길상징
→ 모든 길과 이어지는 알림자리
 …

 건축을 하는 분들이 퍼뜨렸을는지 그냥저냥 숱한 지식인이 퍼뜨렸을는지 아리송한 영어 ‘랜드마크’입니다. 영어사전에서 이 낱말을 찾으면 ‘지형지물’이라고 뜻을 밝히면서 ‘랜드마크’라고도 적습니다. “landmark = 랜드마크”라니, 영어사전 뜻풀이 하나 달기 참 수월하구나 싶습니다. “bus = 버스”일 수밖에 없다지만, “landmark = 랜드마크”로 풀이하는 한국 영어사전이라면,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한국땅에서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한국사람은 왜 이웃 한국사람이랑 한국땅에서 한국말을 주고받는가요.

 사진을 하는 사람은 ‘영어로 된 사진말’을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한국사진을 즐기는 길잡이가 되도록 알맞게 풀거나 옮겨야 합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은 ‘영어로 된 과학말’을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한국과학을 나누는 길돌이나 징검돌이 되게끔 알맞춤하게 풀거나 옮겨야 해요. 건축을 하는 사람은 ‘영어로 된 건축말’을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한국건축을 펼치는 아름다운 이음고리가 될 수 있게 알뜰살뜰 풀거나 옮겨야 합니다.

 새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새말을 빚는 말틀을 일굴 수 있습니다. 새말을 나누는 말사랑이나 말넋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낱말 하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친다면, 낱말 하나뿐 아니라 모든 삶과 꿈과 이야기마저 하찮게 여기는 매무새가 됩니다. 말투 하나 가벼이 여기며 지나친다면, 말투 하나를 비롯해 모든 사랑과 넋과 일놀이까지 보잘것없이 여기는 몸짓이 돼요.

 우리는 서로서로 좋은 이슬떨이가 되어야지요. 우리는 서로한테 반가운 이끎이가 되어야지요. 우리는 서로 슬기로운 빛줄기 비추는 씩씩한 길동무가 되어야지요. (4344.11.25.쇠.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11-26 06:54   좋아요 0 | URL
heart를 글쎄요, 우리말로 뭐라고 옮기면 좋을까 저도 생각해봅니다.
'머리가 하는 말이 아니라 가슴이 하는 말을 들어라' 이럴 때 '가슴'에 해당하는 말이 heart 이니, 한자어 '감성'보다 차라리 '가슴'이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감성'에 해당하는 영어는 따로 있으니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이슬떨이'란 무엇일까요?

숲노래 2011-11-26 08:05   좋아요 0 | URL
'이슬떨이'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말뜻 그대로 "= 이슬받이 4", '이슬이 내린 길을 맨 앞에서 가는 사람', 곧 어렵거나 힘들거나 아직 없는 길을 맨 먼저 씩씩하게 나아가는 사람을 가리켜요.

한자말로 하면 '개척자'가 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뜻이 많이 담겼답니다~

사람들이 생각을 기울여 주면, 우리 말이며 글은 잘 살아날 텐데, 참 힘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