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구멍 책읽기
군청 농업축산과에서 전화가 온다. 우리보고 ‘귀농·귀촌 빈집 수리비 지원서’를 내라고 이야기한다. 빈집을 장만했다는 등기부등본과 영수증과 사진을 붙여 지원서를 내면 ‘빈집 수리비 도움돈 500만 원’을 준다고 한다.
참 고맙다. 500만 원을 얻어 이 집을 고칠 수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어제에 이어 오늘 시골집 전기를 고친다. 전기를 고치는 데에 60만 원이 든다. 오늘은 부엌 자리 기울어지는 샤시문과 대들보 고치는 일을 한다. 얼마가 들는지 아직 모른다. 보일러와 양수기를 가는 데에 50만 원이 들었다. 그제 지붕을 고쳐 물샘을 막는 데에 360만 원이 들었다. 벽종이와 장판을 사는 데에 56만 원이 들었다. 벽종이와 장판은 옆지기 어머님하고 함께 붙이고 깔았다. 헌 싱크대를 치우고 새로 들이느라 65만 원이 들었다. 살림집 곁에 붙은 낡은 집을 헐고 터를 다지는 데에 40만 원이 들었다. 앞으로 어느 곳에 돈이 얼마나 더 들는지 알 길이 없다. 창호지만 발린 방문을 고치는 데에, 또 뭐를 하고 뭐를 하는 데에 살림돈을 얼마나 들여야 할는지 까마득하다.
예전부터 느끼는데, 시골에서 집을 얻어 살아가려 할 때에도 돈이 참 많이 든다. 그렇다고 도시처럼 전세이니 월세이니 하고 얻어 지내지 못한다. 시골에서는 년세를 내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고 살면 으레 집임자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야 한다. 집을 사서 오래오래 눌러앉을 생각을 해야 한다. 집을 사고 땅을 사지 않으면 안 되니까 목돈을 마련하고 나서 시골살이를 헤아려야 한다.
써야 할 데이니 써야 하는 돈이기에, 하루아침에 50만 원이니 300만 원이니 하고 쏙쏙 나간다. 그래, 잘 나가서 이 집이 예쁘게 자리잡도록 해 주어라. 그러고 나서는 우리 새 도서관에 껴안을 좋은 책을 마음껏 장만하는 돈이 되어 주어라. (4344.10.27.나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