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머리카락 세 올


 둘째 아이가 아침에 똥을 조금 눈다. 밤새 몸이 끈적끈적하니까 아침부터 일찍 씻기자고 한다. 보일러를 돌린다. 새벽에 빤 기저귀를 방바닥에 펼친다. 아침까지 나온 기저귀를 빨래한다. 어느덧 물이 다 덥혀진다. 아이를 안고 씻는방으로 온다. 배냇저고리를 벗기고 손닦개로 목부터 닦는다. 목이 접힐 수밖에 없는 갓난쟁이는 여름날 목에 땀띠가 나서 몹시 애먹는다. 어쩌겠니. 얼른 자라서 목이 잘 열려야 땀띠가 안 나지. 올여름을 잘 견디어 주렴. 목을 요리조리 돌리고 열면서 물을 묻혀 닦는데 머리카락이 한 올 두 올 세 올이 나온다. 갓난쟁이 자그맣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이다. 네 누나도 너만 할 때에 씻기면서 들여다보면 고 자그마한 머리카락에 목에 끼곤 하던데, 너도 마찬가지로구나. 너도 고운 목숨이고 네 머리카락도 머리카락이겠지. 다 씻기고 마른 기저귀 하나로 몸을 싸서 자리에 눕힌 다음 아랫도리를 살짝 말리라고 두면서 방바닥에 넌 기저귀를 차곡차곡 개는데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가 쉬를 눈다. 쉬를 누며 이불을 적신다. 얼른 이불을 걷고 기저귀로 댄다. 요새 장마철이라 이불을 빨면 끔찍하게 안 마르는데 어떡하니. 오줌 젖은 데만 물로 헹구어 짠다. 부디 오늘은 비가 멎는 때가 길기를 빈다. 아무쪼록 이 이불이 잘 말라 냄새가 배지 않기를 바란다. (4344.7.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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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5 09:22   좋아요 0 | URL
아오, 이뻐라.
여름이라 고생하겠네요, 땀띠도 많겠구.. 저런.
하지만 쳐다보는 눈매가 어쩜 저리 똘망하죠. 정말 너무너무 이쁘네요.

숲노래 2011-07-15 16:54   좋아요 0 | URL
올 한여름만 잘 넘기면 이제 제법 크면서 뒤집고 엎드리고 기고 서고 하겠지요~
에궁...

울보 2011-07-15 10:39   좋아요 0 | URL
정말 장마철에 요렇게 귀여운 녀석이 고생이겠어요, 무더우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빨래가 잘 안말라서,,
후후 아가 보니 우리 딸 어릴적 모습이 보여요 저 올록볼록이 ㅎㅎ 귀엽다,,

숲노래 2011-07-15 16:55   좋아요 0 | URL
기저귀 빨아서 대느라 아주 죽어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누구나 다 이렇게 했으니 뭐...
이렇게 기저귀를 빨아서 대며 키우니
'귀한 아이'라 할 만하구나 싶어요...

카스피 2011-07-15 12:13   좋아요 0 | URL
ㅎㅎ 아이가 넘 이쁘네요.그나저나 좀 있으면 푹푹찌는 무더위가 올텐데 아이가 더위에 고생좀 하겠네요.

숲노래 2011-07-15 16:55   좋아요 0 | URL
장마철보다는 나으리라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