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부채, 자전거, 숲
아이가 치마를 위에 입고, 웃도리를 바지에 끼워 넣는다. 아이는 옷을 엉터리처럼 끼워 입으면서 위와 아래에 모두 치마를 둘렀다고 여긴다. 으레 이와 같이 노는 아이를 바라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웃음이 터져나온다. 웃음을 꾹 참으면서 얼른 사진기를 찾는다. 신나게 사진을 찍는다.
내가 어렸을 때에 나는 어떠한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나 형이 어렸을 때에 둘은 저마다 달리 어처구니없는 짓을 곧잘 저질렀을 텐데,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 아들이 저질렀을 어처구니없는 짓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다스리셨을까.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아이는 날마다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른다. 아이는 저 스스로 좋은 길을 걸어가면서 자란다. 어처구니없는 짓이든 어처구니있는 짓이든, 아이한테는 어느 한 가지 재미나지 않은 일이 없으리라 본다. 이렇게도 뒹굴고 저렇게도 뒹굴면서 크지 않겠는가.
날마다 저녁나절 겨우 재우고 나서 기운을 쏙 뺀 뒤 옆에 쓰러져서 함께 잔다. 둘째가 태어나면 둘째를 돌보느라 섣불리 쓰러질 수 없고, 둘째를 건사하면서 잠이 참으로 모자란 나날이 거듭 찾아올 테지. 새벽에 일어나 어제 하루 찍은 사진을 갈무리할 때마다 생각한다. 날마다 새롭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면서 신나게 노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며 생각한다. 아이잖아. 아이니까 아이답게 놀잖아. 더 찬찬히 바라보고 한결 따스히 껴안으며 힘껏 기운내며 함께 살아갈 고운 목숨이자 길동무인 줄을 새삼스레 느껴야지.
치마를 위에 두르고 부채를 둘 쥐며 자전거를 탄다고 깝죽대면서 텃밭 둘레에서 맴도는 아이를 한참 바라보면서 한참 사진을 찍은 하루가 지나갔다. (4344.5.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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