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과 글쓰기
아이가 누런쌀로 지은 밥을 잘 안 먹거나 못 먹는 듯하다 해서 흰쌀로 지은 밥을 먹이기로 한다. 그러나 흰쌀밥 또한 잘 안 먹으려 든다. 애 아빠로서 아이한테 밥을 차려 줄 때에 영양소를 거의 헤아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밤잠을 자는 결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쌀을 씻으며 거듭 생각한다. 애 아빠는 틀림없이 밥 차리느라 바쁘지만 애 아빠 입맛에 맞추어 밥을 차릴 뿐 집식구 입맛은 거의 돌아보지 않아 왔다. 아이가 찌개에 들어 있는 감자랑 두부는 잘 안 먹으나 찐 감자하고 따로 접시에 내놓은 두부는 잘 먹는다. 김을 싸서 먹는 밥도 즐긴다. 그러면 나는 이런저런 모습을 살피며 영양소를 헤아리는 가운데 아이 밥상을 차려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곰곰이 생각을 기울인다. 오늘은 감자랑 무랑 호박이랑 고구마랑 알맞게 썰어 무침을 해 보아야겠다. 국은 말 그대로 국으로 끓이고 찌개로는 하지 말자. 국물만 많이 마실 국으로 끓이자. 노른자를 살린 달걀국을 끓여 볼까. 낮에 읍내 장마당에 가서는 능금 몇 알하고 다른 과일이 있으면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서 돌아와야겠다. (4343.10.22.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