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26.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글, 동녘, 2017.4.17.
부산 안락동 길손집에서 새벽을 연다. 마을 한복판이라서 조용하되, 바닥을 안 쓸고 안 닦는지, 앞서 묵은 사람이 흘린 부스러기가 자꾸 발바닥에 붙는다. 짐을 꾸려서 나선다. 오늘은 기장군 일광읍 작은책숲에서 이야기꽃 두걸음을 편다. ‘비’로 비롯해서 ‘빚’고 ‘빛나’는 말길을 풀어내어 들려준다. 스스로 ‘빈틈’을 즐겁게 빗질을 하며 빗살을 담아내기에 빙그르르 웃을 수 있다는 수수께끼를 짚는다. 이러고서 일광바다를 둘러보고, 제비 한 마리 만나고, 보수동책골목으로 건너간다. 엊그제 〈국제신문〉에 ‘아테네학당 책빌딩’ 이야기가 크게 나왔다지.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도 〈아테네학당〉도 책골목에 깃들었으나 두 곳은 정작 ‘헌책·손길책·헌책집·책벌레 이야기’를 여태 아예 안 다루었다고 느낀다. 두 곳을 이끈 분들부터 스스로 “새로운 헌책을 꾸준히 장만해서 오래된 새길을 헤아리는 오늘길”을 안 꾸리고 안 가꾼 탓이라고 본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읽었다. 하나도 안 새로울 뿐더러, 아무 새길이 없고, 그저 판박이로 서로 갈라치고 싸움박질을 일삼으면서 미워하기를 바라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무 말썽이 없으면 안 바꾸게 마련인데, 말썽이 있어서 ‘바꿀’ 적에는 섣불리 ‘갈아엎’지 않게 마련이다. 예부터 모든 살림집에서는 바꾸려고 ‘가꾸’고 ‘일구’었다. 같이 손잡고 땀흘리기에 가꾼다. 함께 어깨동무로 힘쓰기에 일군다. 그런데 놈(사내·남자)이 님(가시내·여자)하고 손을 안 잡고 어깨동무도 안 하기를 바란다면, 둘은 마음을 나눌 틈이 없고, 말을 안 섞을 테니, 그저 그대로 ‘거북하고 싫고 미운’ 티를 물씬 풍기면서 등돌리게 마련이다. 온누리는 틀림없이 바뀐다. 바꾸자고 뜻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지난날 잘잘못을 고스란히 품어서 풀려는 일꾼과 살림꾼과 노래꾼이 있다. 아이들은 노래랑 놀이로 모두 품어서 푼다. 영어를 굳이 안 써야 하지는 않되, 영어를 꼭 써야 할는지 헤아려 보자.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꼭 내세워야 바뀌지 않는다. 아무 이름이 없이 얼마든지 살림짓기와 사랑나눔을 이루면서 새빛으로 어울리면서 함께 즐겁고 아름다이 이 터전을 ‘갈아엎을’ 수 있다.
+
‘미워해서(저주)’ 바꿀 수 있으면, 이 별은 진작 싹 바뀌었다.
네가 늘 거북하기를 빈다 . 그대가 내내 힘들기를 빕니다 . 너는 언제나 성가시기를 바랍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