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7.
《이름 없는 고양이》
다케시타 후미코 글·마치다 나오코 그림/고향옥 옮김, 살림, 2020.4.22.
일고여덟 해를 차곡차곡 쟁인 책더미를 거의 뒤엎었다. “읽은 책” 사이에 파묻힌 “읽을 책”을 끄집어낸다. 집에서 사라진 책을 찾아내고서 먼지를 닦는다. 바로바로 제자리에 놓아야겠다. 낮에 읍내로 과일마실을 가 본다. 이렇게 오른 값보다 앞으로 오를 값이 더 셀 수 있다. 과일값이 껑충껑충할 적에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 생각해 본다. 이웃나라 과일을 사들이는 길은 가장 바보스럽다. 어진 일꾼이라면, 이제라도 길바닥을 까뒤집고서 과일나무를 심으리라. 잿더미(시멘트)를 하나씩 걷어내고서 과일나무를 심을 노릇이다. 《이름 없는 고양이》를 돌아본다. 이웃을 살피지 않는 이들이 으레 쓰는 말이 “이름 없는”이다. 말이 안 된다. 아니, 까놓고 말하자. 말같지도 않다. 이름이 없다면 ‘고양이’는 이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이름을 붙이면서 새롭게 피어나고 반기는 이웃이 있지만, 사람이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모든 풀꽃나무와 숨붙이는 스스로 빛난다. “이름 없는 풀꽃”이 없듯, 이름 없는 목숨붙이란 없다. 골목고양이나 마을고양이나 들고양이라 하면 될 텐데, 너무나 생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생각이 없으니 이름이 없다고 잘못 여긴다. 생각이 있다면 어디에나 흐르는 이름을 보리라. 겨울새는 곧 떠날 듯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