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길을 잃어 2022.10.22.흙.



네가 똑바로 본다면 길은 똑바르겠지. 샛길이 많더라도 둘레가 시끄럽더라도 잔소리꾼이 많더라도 꼬이려는 목소리가 있더라도 넌 네 길을 똑바로 갈 뿐이야. 네가 두리번거린다면 네 길은 엇갈리고 헤매겠지. 샛길이 없더라도 샛길이 있나 하고 찾으려 할 테고, 둘레가 조용하더라도 네 마음을 세우지 못할 테고, 아무도 널 안 꼬드기더라도 그만 주저앉기조차 할 테지. 누구는 길을 잃고, 누구는 새길을 가지. 누구는 걱정이 가득하여 길을 몰라 떠돌고, 누구는 아무 걱정이 없어서 낯선 길조차 두근두근하면서 새롭게 받아들여. 마음을 세우지 않으니 마음을 차츰 잊다가 잃어. 마음이 서지 않아 어느새 사라지기에 자꾸 길을 잊다가 잃는데, 이러기를 되풀이하면서 목숨까지 잊다가 잃지. 하루아침에 잃지 않아. 갑자기 잃지 않아. 날마다 꾸준히 잊어갔기에, 너 스스로 숨빛이 꾸준히 옅어가게 마련이고, 너 스스로 길도 목숨도 버린 셈이야. 그러면 길을 어떻게 찾을까? 먼저 마음을 차분하면서 똑바르게 일으켜세워야지. 마음이 없으면 길을 못 보거든. 마음을 하나하나 세우고서 고요히 바라보렴. 잊다가 잃은 길은 저 멀리 있지 않아. 늘 네 앞이나 곁이나 뒤에 있단다. 길을 잊다가 잃는 까닭이라면, 네가 앞곁뒤를 여태 등돌리면서 먼발치만 바라보았기 때문이야. 눈앞에 있는 길을 안 바라보고 안 느끼는 사람이 먼길을 보거나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 나아가는 길은 늘 스스로 가꾸고 짓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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