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3 사랑



  책을 쥘 적마다 사랑을 어떻게 그리는가 하고 들여다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나 눈빛이 없이 줄거리를 짜는 책은 더없이 따분하면서 부질없는 말잔치라고 느낍니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낱말을 써야 그릴 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낱말을 아예 안 쓰더라도 삶·살림으로 얼마든지 그려내지요. 아이가 누리는 소꿉이며 놀이는 사랑을 바탕으로 삼기에 즐겁습니다. 어른이 짓는 일이며 살림은 사랑을 발판으로 하기에 아름답습니다. 쌀을 씻어서 불릴 적에도 사랑어린 손길이 되려고 합니다. 밥을 짓고 차리고 설거지를 할 적에도 늘 사랑스러운 눈길이 되려고 합니다.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탈 적에도, 또 시골버스나 시외버스나 전철이나 택시를 탈 적에도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되려고 합니다. 글을 쓸 적에도 사랑을 어떻게 그릴까 하고 생각합니다. 글에 ‘사랑’이라는 낱말을 아예 안 쓰더라도 삶을 가꾸고 살림을 나누는 하루를 노래하듯 담아낼 적에 저절로 사랑스레 흐르기 마련입니다. 둘로 가른다기보다 ‘사랑’을 보려고 합니다. 이래야 하거나 저래선 안 된다는 틀이 아닌 ‘사랑’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이랑 노는 어버이라면 사랑이고, 풀꽃나무를 쓰다듬는 손빛이라면 사랑입니다. 사랑은 노상 스스로 샘솟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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