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시공 청소년 문학 42
카롤린 필립스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푸른책시렁 143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카롤린 필립스

 김영진 옮김

 시공사

 2011.2.15.



카타리나가 속삭였다. “이제 다들 슬슬 돌아가려나 봐. 너, 우리 집에 있고 싶으면 여기 그냥 가만있어. 내가 가서 잠들었다고, 그냥 우리 집에서 자게 두라고 전할게.” (30쪽)


크리스티안은 창밖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코스프레가 뭔지 아빠에게 설명하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왜 그렇게 요란스럽게 변장을 하는 건지, 전혀 해롭지도 않은 걸 가지고 시비를 거는 고리타분한 어른들에게 벌써 수백 번도 더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130쪽)


선생님을 찾아갈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위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토비아스를 위해서였다. 이 일에 마침내 종말을 고하자면 가정을 무너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만 했다. (206쪽)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면, 둘레에 사랑을 흩뿌리는 삶을 짓는다고 느낍니다. 사랑을 못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면, 저는 사랑을 못 받았어도 둘레에 사랑이 피어나도록 애쓰는 삶을 짓기도 하지만, 그만 사랑이 없는 눈길이나 손길로 둘레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눈앞에서 마주하는 아이를 어떤 눈길하고 손길로 마주해야 할까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랐든 사랑을 못 받으며 자랐든, 어떻게 하루를 짓고 아이를 마주해야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카롤린 필립스/김영진 옮김, 시공사, 2011)는 책이름대로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은 아이가 드디어 입을 떼고 새로 일어서려고 하는 삶길을 다룹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는 어릴 적부터 사랑다운 손길이나 눈길을 거의 못 받습니다. 사랑스러운 손길이나 눈길을 거의 받은 적이 없기에 ‘무엇이 사랑이요’, ‘무엇이 사랑이 아니요’ 하는 갈랫길을 몰라요.


  받은 적 없는 사랑을 어떻게 알까요? 그리고 ‘받은 생채기’가 생채기인 줄 어떻게 알아챌까요?


  책에 흐르는 줄거리를 짚어 보면, 둘레에서 이 아이를 멋모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차분히 기다리면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다만, 멋모른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훨씬 많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겉모습이나 겉몸짓만으로 아이를 바라보기 쉬우니까요.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비로소 입을 떼어 말하도록 하자면, 다그치거나 닦달할 수 없습니다. 더 깊이 아끼고, 더 부드러이 어루만지고, 더 따스히 사랑하는 손길이자 눈길이 되어야 해요.


  입을 다문 아니는 입을 다물고 싶어서 다물지 않아요.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를 배운 적이 없을 뿐입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도 배운 적이 없을 뿐입니다.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가를,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도무지 생각할 수 없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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