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공하다 空


 공하게 생긴 돈 → 그냥 생긴 돈 / 거저 생긴 돈 / 문득 생긴 돈

 공하게 들어왔으면 → 그냥 들어왔으면 / 거저 들어왔으면


  ‘공하다(空-)’는 “얻거나 생긴 물건에 대하여 그것을 얻거나 그것이 생길 만한 값이나 힘을 들인 것이 없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냥’이나 ‘거저’나 ‘문득’으로 고쳐씁니다. 때로는 ‘덧없다’나 ‘부질없다’나 “텅 비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ㅅㄴㄹ



나도 물든 단풍을 볼 때마다 삶도 죽음도 다 공空하다는 걸 실감한다

→ 나도 물든 잎을 볼 때마다 삶도 죽음도 다 덧없는 줄 깨닫는다

→ 나도 가을잎을 볼 때마다 삶도 죽음도 다 부질없는 줄 깨닫는다

→ 나도 가을물을 볼 때마다 삶도 죽음도 다 아무것이 아닌 줄 느낀다

→ 나도 가을빛을 볼 때마다 삶도 죽음도 다 텅 빈 줄 느낀다

《모든 것을 사랑하며 간다》(박노자·에를링 키텔센, 책과함께, 2013) 25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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