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처하다 處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 → 사라질 수 있는 들짐승
위기에 처하다 → 고비를 맞다 / 수렁에 빠지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다 → 생각지 못한 어려운 일이다
힘든 역경에 처했지만 → 힘든 고비에 놓였지만 / 힘든 가싯길에 빠졌지만
살인범을 사형에 처했다 → 살인범을 사형했다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 따끔히 다스리기로 했다
‘처하다(處-)’는 “1. 어떤 형편이나 처지에 놓이다 2. 어떤 책벌이나 형벌에 놓이게 하다”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처지(處地)’는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이라 하니, 돌림풀이입니다. ‘처하다’는 언뜻 ‘놓이다’로 손볼 만하지 싶은데, 흐름을 살펴 ‘빠지다’나 ‘맞다’로 손본다거나 아예 덜어낼 수 있어요. ‘닥치다’나 ‘겪다’로 손보아도 되지요. 이를테면 “어려움에 처하다”는 “어려운 일을 닥치다”나 “어려운 일을 겪다”로 손볼 만합니다. 2018.4.22.해.ㅅㄴㄹ
자신들의 부주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 저희가 잘못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니
→ 저희가 잘못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렁에서 헤맨다고 생각하니
《체르노빌의 아이들》(히로세 다카시/육후연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6) 29쪽
보금자리를 잃은 생물들이 처하게 될 운명은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다
→ 보금자리를 잃은 목숨이 놓일 삶은 누구나 쉽게 헤아릴 수 있다
→ 보금자리를 잃은 목숨이 어찌 될는지는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다케타즈 미노루/김창원 옮김, 진선books, 2008) 93쪽
너처럼 힘든 일에 처한 사람을 도우면 되제
→ 너처럼 힘든 일에 닥친 사람을 도우면 되제
→ 너처럼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을 도우면 되제
→ 너처럼 힘든 사람을 도우면 되제
《옥상에서 보는 풍경 1》(정송희, 새만화책, 2009) 85쪽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에 처한 이라크 사람들
→ 가난하고 어려운 삶에 놓인 이라크 사람들
→ 가난하고 어려운 삶이 된 이라크 사람들
《평화를 심다》(바바 치나츠/이상술 옮김, 알마, 2009) 111쪽
서점이 처한 여건에 따라 매장도 달라진다
→ 책집이 있는 곳에 따라 모습도 달라진다
→ 책집 자리에 따라 차림새도 달라진다
→ 책집 터전에 따라 꾸밈새도 달라진다
《동네서점》(다구치 미키토/홍성민 옮김, 펄북스, 2016) 34쪽
어느 개인에 대한 이해는 그가 처한 처지와 그 개인을 함께 고려해서
→ 어느 개인을 이해하려면 그가 놓인 자리와 그 사람을 함께 살펴서
→ 어느 한 사람을 알려면 이이가 선 자리와 이 사람을 함께 헤아려서
→ 누구를 알려면 이 사람 삶을 함께 생각해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신영복, 돌베개, 2017) 37쪽
각자 처한 환경이나 문화, 생활 양식에 따라
→ 저마다 사는 터나 삶, 살림살이에 따라
→ 사람마다 삶터, 삶, 살림살이에 따라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최원형, 철수와영희, 2017) 5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