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각의 제국 -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문동현.이재구.안지은 지음 / 생각의길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봤을 때는 예전에 나왔던 일본의 야한 영화 제목이 연상되어 뭔지 수위 높은 얘기가 있을지 착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순수하게 감각과 공감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책이었는데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감각의 실체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먼저 감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얘기로 시작하는데,
흔히 말하는 오감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전혀 생각도 못할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을 앓고 있는 한별이의 사례를 보면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절감할 수 있었는데,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어셔 증후군,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 등
감각기관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모든 감각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는 게
축복받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소망임을 안다면 우리가 좀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명체는 생존하기 위해 감각해야 하므로 감각의 역사는 생명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통설 기준으로 하면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 것이 약 39억 년 전이니까 감각의 역사도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초의 감각은 접촉을 통해 화학적 정보을 얻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의 감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은 캄브리아기에 눈의 탄생으로 비롯되는데,
이때부터 생태계에 막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캄브리아기 초 혼자 눈을 뜬 삼엽충이 닥치는 대로 먹이를 독식하며 생존경쟁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한 것처럼, 눈의 탄생 이후 생물의 세계는 생존을 위한 진화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이런 감각은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뇌는 특정 감각들에 장애가 있으면
결핍한 감각들을 보충해주기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감각정보의 영역을 바꾸기도 한다.
뇌와 감각은 이렇게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기에 태아 시기부터 출생 후 2년 간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지능은 물론 공감 능력의 발달 여부가 좌우되었다.
요즘 각종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 중에 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라 불리는 자들을 보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게 그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애들한테 외국어를 비롯해 각종 지식과 재능을 키워주는 데는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데는 무관심한 부모와 세상이
나중에 자기밖에 모르고 남의 고통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괴물들로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선 아이들에게 공감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방법으로 역할놀이와 예술작품 감상,
새로운 체험에 뛰어드는 것을 제시한다. 공감 능력이 바로 인류가 무리를 지어 생활할 수 있게 하면서
다른 동물이 이뤄내지 못한 문명을 만들어냈다는 제러미 리프킨의 말처럼, 공감 능력은 위대한
사피엔스의 유산임을 이 책을 잘 보여주었는데 공감이 부족한 시대에 여러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각자의 공감 능력의 회복이 절실함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