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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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전문사기단에서 활약하던 도모키와 다케하루 형제는 큰 건을 성공하고

배당금을 나누던 순간 점장인 샤모토에게 보이스피싱을 기획하는 아와노가 자신은 못 간다며

'레스틴피스'라는 말을 남겼다는 소리를 듣자 도모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방화문쪽으로 피했다가 경찰의 급습에 잡히지 않고 간신히 도망친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 도모키 형제에게 아와노는 새로 시작할 유괴 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는데...

 

이 책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범인에게 고한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시즈쿠이 슈스케가

이번에는 보이스피싱과 유괴를 혼합한 새로운 범죄사업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업체의 작업을 보면 어느 전문조직 못지 않게 업무를 전담하면서

고도의 사기술을 발휘하는 데 정상적인 일을 저렇게 하면 어느 분야라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 수법들이 점점 진화되고 있어서 조금만 방심하면 속기

십상이었다. 내가 전화를 받았을 때도 내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먼저 인터넷으로 신고부터 하라며 검찰청사이트라면서 이상한 주소를 불러주면서 접속하도록

유인하던데 제대로 정신을 안 차리면 금방 넘어가서 하라는 대로 할 뻔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암튼 마치 보이스피싱 업계에 몸을 담았던 것처럼 범죄수법을 리얼하게 재현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 '오레오레'라는 책에서도 대략 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했지만 이 책에선 개인정보를 사들이는 것부터 피해자 아들의 회사 동료, 변호사, 신문기자로

각각 역할을 나누어 귀신에 홀리는 것처럼 피해자를 몰아붙여 완벽하게 속이는데 왠만한 사람은 당할 재간이 없을 것 같았다. 겨우 내부자였던 사람의 제보에 의해 보이스피싱 일당을 어느 정도

일망타진하지만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아와노와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도모키를 놓치면서 이들에게

로운 범죄를 시도할 기회를 준다. 범죄기획에 일가견이 있던 아와노는 기존의 유괴범죄에

보이스피싱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유괴사업을 창업하여 도모키 형제를 끌어들이고 바로 영업을

개시한다. 한 번 리허설을 거친 후 아이와 아버지를 동시에 납치한 후 아버지만 풀어줘서 거래에

응하게 하는 등 창조유괴사건을 일으키자 보이스피싱 사기단 소탕을 지휘하던 현경 특별수사대

특별수사관 마키시마가 사건을 맡아 그동안 재정비한 전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여기서 자칭 대일본유괴단과 아들을 구하기 위해 경찰을 속이고 범인들의 거래에 응할지 갈등하는

유괴된 소년의 아버지와 그의 비서, 그리고 마키시마가 이끄는 특별수사대 사이의 치열한 밀당(?)이

벌어지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절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점점 긴장감을 높여갔다. 

전편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다양한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사실감 넘치는 범죄와 수사과정이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었는데 마지막까지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제목으로 쓰인 립맨은 정말 범죄의 천재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범죄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면서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냉정한 캐릭터면서 일이 틀어질 것 같으면 'Rest in peace'를

날리며 사라지는 모습이 섬뜩한 느낌마저 주었다. 저런 인물이 실제 있다면 정말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갈 것 같은데 왠지 후속작에도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키시마 수사관은 경찰조직의 알력 속에서도 꿋꿋하게 소신껏 수사를 해나갔는데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논리로 늘 부당한 대우를 당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이 책에서도 전작에 못지 않는 리얼한 사건 묘사와 경찰과 범인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순식간에 소화해낼 수 있었는데 경찰소설에 있어 저자의 탁월한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기발한 범죄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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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술의 모든 것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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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끔씩이나마 미술 관련 서적들을 통해 나름의 안목과 지식을 기르고 있는

중인데 대부분 특정한 주제로 관련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들이라 미술 전반의 역사에 대한 개론서를

보면 좀 더 미술사의 큰 흐름과 체계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차에 딱 제격인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동양미술도 당연히 역사와 전통이 있고 우리 선조들의 작품도 포함되니까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에게 더 친숙한 것은 서양미술이 아닐까 싶다. 방대한 서양미술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부터 시작해서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신표현주의 미술까지 최신 현대미술까지를 총망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요 작품들을 컬러사진으로 싣고 있어서 왠만한 미술교과서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원시 사회와 고대국가 형성기 미술, 고대 그리스 미술, 중세와 근대 이행기 미술, 근대 미술, 현대 미술의

다섯 시대로 크게 구분하여 당대의 미술사조가 어떠했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변천했는지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다. 구석기 시대의 그림이

원시 공동체라는 사회적 특징을 반영한다면 신석기 시대의 미술은 사실성과 상징성의 조화를 추구했다.

솔직히 고대미술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시대별, 국가별 경향과 주요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해설해놓아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사실 그냥 보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상세한 설명으로 작품들의 가치와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의 미술솜씨가 점점 좋아져 인체나 움직임의 묘사력이 날로 발달했다.

과장되거나 이상화된 모습에서 자연스럽고 역동적이며 사실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것으로 진화되었는데

중세에 이르러선 모든 분야가 종교의 지배하에 있다 보니 미술의 소재도 온통 종교로 도배된다.

르네상스 시대에 오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와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얼마 전에 읽은

'당신이 알지 못했던 걸작의 비밀'에도 다뤄졌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시작으로 거장들의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이후 바로크, 로코코 미술 등을 거쳐 근대 미술에 접어들어서는 좀 더

자유분방한 소재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인상주의 미술을 필두로 한 현대 미술에서는 사실주의,

입체주의, 표현주의 등 우리가 미술시간에 배운 여러 사조들을 대표작 중심으로 잘 정리했다.

이 책 한 권을 보고 나니 대략이나마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었고 다양한 작품들을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았는데 서양미술사 전반을 정리하는 교양미술서로서는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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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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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처럼 빅 히스토리를 다룬 책들을 읽을 때마다 방대한 우주나 지구의 역사를 한 권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대부분 역사의 큰 줄기 위주로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핵심만을 요약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도 46억 년의 지구의 역사를 짧지만 우아하게 말하는, 부제처럼 농담처럼 말하지만 저자 나름의

주관과 관점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주제별로 역사를 살펴보고 있는데, 역사가 결정된

대전환의 순간들이나 인류 역사에 남을 도시, 인류 역사를 바꾼 영웅 등 각 테마별로 저자의 개인적

관점에 따라 장대한 역사 속에서 선별된 내용들을 들려준다. 첫 번째 주제인 역사가 결정된 대전환의

순간들로는 여러 사건들이 떠오르지만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지 않을 인지혁명을 거론한다.

뇌 속의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인간의 뇌 속에서 네트워크화가 이뤄지면서 다른 동물과는 다른

능력을 갖게 되었는데 저자의 얘기를 듣고 보면 당연히 첫 번째로 언급해야 할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농업혁명은 당연히 손꼽힐 사건이지만 결정적 순간 TOP 10에는 민족 대이동이나 흑사병 창궐로 인한

백지 상태 등 좀 의외의 후보들도 선정이 되었다.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인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균형잡힌 시각을 기대하긴 어려웠는데,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임을 밝혔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면 오히려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한편 인류 역사를 바꾼 영웅으로 선정한 인물들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은 인물들이 많았는데,

특히 고대 후기 팔미라를 통치한 알자바, 사막의 여왕 제노비아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인물이었다.

그 외에 모세, 바울, 마르틴 루터 등 기독교와 관련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가장 엉뚱한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닐까 싶다. 저자의 분야별 TOP10은 왠지 존 쿠삭이 주연한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거쳐 간 전 여자친구 TOP5를 선정하는 것 같은

코믹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류 역사를 바꾼 발명품 TOP10에 코카콜라를 넣지 않나 인류 역사상

억울한 악당과 일그러진 영웅을 선정하는 등 기존의 역사를 보는 관점과는 다른 나름 신선한

시선으로 역사를 조망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까지 시종일관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역사를 자유자재로 요리해냈는데 너무 진지하고

엄숙하게만 접근했던 역사를 가벼운 농담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풀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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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지 못했던 걸작의 비밀 - 예술작품의 위대함은 그 명성과 어떻게 다른가?
존 B. 니키 지음, 홍주연 옮김 / 올댓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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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이라는 기준을 과연 누가 정하는가 하는 의문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판단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 같은데 순수한 천재성과

독창성, 표현력으로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게 걸작이란 명예가 부여된다.

하지만 현재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탄생과 동시에 걸작의 반열에 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진 않다.

이 책은 이집트의 대스핑크스를 시작으로 인류 역사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걸작 20편이

어떻게 걸작이 되었는지 그 배경에 숨겨진 다양한 얘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첫 테이프를 끊은 대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 신화에 등장하는 등 여러 전설들로 유명하지만

국제적인 관심을 얻게 된 것은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돌아온 후였다. 

스핑크스와 함께 이집트를 대표하는 유물인 피라미드와 관련해선 각종 저주담들이 떠돌고 있는데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에서도 다뤄졌지만 이 책에서는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겪은 불행을 미라의 저주로 치부하기는 어려움을 잘 보여주었다.

이집트의 대표 유물들은 정치적인 용도로 자주 해외 순례길에 올랐는데 이 책에서 선정된 여러 걸작들이 

전세계 팬들에게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극도의 보안 속에 종종 해외여행을 떠났다. 벨베데레의 아폴로처럼 명성이 점점 하락세에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처럼

작가 생전에는 빛을 못 보다가 사후에 각광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는 도난사건이 있었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루부르 박물관에

갔을 때도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특별 대접을 받고 있던 '모나리자'는 애초에는 많은 사랑을 받거나

세계적으로 알려 있지도 않았는데 여러 사람들이 언급을 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1911년에 일어난 도난사건은 단숨에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요즘도 그렇지만 사건사고로 언론에 노출되는 순간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명성을 얻게 되는데 '모나리자'가 딱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악평도

유명세를 타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출품되었을 때

받은 비난은 나중에 오히려 그의 선구자적 입지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 중에

과연 걸작인가 싶을 정도로 낯선 작품도 적지 않았는데 렘브란트의 '호메로스의 흉상을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다른 작품보다 덜 유명한 게 아닌가 싶었고,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이나

도로시아 랭의 '이주민 어머니'는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진가를 알게 된 작품들이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예술작품들이 걸작이 되거나 유명세를 얻게 되어 고가로 거래되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아기자기한 다양한 사연들을 만나볼 수 있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작품들과 좀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현재 우리가 걸작이라 평가하는

작품들도 한때 평범한 작품으로 취급받은 적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평가와 인기가 후세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은데, 과연 어떤 작품들이 계속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떤 작품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며, 어떤 작품들이 새롭게 부각될 것인지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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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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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장기 불황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생활고에 힘겨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이 실직하면 각종 문제와 갈등으로 가정이 붕괴되고

결국 각종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쉬운데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황과 실업난에 허덕이는 전세계적인 문제인데 이를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을 책으로 만나기는 생각보단 쉽지 않다. 아무래도 답답한 현실을 책으로까지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사람들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실직한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준다. 실직한 사람이 겪는 고통과 세상에 대한 원망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지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면 기발하기까지 하다.

 

제지회사에서 23년간 근무했던 버크 데보레는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여기저기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지만 2년이란 세월이 그냥 흘러가 버린다. 2년 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끝에 버크는

취업을 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을 떠올리는데 자신보다 유능한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가짜로 제지회사의 구인광고를 낸 후 자신보다 나은 이력을 가진 6명의 후보자를 추린 버크는

한 명씩 차례로 없애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연쇄살인범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충격적인데 아무리 취업이 간절하다고 해도 그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버크가 완전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 대상은 비교적 쉽게 처리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아서 목표물이 아닌

대상까지도 죽이게 된다. 자기가 저지른 짓에 스스로도 놀라지만 한 번 시작된 계획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재취업이 절실하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실직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 연쇄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능가했기에 6명의 경쟁자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1명까지 없애는 걸 막지 못했다. 

연쇄살인범이라고 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정도는 되는 특별한 인간들이나 가능한 일로

여겼지만 이 책을 보면 누구나 자신이 처한 극한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연쇄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나마 6명 중 한 명이 다른 분야에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버크의

데스노트에서 벗어난 게 다행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대사회에서 기계부속품처럼 언제라도 필요

없다고 버려질 수 있은 샐러리맨들의 비애를 극단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었다. 경쟁자가 사람인

시대에는 버크의 방법이 통할 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직장을 잃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씁쓸한 질문이 여운으로 남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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