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처럼 장기 불황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생활고에 힘겨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이 실직하면 각종 문제와 갈등으로 가정이 붕괴되고

결국 각종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쉬운데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황과 실업난에 허덕이는 전세계적인 문제인데 이를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을 책으로 만나기는 생각보단 쉽지 않다. 아무래도 답답한 현실을 책으로까지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사람들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실직한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준다. 실직한 사람이 겪는 고통과 세상에 대한 원망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지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면 기발하기까지 하다.

 

제지회사에서 23년간 근무했던 버크 데보레는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여기저기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지만 2년이란 세월이 그냥 흘러가 버린다. 2년 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끝에 버크는

취업을 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을 떠올리는데 자신보다 유능한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가짜로 제지회사의 구인광고를 낸 후 자신보다 나은 이력을 가진 6명의 후보자를 추린 버크는

한 명씩 차례로 없애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연쇄살인범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충격적인데 아무리 취업이 간절하다고 해도 그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버크가 완전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 대상은 비교적 쉽게 처리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아서 목표물이 아닌

대상까지도 죽이게 된다. 자기가 저지른 짓에 스스로도 놀라지만 한 번 시작된 계획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재취업이 절실하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실직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 연쇄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능가했기에 6명의 경쟁자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1명까지 없애는 걸 막지 못했다. 

연쇄살인범이라고 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정도는 되는 특별한 인간들이나 가능한 일로

여겼지만 이 책을 보면 누구나 자신이 처한 극한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연쇄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나마 6명 중 한 명이 다른 분야에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버크의

데스노트에서 벗어난 게 다행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대사회에서 기계부속품처럼 언제라도 필요

없다고 버려질 수 있은 샐러리맨들의 비애를 극단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었다. 경쟁자가 사람인

시대에는 버크의 방법이 통할 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직장을 잃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씁쓸한 질문이 여운으로 남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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