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지 못했던 걸작의 비밀 - 예술작품의 위대함은 그 명성과 어떻게 다른가?
존 B. 니키 지음, 홍주연 옮김 / 올댓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걸작이라는 기준을 과연 누가 정하는가 하는 의문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판단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 같은데 순수한 천재성과

독창성, 표현력으로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게 걸작이란 명예가 부여된다.

하지만 현재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탄생과 동시에 걸작의 반열에 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진 않다.

이 책은 이집트의 대스핑크스를 시작으로 인류 역사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걸작 20편이

어떻게 걸작이 되었는지 그 배경에 숨겨진 다양한 얘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첫 테이프를 끊은 대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 신화에 등장하는 등 여러 전설들로 유명하지만

국제적인 관심을 얻게 된 것은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돌아온 후였다. 

스핑크스와 함께 이집트를 대표하는 유물인 피라미드와 관련해선 각종 저주담들이 떠돌고 있는데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에서도 다뤄졌지만 이 책에서는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겪은 불행을 미라의 저주로 치부하기는 어려움을 잘 보여주었다.

이집트의 대표 유물들은 정치적인 용도로 자주 해외 순례길에 올랐는데 이 책에서 선정된 여러 걸작들이 

전세계 팬들에게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극도의 보안 속에 종종 해외여행을 떠났다. 벨베데레의 아폴로처럼 명성이 점점 하락세에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처럼

작가 생전에는 빛을 못 보다가 사후에 각광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는 도난사건이 있었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루부르 박물관에

갔을 때도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특별 대접을 받고 있던 '모나리자'는 애초에는 많은 사랑을 받거나

세계적으로 알려 있지도 않았는데 여러 사람들이 언급을 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1911년에 일어난 도난사건은 단숨에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요즘도 그렇지만 사건사고로 언론에 노출되는 순간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명성을 얻게 되는데 '모나리자'가 딱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악평도

유명세를 타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출품되었을 때

받은 비난은 나중에 오히려 그의 선구자적 입지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 중에

과연 걸작인가 싶을 정도로 낯선 작품도 적지 않았는데 렘브란트의 '호메로스의 흉상을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다른 작품보다 덜 유명한 게 아닌가 싶었고,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이나

도로시아 랭의 '이주민 어머니'는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진가를 알게 된 작품들이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예술작품들이 걸작이 되거나 유명세를 얻게 되어 고가로 거래되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아기자기한 다양한 사연들을 만나볼 수 있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작품들과 좀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현재 우리가 걸작이라 평가하는

작품들도 한때 평범한 작품으로 취급받은 적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평가와 인기가 후세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은데, 과연 어떤 작품들이 계속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떤 작품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며, 어떤 작품들이 새롭게 부각될 것인지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