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사전 -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한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후타마세 도시후미 지음, 토쿠마루 유우 그림, 조민정 옮김, 전영범 감수, 나카무라 도시히 / 그린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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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우주를 다루는 천문학은 학교 다닐 때 지구과학이라는 과목으로 다뤄졌지만 솔직히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우주 속으로 걷다''한 권으로 충분한 우주론' 등을 통해 우주와의

관계를 미약하나마 계속 유지하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여전히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실감할 뿐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우주와 관련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로운데

무엇보다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했다는 점이 그동안 실패했던 우주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여러 가지 천체', '태양과 달과 지구', '태양계의 친구들', '항성의 세계', '우리 은하와

은하 우주', '우주의 역사', '우주와 관련된 기초 용어'의 7장에 걸쳐 천문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나름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항성, 행성, 위성의 개념 차이를 비롯해

혜성(태양의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 중에서, 태양에 가까워지면 꼬리를 만들어 내는 것)과 유성(혜성이

흩뿌린 티끌이 지구 대기 중으로 들어와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온도가 높아져 밝게 빛나는 현상)

정확한 의미도 알게 되었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우주를 연구한 철학자와 과학자의 업적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빅뱅이론을 제창한 가모브까지를

다루고 있다. 항상 제자리에 있는 별이라는 의미의 항성에 속하는 태양이 자전한다는 사실이나

달이 지구에 늘 같은 면만 보이는 이유가 달이 약 27일에 한 번 공전하는 동안 정확히 한 번 자전하기

때문이라는 사실 등 그동안 기본적인 사실조차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달의 기원을 둘러싼 여러 학설이나 태양계 형성에 관한 그랜트 택 가설, 우주

탄생과 관련한 빅뱅 이론 이외에 급팽창 이론이나 무경계 가설 등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내용도

적지 않았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생소한 이론들과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나와 아무리 그림이

있어도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선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 사전이라는 게 원래 그때 그때

필요할 때 찾아보는 것처럼 이 책도 천문학 관련한 내용이 궁금할 때 찾아봐야 하는 책일 것 같았다.

그래도 그나마 떨어졌던 천문학에 대한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나름 의미가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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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Novel Engine POP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
이카다 가쓰라 지음, U35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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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존재감이 없는 고3 남학생 이이지마 야스키는 산속 교육센터에서 여는 여름 합숙에 참가했다가

밤중에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가는 데 당첨이 되어 갔다 오는 길에 학교에서 인기녀인 기타오카가

샌들이 끊어져 곤란해하는 상황을 자기 운동화를 빌려줘서 도와주는데...

 

얼마 전에도 라이트 노벨 계열의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를 나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나도 모르게 훨씬 어려진 느낌이 들 정도가 되었다. 오타쿠로 오해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남학생과 학교에서 잘 나가는 인기 있는 여학생 사이의

로맨스물이라고 하면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두 사람이 펼쳐가는 아슬아슬한

밀당(?)이 청소년 로맨스 특유의 재미를 주었다. 여름 합숙에서 이이지마로부터 도움을 받은 기타오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이지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운동화를 돌려주는 걸로 시작해서 전혀

소통이 없던 두 사람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는데, 기타오카의 이름이 에마여서 알고 보니 

에마뉘엘 베아르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 '천사와 사랑을'에 나왔던 엠마누엘 베아르는 그야말로 딱

천사 역할에 제격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초절정 미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은 물론 외모도 닮았다고

하니 기타오카 에마의 미모도 왠만한 배우로는 소화가 불가능할 듯 싶었다. 이런 책이 히트를 치면

보통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곤 하는데 캐스팅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았다. 참고로

엠마누엘 베아르가 나왔던 '천사와 사랑을'에서 또 한 명의 하이틴 스타 출신의 여배우가 나왔는데

80년대 책받침 3대 여신 중 한 명이었던 피비 케이츠가 엠마누엘 베아르에게 전혀 상대가 안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녀의 미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 같다. 암튼 엠마누엘 베아르 때문에 얘기가 

엉뚱한 데로 샜는데 이이지마와 기타오카는 수요일에 학원을 다니는 걸 기화로 학원 끝나고

같이 지하철을 타면서 학교 밖에서는 많이 친해진다. 하지만 자존감 제로인 이이지마는 인기녀인

기타오카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기타오카가 보내는 신호에

계속 엉뚱한 반응만 보여 기타오카의 화를 돋구는데...

 

두 사람이 엮어가는 알콩달콩한(?) 밀당은 풋풋한 청춘들의 전형적인 사랑스런 줄다리기로 보였는데

현실에선 과연 이런 관계가 이뤄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에서도 존재감 없는 남학생과 인기 좋고 예쁜 여학생 사이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데 거의 공식처럼 이런 설정을 하는 건 이런 설정이 먹힌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라이트 노벨의 주고객층이 여학생들로 짐작했는데 상투적인 설정들로 봐서는 왠지

여친 없고 인기 없는 남학생들이 주고객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암튼 매주 학원을 마치고 같이

지하철을 타게 되면서 이이지마와 기타오카의 관계는 요즘 말로 썸을 타는 관계처럼 보이는데 눈치

없는 이이지마는 설마 기타오카가 자기처럼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 관심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구기대회에서의 해프닝이나 기타오카의

친구 구미코를 알게 되면서 겪는 묘한 질투심, 문화제에서 기타오카의 아픈 첫사랑의 얘기를 듣게 

된 일 등 두 사람 사이에는 하나 둘 사연이 쌓이고 지하철에서의 치한 트라우마가 있던 기타오카의

손을 이이지마가 잡아주면서 두 사람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듯 하지만 또다시 오해가 생기면서

애매한 결말을 맺고 만다. 사실 이 책의 마무리는 거의 절정에 도달하는 시점에 왠지 쓰다 만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는데 작가의 후기를 보면 문고 한 권 분량의 제약 때문이라고 하지만

16부작 드라마를 15편까지만 보다 만 그런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과연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결말을 맺었을지, 정말 마지막 장면 그걸로 끝인지 하는 진한 여운을 남겼는데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아기자기한 전개는 나름 청춘 로맨스물 다운 면모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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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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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미오리 일당에게 부당한 따돌림을 당하던 고코로는 학교를 가지 않기 시작하면서 집에만

있는 날이 계속되던 중 어느 날 자기 방에 있던 전신거울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나오자 거울에

손을 댔다가 낯선 공간으로 빨려들어가고 그곳에서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환영인사를 받는데...   

 

2018년 서점대상에 빛나는 이 책은 전에 작가의 '츠나구'를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일본의 사회문제라 할 수 있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를 판타지적

내용으로 엮어내고 있다. '이지메'란 집단 따돌림의 원조국가답게 이에 따른 등교거부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코로를 비롯해 7명의 아이가 거울 속 외딴 성에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아 오게 되는데 내년 3월 30일까지 성 안에 있는 소원을 이뤄주는 열쇠를 찾으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이룰 수 있다며 늑대가면 소녀는 외딴 성의 여러 가지 규칙을 알려준다. 매일 성이 열리는 시간은

일본 시간으로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이고 그 시간까지 거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데 한 명만 벌칙을 받아도 전원 연대책임을 진다는 황당무계하면서도 섬뜩한 얘기를

들려준다. 초대를 받은 7명은 모두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거울 속 외딴 성에

자주 모이면서 친해지게 되는데 열쇠를 찾아서 소원을 이루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외딴성을 집에서

벗어난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하와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리온을 제외한 6명 모두가 유키시나 제5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해가 바뀌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1월 10일에 6명 모두 등교하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요즘은 학교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집단 따돌림 등으로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우리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일본 정도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 속에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보장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교육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학교는 문제만 생기면 감추려고 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 학생도 문제가 있는 걸로 몰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믿을 수 없는 학교와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주변의 시선에 자연스레 등교거부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고코로의 경우에도 자신을 따돌린 아이들은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본인만 학교를 안 가는 상황에서 학교에선 고코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처하다 보니 학교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그나마 고코로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 주는 기타지마 선생님같은 사람이

있어서 고코로는 다른 5명의 아이들과 함께 등교를 감행하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에선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딱 느낌이 왔었는데 뭔가 묘하게 어긋났던

부분들의 원인이 뭔지 금방 짐작했지만 책에선 마지막에 가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아키가 규칙을

어기고 다섯 시가 넘어서도 돌아가지 않으면서 늑대가 출몰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동화

'빨간모자' 속 늑대가 출현하는 듯 싶었지만 비밀을 알아챈 고코로가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구해낸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에게 그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는데 우리의 학교교육의 현실에선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그래도 기타지마 선생님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등교 거부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판타지를 섞어 절묘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츠나구'에서도 느꼈지만 츠지무라 미즈키는 판타지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감동적인 작품을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서점대상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얘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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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인간의 마음을 울리는 사랑
빅토르 위고 지음, 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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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최소한 장발장이란

이름은 알 것 같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완역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어릴 때 아동용으로 읽은 기억만 있지 현재 출판되고 있는 5권짜리는 분량이 많아 솔직히 엄두가

안 나고 전에 봤던 영화 '레 미제라블'을 통해 대략의 줄거리는 다시 복습한 상태인데 이번에 비록

한 권으로 단권화한 책이지만 성인이 되어 읽어보는 거라 기분이 남달랐다.

 

얘기는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플뤼메 거리의 목가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 '장발장'의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익히 잘 아는 바와 같이 19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장발장이 전과자인

자신을 아무도 재워주지 않으려 하자 비엥브뉘 주교의 배려로 하룻밤을 신세지고도 은그릇과 촛대를

훔쳐 달아나다가 붙잡혀 오는 얘기로 시작한다. 굶고 있는 일곱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치다가

체포되어 5년형을 선고받고 이후 몇 년의 탈옥으로 최종 19년을 복역한 후 바깥 세상으로 나온 장발장을

맞이하는 건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냉대뿐이었다.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 훔쳤을 뿐인데 그가

치뤄야 했던 가혹한 대가와 죄보다 더한 죄값을 치르고 나온 현재의 냉혹한 세상 인심을 보면서

장발장에게 남은 건 오직 세상에 대한 복수심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일하게

선의를 베푼 비엥브뉘 주교마저 배신하고 교회의 값비싼 물건을 훔쳐나가지만 주교는 헌병에게

잡혀온 그에게 자신이 모두 준 것이며 촛대도 가져가라고 한다. 주교의 용서, 아니 사랑과 구원의

손길에 장발장은 큰 감명을 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흑진주 제조법을 개발하여 큰 돈을 번

마들렌이 되어 몽트뢰유시의 시장까지 된 그는 많은 자선을 베풀어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지만

그런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자베르 경위였다. 마들렌 시장이 장발장임을 직감한 그는

시청에 고발까지 하지만 마침 샹마티외라는 남자가 장발장으로 오인되어 체포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마들렌 시장 아니 장발장은 샹마티외가 자기 대신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그동안 쌓았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과거의 끔찍했던

장발장의 신세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사실 자기가 그런 상황을 만든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자기 대신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할 것 같은데 스스로 나서서 오욕을 뒤집어쓴다는 게 왠만한 사람은

절대 할 수 없을 일임에도 이미 옳은 삶을 살기로 결심한 장발장은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다. 

장발장은 다시 체포되지만 장기를 살려 탈출에 성공하고 팡틴이 죽기 전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던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의 손아귀에서 구출해내서 이후의 삶은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코제트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마리우스와 밀당 등

잘 몰랐던 부분들과도 만나게 되었는데 1832년 6월 항쟁의 격동기에 이들의 운명적인 재회가 이뤄진다.

여기서도 장발장은 그냥 가만 있으면 될 것을 굳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무리수(?)를 둔다. 

그의 결벽증적 진실함에 또다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지만 결국엔 그의 위대한 헌신과 사랑이

밝혀지면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비록 한 권으로 압축된 책이긴 했지만 성인이 되어서

처음 읽었기 때문에 그런지 '레 미제라블'의 큰 줄기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는 장발장이란 인물의 인생역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함께 격동기의 프랑스의 상황을 잘 보여주면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임을 실감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5권짜리

완역본을 제대로 읽어보면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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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대통령의 위트 - 조지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까지: 1789~2000, 미국 대통령들의 재기 넘치는 명코멘트와 일화
밥 돌 지음, 김병찬 옮김 / 아테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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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국 대통령이 워낙 특이한(?) 인물이라 그렇지 상당수의 미국 대통령들은 나름의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다. 사실 우리 정치에선 그다지 유머나 위트가 중요하지 않지만 미국 정치에서는 유머나

위트 능력이 정치인의 필수 덕목 중 하나로 보이는데 이 책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위트와 유머 순위를

매기면서 그들의 어록 내지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과연 누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흥미를 자아냈다.

저자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다가 빌 클린턴에게 패배해 낙선했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이어서 나름 미국

현대 정치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는데 그가 미국 역대 대통령 41명과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22대와 24대 대통령을 역임해

총 41명임) 이 책을 쓸 당시가 2000년 대선 직전이어서 곧 대통령이 될 예비 주자였던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까지 총 43명에 대한 저자 나름의 유머와 위트 평가가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전직 대통령 41명을 '경지에 이르다', '양키 위트', '솔직담백, 과장, 무표정', '클래스룸 유머리스트',

'평균보다는 더 재미있는 대통령', '사람들 생각엔 재미없었던 그들', '고집불통', '농담거리 신세'라는

크게 8개의 범주로 구분하고 있는데, 영예(?)의 첫 번째 소개된 대통령은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사이가 안 좋던 조지 매클랠런 장군이 링컨을 놀려먹으려고 '암소 6마리를 포획했으니 어떻게 할까요'

라고 전문을 보내자 링컨은 '장군, 우유를 짜시오'라고 답신을 보내지 않나, 자신의 가족들이 전쟁에서

희생한 전쟁영웅이라면서 자신의 아들을 대령으로 임명해달라는 청탁에 '부인의 가족은 이 나라를

위해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입니다'라고 대답하는 등 링컨은

곤란한 상황도 유머와 위트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유력한 후원자들의 청원서를

첨부한 사면 요청을 받다가 이런 청원서가 전혀 없는 사면 요청에 비서에게 이 사람은 친구가 없는지

물어본 후 없다고 하자 본인이 친구가 되겠다며 사면에 서명하는 모습이나, 노예제도 옹호론자에게

'누구든지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노예를 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강한 충동이 생깁니다'라고 일침을 놓는 장면 등 역시나 링컨의 명성에 어울리는 일화들이

가득했다. 링컨 외에 최상급의 평가를 받은 사람은 레이건과 두 명의 루스벨트(프랭클린과 시어도어)가

선정되었다. 나름 미 대통령들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니 19세기의 대통령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각자의 유머와 위트 관련된 사연들과 함께 만나니 훨씬 친근감이

느껴졌다. 유머나 위트가 대통령의 업적이나 능력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었지만 거의 최하위권의

대통령들이 거의 모르는 대통령들로 채워져 있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워낙 많은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다 보니 유머와 위트가 없이는

정말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유머와 위트를 가진 대통령은 이를 잘 수행해냈고 그렇지 못한

대통령은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은 듯 했다. 마치 만담이나 유머집이라 할 정도로 나름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미 대통령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는데 우리의 대통령과 정치문화도 좀 더 

독설만 주고 받는 막장정치가 아닌 유머와 위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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