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 인간의 마음을 울리는 사랑
빅토르 위고 지음, 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최소한 장발장이란

이름은 알 것 같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완역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어릴 때 아동용으로 읽은 기억만 있지 현재 출판되고 있는 5권짜리는 분량이 많아 솔직히 엄두가

안 나고 전에 봤던 영화 '레 미제라블'을 통해 대략의 줄거리는 다시 복습한 상태인데 이번에 비록

한 권으로 단권화한 책이지만 성인이 되어 읽어보는 거라 기분이 남달랐다.

 

얘기는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플뤼메 거리의 목가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 '장발장'의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익히 잘 아는 바와 같이 19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장발장이 전과자인

자신을 아무도 재워주지 않으려 하자 비엥브뉘 주교의 배려로 하룻밤을 신세지고도 은그릇과 촛대를

훔쳐 달아나다가 붙잡혀 오는 얘기로 시작한다. 굶고 있는 일곱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치다가

체포되어 5년형을 선고받고 이후 몇 년의 탈옥으로 최종 19년을 복역한 후 바깥 세상으로 나온 장발장을

맞이하는 건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냉대뿐이었다.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 훔쳤을 뿐인데 그가

치뤄야 했던 가혹한 대가와 죄보다 더한 죄값을 치르고 나온 현재의 냉혹한 세상 인심을 보면서

장발장에게 남은 건 오직 세상에 대한 복수심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일하게

선의를 베푼 비엥브뉘 주교마저 배신하고 교회의 값비싼 물건을 훔쳐나가지만 주교는 헌병에게

잡혀온 그에게 자신이 모두 준 것이며 촛대도 가져가라고 한다. 주교의 용서, 아니 사랑과 구원의

손길에 장발장은 큰 감명을 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흑진주 제조법을 개발하여 큰 돈을 번

마들렌이 되어 몽트뢰유시의 시장까지 된 그는 많은 자선을 베풀어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지만

그런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자베르 경위였다. 마들렌 시장이 장발장임을 직감한 그는

시청에 고발까지 하지만 마침 샹마티외라는 남자가 장발장으로 오인되어 체포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마들렌 시장 아니 장발장은 샹마티외가 자기 대신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그동안 쌓았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과거의 끔찍했던

장발장의 신세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사실 자기가 그런 상황을 만든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자기 대신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할 것 같은데 스스로 나서서 오욕을 뒤집어쓴다는 게 왠만한 사람은

절대 할 수 없을 일임에도 이미 옳은 삶을 살기로 결심한 장발장은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다. 

장발장은 다시 체포되지만 장기를 살려 탈출에 성공하고 팡틴이 죽기 전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던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의 손아귀에서 구출해내서 이후의 삶은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코제트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마리우스와 밀당 등

잘 몰랐던 부분들과도 만나게 되었는데 1832년 6월 항쟁의 격동기에 이들의 운명적인 재회가 이뤄진다.

여기서도 장발장은 그냥 가만 있으면 될 것을 굳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무리수(?)를 둔다. 

그의 결벽증적 진실함에 또다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지만 결국엔 그의 위대한 헌신과 사랑이

밝혀지면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비록 한 권으로 압축된 책이긴 했지만 성인이 되어서

처음 읽었기 때문에 그런지 '레 미제라블'의 큰 줄기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는 장발장이란 인물의 인생역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함께 격동기의 프랑스의 상황을 잘 보여주면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임을 실감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5권짜리

완역본을 제대로 읽어보면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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