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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대통령의 위트 - 조지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까지: 1789~2000, 미국 대통령들의 재기 넘치는 명코멘트와 일화
밥 돌 지음, 김병찬 옮김 / 아테네 / 2018년 9월
평점 :
현 미국 대통령이 워낙 특이한(?) 인물이라 그렇지 상당수의 미국 대통령들은 나름의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다. 사실 우리 정치에선 그다지 유머나 위트가 중요하지 않지만 미국 정치에서는 유머나
위트 능력이 정치인의 필수 덕목 중 하나로 보이는데 이 책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위트와 유머 순위를
매기면서 그들의 어록 내지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과연 누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흥미를 자아냈다.
저자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다가 빌 클린턴에게 패배해 낙선했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이어서 나름 미국
현대 정치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는데 그가 미국 역대 대통령 41명과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22대와 24대 대통령을 역임해
총 41명임) 이 책을 쓸 당시가 2000년 대선 직전이어서 곧 대통령이 될 예비 주자였던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까지 총 43명에 대한 저자 나름의 유머와 위트 평가가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전직 대통령 41명을 '경지에 이르다', '양키 위트', '솔직담백, 과장, 무표정', '클래스룸 유머리스트',
'평균보다는 더 재미있는 대통령', '사람들 생각엔 재미없었던 그들', '고집불통', '농담거리 신세'라는
크게 8개의 범주로 구분하고 있는데, 영예(?)의 첫 번째 소개된 대통령은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사이가 안 좋던 조지 매클랠런 장군이 링컨을 놀려먹으려고 '암소 6마리를 포획했으니 어떻게 할까요'
라고 전문을 보내자 링컨은 '장군, 우유를 짜시오'라고 답신을 보내지 않나, 자신의 가족들이 전쟁에서
희생한 전쟁영웅이라면서 자신의 아들을 대령으로 임명해달라는 청탁에 '부인의 가족은 이 나라를
위해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입니다'라고 대답하는 등 링컨은
곤란한 상황도 유머와 위트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유력한 후원자들의 청원서를
첨부한 사면 요청을 받다가 이런 청원서가 전혀 없는 사면 요청에 비서에게 이 사람은 친구가 없는지
물어본 후 없다고 하자 본인이 친구가 되겠다며 사면에 서명하는 모습이나, 노예제도 옹호론자에게
'누구든지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노예를 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강한 충동이 생깁니다'라고 일침을 놓는 장면 등 역시나 링컨의 명성에 어울리는 일화들이
가득했다. 링컨 외에 최상급의 평가를 받은 사람은 레이건과 두 명의 루스벨트(프랭클린과 시어도어)가
선정되었다. 나름 미 대통령들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니 19세기의 대통령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각자의 유머와 위트 관련된 사연들과 함께 만나니 훨씬 친근감이
느껴졌다. 유머나 위트가 대통령의 업적이나 능력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었지만 거의 최하위권의
대통령들이 거의 모르는 대통령들로 채워져 있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워낙 많은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다 보니 유머와 위트가 없이는
정말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유머와 위트를 가진 대통령은 이를 잘 수행해냈고 그렇지 못한
대통령은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은 듯 했다. 마치 만담이나 유머집이라 할 정도로 나름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미 대통령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는데 우리의 대통령과 정치문화도 좀 더
독설만 주고 받는 막장정치가 아닌 유머와 위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