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 사유할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문화유산
김종수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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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도 일종의 예술작품이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데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사실 이 책과 같은 제목의 유홍준 교수의 책을 구입하고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또 다른 문화유산 전문가인 저자의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총 3부로 나눠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얽힌 다양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주는데

1부에선 신라와 관련한 문화유산과 얘기들을, 2부에선 백제와 관련된 문화유산과 얘기들을, 3부에선

주로 조선시대 인물들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1부 신라편에선 신라가 불교를 수용하던 과정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이차돈의 순교로 시작한다.

서산과 태안의 마애불과 비교하며 경주 남산의 마애불의 미소를 살펴보고 남산 칠불암과 지금은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황복사지에서 출토된 국보 제79호와 제80호 불상은 국립

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봤는데 아버지 신문왕과 아들 효소왕의 모습이란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 중 하나인 석굴암의 천개석이 세 갈래로 금이 가 있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그에 얽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에 대한 나름의 대답도 얻었다. 포석정과 관련해선 

경애왕이 연회를 즐기다 견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시간차가 있는 사건들을 망국의

책임을 경애왕에게 묻기 위해 하나로 엮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역사 속 미스터리 풀이는 백제편에서

계속되는데 백제의 익산 천도설이나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의 진실에 대해 나름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다. 특히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는 삼국통일 후 백제계 사람들을 위무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신라와 백제가 가장 평화로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왕족간 로맨스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았다. 백제의

마지막왕 의자왕이 일본에 전해준 선물에 얽힌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3부에선 정약용을 필두로 여러

인물들과 관련된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는데 역시 잘 몰랐던 새로운 얘기들이 적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시 문화유산은 이야기와 함께 설명이 되어야 기억에도 오래 남고 더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됨을

새삼 느꼈는데 여러 문화유산들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은 물론 새로운 관점들도 알게 되어 안목을

한층 더 키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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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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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 작품을 소재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 분야의 통섭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들을 많이

만났다. 대표적인 게 '미술관에 간 ~학자' 시리즈로 미술과 무관할 것 같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미술

사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 법과 미술의 협업을 선보인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최근에 '미술관에

간 법학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 책은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미술 작품들을 법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점에서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일상생활과 법', '지식재산과 법', '아이들과 법', '동물과 법', '사건사고와 법'의 총 5개의

주제로 나눠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이는 미술 작품 속 얘기들을 선보인다. 먼저 '일상생활과 법'에선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 진주가 우리나라 법령상으로는 귀금속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과도 다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폴 카미유 기구의 '빨래하는 여인'과 관련해선 강가나 호숫가에서

빨래하는 것이 위법한지를,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과는 집시의 주민등록 문제를 거론한다.

이렇게 미술 작품을 보면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법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데, 아이돌 의상에

저작권이 있는지와 관련해 발레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발레를 만든 사람이 루이 14세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태양왕'이란 별칭도 '밤의 발레'란 작품에 루이 14세가 태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란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왈츠를 가르치는 댄스스포츠 학원이 청소년 유해업소에 해당하는지

언급하면서 노래연습장과 만화방이 원칙적으로 청소년유해업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국내 법령상 반려 동물로 인정하는 것이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의

6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유명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외증조부가 

흑인이었다는 등 이 책은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려줬는데 역시 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름답기만 한 예술 작품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역시나

어떤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줬는데,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법령이 무수히 많고 그것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관련해 법률가의 시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잔뜩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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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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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을 종종 만나곤 했다. 그동안 봤던 작품들을 확인해 보니 

'범인에게 고한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 '구원의 날', '완전 무죄'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작품들과 만났음을 알게 되어 조금은 의외였는데 그만큼 유괴가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의 단골소재임을 새삼 실감했다. 이 책도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의 작품이라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그동안 봤던 유괴를 소재로 하는 어떤 작품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동 동시 유괴사건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다룬다.


먼저 1991년에 발생했던 사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유괴사건을 직접 담당한 형사가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는 전개를 보여준다. 가나가와 현에서 연이어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하고 손자인

료가 유괴되었다고 신고한 두 번째 사건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몸값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범인과 경찰 사이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몸값을 가지고

가는 할아버지를 이리저리로 이동시킨 끝에 몸값이 든 가방을 공원 전망대에 두고 가게 했지만 수상한

자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달아나는 걸 경찰이 놓친 이후 가방은 황당하게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파출소에 가져다주면서 범인과 경찰의 밀당은 끝이 난다. 이후 범인에게서 별다른 연락이

없어 시간만 가다가 3년이 훌쩍 지나 료가 조부모의 집으로 무사히 귀가하지만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끝난다. 30년이 지나 사건 담당 형사가 죽고 남긴 기록을

토대로 담당 취재 기자였던 몬덴이 다시 유괴 사건의 진실을 파고드는데 성인이 된 료는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조금씩 밝혀지는 유괴사건의 진실과 유괴사건 이후 료의 행적을 보면 결과적으로 유괴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 게 맞는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요즘은 워낙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부모 같지 않은 부모들이 많다 보니 차라리 좋은 사람들에게 입양을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의

사건이 바로 그런 쉽지 않은 문제를 정말 촘촘하게 엮어낸 얘기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유괴된 소년 료가

겪은 '공백의 3년'에 숨겨진 진실이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되었음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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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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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세계사를 정리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난 날들을 기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역사적인 사건들은 일어난 해 정도는 기억을 해도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데 예전에 봤던 '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 : 상반기'란 책이 일년

중 상반기의 각 날마다 있었던 일들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해줘서 유익했었다. 다만 위 책이 주로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의 출생과 탄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사건 중심으로 구성을 하고

있어 과연 어떤 사건들이 언제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기대가 되었다.


마치 다이어리처럼 월별로 나눠져 있고 각 월은 매일 하루 한 페이지 분량으로 그날 일어났던 세계사적 

사건들을 소개한다. 1월 1일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경쟁을 뚫고 유로화 출범이 선정되었다.

2002년 1월 1일인데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각 사건마다 사진 등을 수록하고 있어 이해를

돕는데 1월에 있었던 사건들 중엔 기원전 49년 1월 10일 루비콘강을 건넌 카이사르를 비롯해 처형 당한

루이 16세(1월 21일)와 찰스 1세(1월 30일)가 눈길을 끌었다. 현재 우리도 탄핵 시즌인데 1868년 2월

24일에는 미국 대통령 앤드루 존슨이 하원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지만 상원에선 1표 차이로 가까스로 탄핵을 면했다. 우리와 연관성이 있는 얘기로 1983년 2월 28일 한국전쟁 당시 야전병원의 일상을

다룬 TV시리즈 'M.A.S.H'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4년에 한 번뿐인 2월 29일에는 월식으로 속임수를

쓴 콜럼버스의 얘기가 나온다. 3월 7일에는 우리가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는 벨이

안토니오 무치가 작성한 도안으로 특허 승인을 받았다. 4월 1일 만우절엔 나무에서 스파게티가 열린다고

했던 BBC의 첫 만우절 농담이 소개되고, 5월 18일엔 전두환의 광주 시민 학살이 당당히 선정되었다.

6월 25일에도 우리가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1530년에 있었던 종교 갈등 해결을 

위한 아우구스부르크 화의가 선정되었다. 7월 15일에는 좀 뜬금없이 2006년 유연에서 대북 제재를

결의한 사건이 선정되었고, 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협정으로 6월 25일의 실패(?)를 만회했다. 8월

15일은 일본의 패망이 장식했고, 10월 8일은 일본의 조선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우리와 관련된 마지막

하루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매일 역사 속에서 어떤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면서 하루하루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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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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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회사 도서실에서 '미술관에 간 화학자 2'를 대출해서 봤는데 하필 1권은 회사 도서실에 없어서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매를 했었다. 다른 책들에게 밀려 못 보고 있다가 서평책이나 회사 대출책들이

없는 오랜만의 시간이 찾아와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보통 시리즈물은 순서대로 읽는 게 좋지만 이 책은

2권과 순서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 같았다.


총 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미술의 역사를 바꾼 화학'으로 시작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으로 포문을 여는데, 성모 마리아의 파란색 치마를 그린, 황금 다음으로 비싼 청금석을 재료로 

하는 울트라마린이나 그보다는 싼 남동석을 재료로 하는 아주라이트 등을 소개한다. 조토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젖은 석회를 바르고 마르기 전에 물에 갠 안료를 석회에 스며들게 해 그림을 완성하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졌는데 파란색의 마리아의 옷만은 템페라 기법을 사용해 거의 벗겨졌음을 알려준다.

'유화의 창시자'란 평가를 받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을 통해 불포화지방산이 유화를

탄생시켰음을 알게 되었고,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혼합한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이 많이 훼손된

사실을 통해 다빈치의 미술 재료에 관한 화학적 지식이 상당히 취약했다고 평가한다. 변색된 명작들이

적지 않지만 아마 가장 유명한 작품이 렘브란트의 '야경'이 아닌가 싶다. 원래 낮 풍경을 그린 것임에도

'야경'이라 불릴 정도로 변색된 상세한 이유를 알려준다. '화가 어머니의 초상'으로 유명한 휘슬러는

원래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화학 성적이 워낙 안 좋아 학교를 관두고 미술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가 즐겨 사용하던 연백의 주성분이 납이어서 납중독이 죽음의 원인으로 평가받는다. 서양

작품만 다룰 줄 알았는데 신윤복의 '미인도'나 김홍도의 '씨름' 등 우리 작품들도 소재로 삼아 몰랐던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화학자의 눈에는 명화들 속에서도 화학의 흔적을

날카롭게 찾아내 전혀 무관할 것만 같았던 화학과 미술의 접점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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