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박람강기 프로젝트 7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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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의 대가인 엘러리 퀸은 작가로서도 추리소설 역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통해 후배 작가들을 발굴하고 평론가로서도 맹활약했다.

전에 읽은 '탐정 탐구 생활'에서 탐정소설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들려주었는데

이번에는 단편 미스터리의 역사 속에서 엘러리 퀸이 선정한 가치 있는 책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판단의 기준으로는 역사적 중요성, 문학적 스타일과 구성의 독창성에서의 퀄리티,

초판본의 희소가치라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이에 해당하는 총 126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시간적 순서에 따라 탐정소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애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1967년작 해리 케멜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까지 수록하고 있다.

사실 단편보다는 장편을 주로 읽어와서 엘러리 퀸이 선정한 목록에 과연 내가 읽은 책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얼마되지 않았고 작가의 이름과 제목조차 생소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대 구분을 요람기, 시조, 초기 50년, 도일의 10년, 제1황금기, 제2황금기, 제1근대, 제2근대, 르네상스,

르네상스와 현대, 르네상스와 현대 이후로 구분하여 시간순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누구나 알만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더러 포함되어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추적', 마크 트웨인의

'뜀뛰는 개구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신 아라비안나이트', 오 헨리의 '점잖은 일꾼' 등

탐정소설만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아님에도 외도를 해 훌륭한 작품을 남긴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내가 읽은 작품으로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모험',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동심',

모리스 르블랑의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정도밖에 없어서 앞으로 봐야 할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두 권이 선정된 작가들도 몇 명 눈에 띄었는데 모리스 르블랑이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으로, 조르주 심농이 '열 세명의 피고'와 '매그레 반장의 간단한 사건들'으로

두 권씩 선정되었는데 그밖에도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 루이스 골딩, 스튜어트 파머 등이 이들과 어끼를 나란히 했다. 추리소설의 대표작가들의 단편집도 여럿 포진하고 있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푸아로 사건집',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의 모험', 카터 딕슨의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 윌리엄 아이리시의 '만찬 후의 이야기' 등 아직까지 보지 못한 작품이 많아서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아 도대체 무슨 내용의 작품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게 만들었는데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았다. 편집자의 말처럼 이 책에서 거론된 고전들이 조금씩

이라도 출간될 수 있다면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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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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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포스트의 카이로 특파원 샐리 굿차일드는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대홍수를 취재하던 중에 만난

크로니클의 기자 토니 홉스와 위험한 취재를 함께 하면서 도움을 받자 그에게 반한다.

곧 두 사람은 뜨거운 관계가 되고 샐리가 임신하게 되자 런던에 정착하기로 하고 결혼하여

런던 근교에 집을 구하지만 미국인인 샐리는 영국 스타일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빅 픽처'를 비롯해 '모멘트', '더 잡', '파이브 데이즈'까지

다양한 내용의 작품을 읽어봤는데 모두 탄탄한 스토리와 의외의 반전까지 소설의 재미를 잘 보여줬다.

이번에는 임신으로 인해 쉽게 결혼했다 육아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배신하여

파경을 맞아 법정 공방을 벌이는 부부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샐리와 토니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영화나 소설에서 즐겨 사용되는 전형적인 코스를 밟고 있는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매력적인 남녀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누가 사랑에 빠질까 싶지만

문제는 그런 사랑은 유효기간이 극히 짧다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불붙은 감정은

보통 그런 상황이 지나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고

그동안 안 보였던 부분들을 인식하게 되면서 관계가 삐걱대며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잘 맞춰가려 노력하면 더 단단한 관계가 되지만

대부분은 처음의 감정과 기대와 다른 것에 실망하여 쉽게 타올랐던 것만큼 순식간에 식게 된다.

이 작품 속 샐리와 토니도 딱 그런 관계라고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샐리가 임신을 하게 되었단 것이다.

딱 봐도 전형적인 바람둥이에 나쁜 남자 스타일인 토니가 예상 외로 샐리와의 결혼과 정착을

선택하지만 런던에서 시작된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낯선 외국에서 지인도 거의 없는 샐리가 임신 상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데

무심한 토니의 태도도 한 몫 거드는 것 같았다. 결국 그런 와중에 샐리는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지만

아기 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 입원해야 하자 샐리는 심긱한 산후후유증을 겪게 되는데...

 

작품의 중반까지 샐리와 토니 부부가 아이를 낳고 퇴원할 때까지 치르는 악몽같은 일들이

계속 이어져 솔직히 보는 내내 답답하고 좀 짜증이 났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부모가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부모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지만 너무 극성스런 샐리나

너무 무관심한 토니 모두 준비가 전혀 안 된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인 듯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샐리의 상태를 참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마침 미국에 사는 샐리 언니의 전

남편이 사고로 사망하자 토니는 샐리가 미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준다.

하지만 샐리가 미국에 갔다 돌아오니 토니와 아들 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망연자실한 샐리는 잭을 되찾기 위해 힘겨운 법정투쟁을 시작한다. 

토니와 샐리의 싸움이 시작되면서부터 지루했던 얘기가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픈 아내를 상대로 아이를 뺏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토니를 보고 있자니

같은 남자지만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은 서로의 치부를 까발리며

대부분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상태가 안 좋은 아내를 상대로 미국에 간 사이에

몰래 판결을 얻어 아이를 빼돌리는 모습은 정말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샐리의 편에 서서 그녀가 아들을 어떻게 되찾게 될까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소송의 진행과정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여러 불리한 상황에도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이 책은 쉽게 만난 남녀 사이가 어떻게 불행으로 끝날 수 있을지를 여실히 보여줬는데, 토니같은 파렴치한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그런 토니에게 빠진 샐리도 별반

잘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둥이에 나쁜 남자인 게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런 남자들을 선택하는

여자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곤 하는데, 수려한 외모와 달콤한 말솜씨, 그럴 듯한 배경에 넘어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여자들은 당하고 나서야 자신이 남자 보는 눈이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된다. 물론 남자도 여자의 미모에 혹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제대로 된 진실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려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출산과 양육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좀 극단적인 설정을 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부부가 정말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출산과 양육에 협력해나가야 함을 잘 가르쳐주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늘 이야기의 힘이 있어 읽다 보면 저절로 빠져들게 되는데

출산과 양육에 얽힌 문제를 그린 초반부는 사실 몰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후 토니의 배신과 법정공방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폭풍에 휩쓸리는 것처럼 빠져들었다.

특히 화자가 샐리여서 출산과 양육으로 고통스런 여자의 마음을 남성 작가가 이렇게 잘 표현해낼 수 있었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소재 자체는 우리의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 얘기여서 

진부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더글라스 케네디의 유려한 글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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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시간탐험대
렛츠고 시간탐험대 제작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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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종종 시청하지만 솔직히 tvN의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본 적은 없다.

옛 시대로 달려가 그 시대의 삶을 그대로 살아보는 역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나름 신선한 발상에 기초한 역사 예능 프로그램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직접 본 적은 없어 뭐라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프로그램의 내용을 짐작하자면

시청률이 높은 대박 프로그램이기보단 역사 교양 예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으로 읽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알찬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이 책에선 유배, 성균관, 왕과 내시의 3편으로 나눠서 7명의 출연자들이 당시 생활을 거의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7~18세기 조선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보게 해준다.

먼저 유배편에선 조선의 신분별 생활과 유배지에서의 고통이 여실히 드러난다.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였지만 출생에 따른 신분도 어느 정도 변동가능성이 있었다.

한 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인줄 알았는데 부모가 양반이었어도 과거시험을 보지 않은

양반의 자제들은 3대 이후부터는 평민이 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유배를 가는 죄인이 사용하는 물품이나 경비 외에 유배 길에 동행하는 압송관이나

노비의 경비까지 모두 죄인 쪽에서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의외였다. 유배지에서 유배인이 어떻게

살았을까도 궁금했는데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보수주인이 있었다. 

유배인을 군식구로 책임져야 했던 보수주인의 대우에 따라 유배인들의 삶이 결정되었는데

자기 식구들 먹고 살기도 힘든 보수주인이 유배인을 제대로 챙기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배인은 각종 노역은 물론 생계를 위해 동냥까지 했다고 하니

예전에 읽었던 '유배'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유배생활의 힘겨움이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

오늘날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에서의 삶도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선배들의 군기잡기라 할 수 있는 신방례와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해서

성균관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입학해서도 과거에 급제할 때까지의 수험생활이 만만하지 않았다.

생원진사시로 당당하게 입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부금 입학이라 할 수 있는 사량기재생도

있었고, 성균관 유생의 신분을 얻지 못하고 성균관에서 업무를 보는 반인이란 존재도 성균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아무래도 조연이다 보니 그들 나름의 애환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왕과 내시 편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왕과 늘 그의 주변에서 시중드는 내시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줬는데, 왕의 삶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사실은 이미 '왕의 하루'라는 책을

충분히 확인했기에 오히려 내시의 삶이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내시가 되기 위해 거세하는 방법이나 유사시에 임금을 피신시키기 위해 업기 훈련이 중요했다는 사실,

궁궐 밖에서 가정을 이뤄 출퇴근 생활을 하는 일반인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는 점 등

그동안 내시에 대해 막연하게 잘못 알고 있던 여러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다.

보통 역사라고 하면 왕과 그 주변 인물들의 권력 투쟁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삶의 현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요즘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선시대의 왕이나 양반들의 삶보다는 훨씬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위안을 하게 되었는데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실감나게 재현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에 갔다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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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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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피를 타고 나느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판타지라니 요즘 회자되는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떠올라서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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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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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책은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그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무려

15년 동안 사전 한 권을 편찬하기 위해 분투하는 출판사 사전편집부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2012년 서점대상 1위라는 훈장을 달고 있어 오래 전부터 관심이 갔던 책인데

제목이 뭔가 확 와닿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대략의 소개 내용을 읽다 보니 왠지 낯익은 스토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행복한 사전'이란 영화를 괜찮게 봤었는데 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었다.

보통은 소설이 영화보다 더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설로 먼저 읽고 영화로 보는 경우는 많아도 영화로 먼저 보고 나면 거의 원작소설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영화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책으로도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책도 만족스러웠다.

 

'큰 바다를 건너다'란 의미의 '대도해'라는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아기자기한 사연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정말 한 권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열정이 필요한지를 알고 놀라우면서도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15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 오랜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최고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보통의 사명감과 참을성을 가지고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인데 사전 편찬을 위해

태어난 듯한 마지메, 마쓰모토 선생, 아라키 삼인방은 장인정신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다. 

사전을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라 표현하며,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는데, 그런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는다는 생각에서 

사전 이름을 '대도해'라고 지었다는 마쓰모토 선생과 아라키의 말은 사전을 만드는 이들의 자세가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이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어떤 일이든 못 할까 싶었다. 

늘 새로 접하는 단어나 용법을 만나게 되면 언제 어디에서도 용례채집카드를 작성하는 모습이나 미끈거리는 손맛이 나는 종이 등 최고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나도 연감 등 책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나름 잘못된 내용이나 오타 등을 확인한다고 했음에도 나중에 발견되어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표제어 하나를 빠뜨려서 더 누락된 것이 없나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지옥의 합숙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예전에 책 만들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지만 

주인공격인 마지메를 비롯한 독특한 캐릭터들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사전 만드는 일 외에는 모든 게 어수룩한 마지메가 미인 가구야(마침 본 '가구야 공주 이야기'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동일한 이름이었다)와 사랑에 빠지고 진심을 담아 예스러운 스타일의

러브레터로 그녀의 마음을 얻는 장면 등 달달한 로맨스와 진지한 사전 편찬, 군데군데 포진한 코믹한

장면들까지 잘 버무려져서 소설 읽는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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