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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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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이혼한 후 스키를 타다 죽을 뻔했던 토마스는 베를린에서 온 소포상자를 받는다.

상자에는 26년 전에 토마스가 진정 사랑했던 페트라의 이름이 적혀 있고, 토마스가 상자를 열자  

페트라가 쓴 두 권의 노트가 들어 있는데 과연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사실 로맨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일생에 단 한번뿐인 운명적  

사랑이야기란 책 소개에  도대체 무슨 얘기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아직도 운명 타령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해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책을 통해 가슴이 저리는 안타까움과 함께  

두 사람의 가슴 뭉클한 사랑을 간접경험하는 만족감을 맛볼 수 있었다.

 

서로 맞지 않았던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면서 외롭게 자란 토마스는 여자를 사귀게 되어도  

늘 도망갈 궁리만 한다. 역마살이 낀 여행작가인 토마스는 이집트 여행기를 출간한 후  

다음 목적지로 분단의 도시 베를린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동독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 선전방송을 하는 '라디오리버티'의 작가로 취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번역일을 하고 있던 운명의 상대 페트라를 만나게 되는데...

 

1984년(조지 오웰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연상되는 해)의 냉전시대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동독에서 추방된 페트라와 미국 남자 토마스의 사랑은 그야말로 첫눈에 반한 열렬한 사랑이었다.

과연 처음 본 순간 바로 이 사람이다는 확신이 들 수 있는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 운명적이자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희망이자 환상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선 다행스럽게도 토마스와 페트라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임을 바로 알아본다.

그래서 그리 오랜 탐색전을 치르지 않고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데  

문제는 페트라에게 깊은 상처가 있단 점이었다.

동독에서 결혼했던 남편의 반체제적인 행동으로 인해 아들 요한을 빼앗기고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다가 

동독과 서독의 스파이 교환으로 서독으로 추방당한 페트라는 동독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토마스를 만나 잠시나마 상처를 잊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 결정적 순간 토마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페트라의 아들 요한이 보낸 페트라가 쓴 노트 속에 담긴 진실은  

정말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두 사람을 운명의 장난처럼 갈라놓은 오해는  

어떻게 보면 냉전시대의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신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 분노의 순간을 참지 못한 토마스는

결국 일생에 단 한번뿐인 운명의 상대와 이별하게 된다. 

내가 토마스 장이었더라도 토마스와 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을 것 같은데

순간의 선택이 정말 처절한 결과를 낳고 말아 너무 맘이 아팠다.

인생이 항상 선택의 연속이고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삶이 바뀔 수도 있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가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선택을 하는 그 순간엔 그걸 모른다는 게 바로 삶이 녹록치 않은 부분일 것이다.

이런 경우 보통 운명을 탓하며 체념하곤 하는데 운명도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결과임을 깨닫고

순간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잘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론 행복했던 짧은 시간 이후 긴 시간동안의 이별 속에 고통과 죄책감으로 살아야 했던  

토마스와 페트라를 보면 정말 안타까운 맘이 들었는데 특히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으면서도  

토마스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몸부림치다 토마스의 외면을 당하게 된 페트라의 모습을 보면 정말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바로 그 순간에 간절히 애원하는 페트라의 말을 토마스가  

외면하지만 않았다면 그들이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맘이 아팠다. 

하지만 그들에겐 비록 짧았지만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한편으론 부러운 맘도 들었다.

진정 충만한 사랑의 감정 속에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를 잘 몰랐는데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을 갈구하는 건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그런 감정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와의 첫 만남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냉전시대의 사랑 얘기라는 소재만 본다면  

뻔한 스토리가 전개될 수도 있었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내용을 선보였다.

사랑과 인생 모두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순간의 선택에 따라 우리네 삶의 모습이 결정됨을

토마스와 페트라의 애달픈 사랑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현재와 과거, 다시 현재를 넘나들면서 들려주는 이들의 사랑은 독일이 배경이라 그런지 전에 읽었던

'더 리더' 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 할 것이다. '빅 픽처' 등 그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되는데 빨리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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