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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컴퓨터 잡지 컴퓨월드의 광고지국장을 맡고 있는 네드 앨런은 회사가 외국계 회사로 매각되어
직원들이 해고를 걱정하며 혼란스런 와중에 새로 회사를 인수한 크레플린으로부터
발행인 자리를 약속받고 새해까지 비밀로 하기로 한다.
하지만 새해 첫 출근날 회사는 다시 재매각되고 자신은 해고되는 상황에 처하자
크레플린을 폭행하고 마는데...
'빅 픽처'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인 이 책은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얘기를 그려내고 있다.
기업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샐러리맨들의 애환은
여러 드라마나 영화로 접해서 낯설지는 않는데 이 책에서는 광고업계에서 벌어지는 광고수주 경쟁과
냉혹한 기업인수와 불안에 떠는 피고용인들의 입장,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조세 포탈과
돈 세탁 과정까지 기업과 연관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한때 잘 나가는 광고세일즈맨이라 할 수 있었던 네드 앨런이 추락하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능력은 출중했지만 좀 상태가 안 좋았던 이반을 감싸주기 위해 악당 테드 피터슨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게 되고, 크레플린과 거래 아닌 거래를 하다가 다시 회사가 매각되면서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면서 어이없이 해고를 당하게 된다.
게다가 발행인을 배신했다는 오명과 폭행 건으로 인해 재취업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
무계획한 경제생활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 네드 앨런은 테드 피터슨이 이반을 자살로 몰아넣자
전 동료들과 울분을 나누다 외도마저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아내에게서마저 외면받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네드 앨런은
얼마 전에 다시 만난 동창 제리 슈버트의 제안으로 자기계발 전문가 잭 발렌타인과 관계된
투자펀드에서 일하게 되지만 하나같이 의심스러운 구석들 천지인데...
파란만장한 네드 앨런의 삶을 보면서 샐러리맨으로서 살아가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자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얼마든지 자기 입장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신세라는 점은
항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샐러리맨들의 아픔인데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이후 네드 앨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창의 유혹에 빠지지만
엄청난 범죄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얼마 전에 국내에서도 불거진 조세피난처의 적나라한 사례가 등장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범죄까지 어쩔 수 없이 범인들의 수족 노릇을 하게 된 네드 앨런이
아내 리지와 함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과정이 마치 헐리웃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는데
역시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가독성이 좋은 데다 영화로 만들기에 딱 제격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봤던 프랑스판 '빅 픽처'는 조금 기대에 못 미쳤지만).
마지막에 네드 앨런의 입을 통해 작가가 얘기하듯이 세일즈는 우리와 인생과도 닮았는데,
인생은 절대로 쉬운 여정이 아니며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우왕좌왕하며 보내지만
가끔 다른 사람과 함께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그런 순간이
바로 새로운 시작의 순간임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