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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ㅣ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평점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예술작품은 확실히 안목이 있어야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이 책은 '국보순례',
'명작순례'에 이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다양한 관점에서의 '안목'을 소개하고
있다. 총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목: 미를 보는 눈', '애호가 열전', '회고전 순례', '평론'으로
어떻게 보면 기존 두 편의 책과는 달리 일관된 소재와 형식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성격이라 할 수 있었다.
먼저 첫 장 '안목'에서는 감상 대상이나 분야별로 총 10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예술에 대한 안목이
있던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실학자로 알려진 박규수의 몰랐던 대안목을 알려주었다. 건축과 관련해선
중요한 요소를 순서대로 꼽으면 자리앉음새, 기능에 맞는 규모, 모양새라고 하면서, 김부식과 정도전의
책에 나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가 백제의
미학이자 조선 왕조의 미학이며 한국인의 미학이라 말한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사유의 방'이
생기면서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전시되고 있지만 2015년에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에 일본 중궁사 목조반가사유상이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전시된 걸 소개한다. 사실 전시를 하려면 국보 제83호와 일본 국보 1호인 광륭사
목조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전시되어야 압권이라 할 수 있는데 광륭사측에서 출품을 승낙하지 않아 성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청자, 백자순으로 얘기를 전개해가는데 도자기가 서양미술사에선 공예로
치부되지만 동양에서는 당당히 미술사의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론 화론,
평론, 감식, 서화감정 등 각 분야의 대안목을 한 명씩 소개하는데 평론에 강세황, 감식에 김정희, 서화
감정에 오세창 등 한국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이 차례로 등장하였다.
'애호가 열전'은 어떻게 보면 이 책 제목에 가장 적절한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총 7편의 미술애호가
관련 글이 수록되었는데 안평대군을 필두로 박병래, 손재형을 거쳐 간송 전형필로 마무리를 한다.
'회고전 순례'에선 저자가 직접 봤던 5개의 회고전을 소개하는데 변월룡, 이중섭, 박수근, 오윤, 신영복
회고전이 선정되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전시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글로나마 그 주인공들과 전시의
가치를 알 수 있었는데 그나마 이중섭과 박수근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를 본 적이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평론 3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김환기, 대가들의 종이 작업,
1980년대 미술에 관한 것으로 특히 요즘 몸값이 가장 비싼 김환기 작가에 대해선 호암미술관 전시 등을
통해 많은 전시를 통해 친숙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새삼 꺠닫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안목을 키울 수 있었는데 역시 안목을
키우는 왕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많이 보고 접하는 수밖에 없음을 잘 가르쳐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