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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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스티그 라르손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까지 자신이 계획했던 10부작 시리즈 중 겨우 3부작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걸작 미스터리 시리즈가 아쉽게 중단되고 말았었는데 스티그 라르손의 뒤를 이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투입되어 시리즈의 4편인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과연 스티그 라르손이 이룬 엄청난 업적을 제대로 승계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스티그 라르손의 후계자로 손색없는 작가가 선택된 것 같았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읽은 지도 3년이 훌쩍 지나 사실 기존 시리즈의 내용이나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였는데 아무도 못 말리는 리스베트와 미카엘 콤비의 반가운 등장에

여러 가지 우려는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이야기는 프란스 발데르라는 천재 인공지능학자로부터 시작된다. 며칠 전에 읽은 댄 브라운의 신작

'오리진'에서도 인공지능이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급변시킬 존재임은 명확한 것 같다. 프란스 발데르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누군가에

도둑 맞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를 주목하던 미 국가안보국 NSA와 스웨덴 국가안보기관 세포는 

프란스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고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을 보내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킬러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한편 프란스가 암살당하기 직전 미카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다가 미카엘이 보는 앞에서 암살당하자 미카엘은 리스베트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미 프란스의 요청으로 그가 개발한 기술을 도난당한 경위를 조사했던 리스베트는

프란스를 암살한 킬러가 자신을 본 프란스의 자폐아들 아우구스트마저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자

자신이 총격을 받으면서도 아우구스트를 구해내는데...   

 

전작들에서도 엄청난 스케일과 국가기관들이 개입한 음모 속에 힘겨운 투쟁을 해야 했던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이번에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분투를 벌인다.

프란스의 암살을 시작으로 아우구스트 살해 미수로 이어지며 정체불명의 킬러와 그를 후원하는

세력에 맞서 리스베트가 거의 혼자 싸우는 형세였는데 천채 해커이자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철인으로 단련된 리스베트에겐 왠만한 고난과 위기는 별것 아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이자 리스베트와는 모든 게 정반대인 카밀라가 등장하여 리스베트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데 전작들에서 카밀라의 존재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던 반면(내가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선 리스베트의 새로운 호적수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미모와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매력으로 무장한 카밀라가 후속작에서도 분명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쌍둥이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기대가 된다.  

엄청난 사건의 진실을 밝히면서 한동안의 침체기에서 벗어난 미카엘과 여전히 나쁜 자들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리스베트 콤비의 활약상은 오래 묵은 체증을 확 뚫어주었는데 어느 나라나 정보기관들이

하라는 일은 제대로 안 하고 딴 짓만 하고 있어서 정말 문제인 것 같다.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밀레니엄 시리즈의 반가운 귀환은 팬으로서 큰 선물이었는데 이미 5권인 '자기 그림자를 찾는 남자'도

출간된 것 같아 어서 번역되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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