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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맞선으로 만난 남자 우하라 겐이치와 결혼한 데이코는 신혼여행을 마친 후 도쿄로 돌아오지만

일주일간 출장을 간다고 나선 남편이 아무 소식이 없자 남편을 찾아 나서는데...

 

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미 히로스에 료코가 데이코로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봤기 때문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일본 추리문학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지가 좀 지나서 그런지 히로스에 료코의 모습만 어렴풋하게 남아 있고

줄거리도 가물가물해서 처음 접하는 작품이나 매한가지였다.

선을 봐서 결혼한 사이라 아직 남편에 대해 잘 몰랐던 데이코는 남편 직장을 수소문하면서

남편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추적해가지만 남편의 직장생활은 온통 수수께끼에 쌓여 있었다.

남편의 후임자인 혼다와 함께 실종된 남편의 행방을 조사해나가지만 오리무중인 가운데

덤덤하게 있던 시아주버니마저 발 벗고 남편을 찾아나서지만 오히려 독살을 당하고

남편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패전 후 조금씩 나라를 추스려가던 1950년대말의 일본이 배경인 이 책은

실종된 남편을 찾는 아내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일본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패전 후 한동안 미군의 점령기간을 거치면서 일본사회는 격동기를 거치게 되는데

해방 직후의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특히 미군과 얽히게 되는 여성들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양공주라 불리며 손가락질 당하던 여자들의 애환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들을 통해 익히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모든 사건의 발단이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추한 과거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과거를 숨기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들을 보면서 역시 과거가 깨끗해야

(최소한 비난받을 정도는 되지 않아야) 발 뻗고 편하게 살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데이코에겐 그다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는데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남편의 실종과 사망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은 남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제 정신이 아니기 마련인데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한 채

남편의 비밀과 사건의 실체, 범인까지 밝혀내는 그녀의 모습은 남편을 잃은 아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영화 속 히로스에 료코의 모습을 보면 딱 내가 좋아하는 단아한 현모양처의 스타일이었지만

그녀가 남편의 비밀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어느 여탐정 못지 않았다.ㅋ

이 책을 통해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미야베 미유키 등

최근에 각광받는 사회파 추리소설가들의 원조다운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미스터리와 사회문제의 적절한 배합의 묘미가 뭔지를 잘 보여줬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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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친한 대학교 선배인 모로가 취업 얘기와 함께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하자

류헤이는 보고 싶던 '살육의 저택'이란 비디오를 가지고 모로의 집에 방문한다.

모로와 함께 비디오를 보고 모로가 잠시 술을 사러 갔다 온 후 술을 함께 마시다

모로가 샤워를 하러 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자 류헤이는 욕실에서 칼에 찔린 채

죽어 있는 모로를 발견하고 충격에 쓰러지고 마는데...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인 이 책은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트릭인 밀실을

전혀 처녀작답지 않은 솜씨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제목부터 대담하게도 '밀실의 열쇠'를 빌려준다면서 과감하게 독자들에 대한 도전을 
감행하는  

것 같은데(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제목이었는데 역시 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와  

유사한 제목이었다ㅋ) 정말 생각하기 쉽지 않은 교묘한 트릭을 구사하여 제대로 한방을 먹였다.

 

밀실 상태에서의 선배의 난데없는 죽음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전 여친이 칼에 찔려  

추락한 사건으로 인해 류헤이는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선배 아파트를 대략 정리한 뒤 전 자형인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류헤이의 전 여친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로  

류헤이를 지목하고 류헤이의 행방을 찾아 나서면서 두 팀의 엇갈리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핵심은 모로를 누가 어떻게 죽였느냐 하는 점인데 밀실상태라

모로를 죽이고 연기처럼 증발한 범인을 찾아내긴 결코 쉽진 않지만

우카이는 여러 추리소설을 읽은 경험을 토대로 내출혈 밀실설이란 유력한 가설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를 부인하는 강력한 증언이 있어서 마땅한 해법이 없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너무 쉽게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데... 

 

책 띠지에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고 해서 과연 유머란 말이 미스터리와 어울릴까 싶었지만

등장인물들의 하는 행동이 충분히 웃음을 유발했다.

선배의 죽음에 놀라 기절하는 어리숙한 류헤이와 '웰컴 트러블'이란 간판을 내걸고

탐정의 자존심만 높은 우카이의 도망자팀이 가짜 형사 행세를 하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돌아다니는 모습이나 만사가 귀찮고 심드렁하지만 반짝이는 추리솜씨를 선보이는 스나가와  

경부와 한때 좀 놀았던(?) 시키 형사의 추격자팀이 주고받는 만담같은 대화들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상황의 심각성이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진지함이 좀 결여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마냥 무거워지기 쉬운 살인사건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밝혀진 진실은 본격 추리소설의 묘미를 맛보기에 충분한 정교한 트릭이 사용되었다.

잘못된 애정은 결국 비극을 부른다는 걸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ㅋ

이 책이 데뷔작인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최근에 새롭게 소개되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전혀 데뷔작같지 않은 실력을 선보인 그의 다른 작품도 충분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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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신주쿠의 한 공원에서 두 사람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현장에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책갈피가 발견되지만

별다른 단서가 없어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자 담당형사인 유키히라와 안도는 또 다른 사건을 예감한다.  

때마침 문학신인상에 수상 파티에서 출판사 관계자가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살인사건과 동일한 내용의 추리소설이 여러 출판사와 경찰에 배달되는데...




실제 살인사건이 추리소설과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으로  

범인이 자신이 쓴 작품대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심지어 자신의 작품을 고가로 구매하지 않으면  

추가 살인까지 하겠다고 협박하지만 경찰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출판사와 W대학 미스터리 연구회가 연루된 가운데 범인은 추리소설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추리소설의 공정성과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강조하는데 추리소설 팬으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라  

할 수 있었다. 범인은 자신이 쓴 소설을 통해 추리소설처럼 따분한(?) 소설이 없다 하면서  

그 이유로 사건이 반드시 해결되고 범인은 반드시 밝혀지는 것을 든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보수적이라 공정한 걸 요구하는데 예정조화적 '대반전'이 있으면서 리얼리티를  

확보해야 한다는 난해한 요구로 작가들을 괴롭히지만 자신의 소설에선 사건이 해결되지도  

범인이 밝혀지지도 않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리얼한 작품을 쓰겠다는 자신감을 선보인다.

사실 실제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걸 그대로 쓰는 거라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범인의 교묘한 솜씨에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던 중 W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 추리소설작가

지망생이자 이와사키 출판사 편집자인 세자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다가 혹평을 받고  

행방불명 상태인 히라이 타다히토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작가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게 만드는 등 능수능란하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마지막까지 숨겨가면서도 사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임에도 추리소설 자체를 소재로 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범인은 마지막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원칙으로 대미를 장식하는데  

전체적으로 출판계나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였다.  

작가지망생들을 대필시켜 작가생활을 이어가는 유명작가나 자극적인 소재로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출판사, 진실보다는 대중의 감성에만 호소하는 언론까지 이 책에서 그려지는 출판계와 언론은  

문제투성이였는데 이런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하는 의미도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검거율 1위의 까칠한 여형사 유키히라는 그동안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하드보일드  

여형사의 전형이었다. 쓸데없이(?) 미모인데다 남자 앞에서 알몸 보이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무신경인 유키히라에겐 나름의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녀의 쿨한(?) 모습 뒤에 숨겨진 상처를  

생각해보면 그녀가 일에만 올인해서 살아가는 것도 다 고통을 잊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싶었다.  

암튼 그녀가 주인공인 다른 작품도 있는 것 같으니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된 부분은 역시 멋진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지망생들의 

강력한 욕망이었다.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느니 공정하지 않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작품에 대한 갈망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잘못 빗나가면 이 책에서처럼 정말 리얼한 실제 범죄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정말 극단적인 그런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은 재미있는 미스터리 작품의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도 바로 그런 생동감 넘치는 공정한 작품을 쓰겠다는 작가의 노력의 발로가 아닌가  

싶은데 그 덕분에 미스터리 마니아들은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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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교실 -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묘지 위에 세워진 아오바가오카 중학교의 3학년 A반.

그곳에선 학생들을 숙청(?)하고 공포신문으로 위협을 주는 은밀한 일들이

벌어지다 결국에는 학생의 자살 등 갖은 사건이 일어났다.

20년이 지난 후 그당시 3학년 A반의 반장이었던 아키바는 동창회를 개최하려 하지만

기억을 잃은 동창생(?)이 나타나는 등 이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서술 트릭의 재미를 잘 보여줬던
'도착의 론도'로 처음 만났던 오치하라 이치의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으로 학교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일들의 상흔이

20년이 지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먼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가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과

20년전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3학년 A반에 담임으로 새로 부임했던 교사의 교무일지를 통해

당시 3학년 A반에서 있었던 일들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교묘한 서술트릭이 사용되고 있다.

즉 직접적으로 얘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게 바로 오치하라 이치의 주특기가 아닌가 싶다.ㅋ
 

 

20년전 3학년 A반에선 요즘은 흔한(?) 일이 되어 버린 왕따가 극성이었다. 

반 아이들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세력이 있고 이들의 눈치만 보는 아이들.

초보 교사는 의욕만 앞섰지 실수 연발이고 스탈린이나 독재사회에서나 들어보던 숙청이란 단어가

공공연히 사용되면서 마치 지령을 내리는 듯한 이름도 무서운 공포신문이 발행되는 그런

3학년 A반에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결국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를 의심받던 학생이 급기야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기말고사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던 여학생은 양호실에서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렇게 진저리처지는 사건의 연속인 반을 맡은 교사는 여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까지 의심받아

도망치듯 떠나게 되지만 그마저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한편으로 현재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는 자신이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3학년 A반의

동창생임을 여러 정황상 알고 동창회 사무국에 연락을 취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의 수첩에 쓰여진 3학년 A반 동창회에서 수행할 살인계획을 보면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것조차 두려운 상태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이렇게 유쾌하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했던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3학년 A반의 동창회를

굳이 열겠다는 당시의 반장 아키바의 마음도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일인지라 시간이 약이라고 모든 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끔찍한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겨진 응어리는 결코 시간이 약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되새김질하면서 상처는 곪아 터지게 된다.

게다가 꿈에 볼까 두려운 인간들이 뻔뻔하게도 동창회나 하자고 하면

속이 뒤집어지고 순간적으로 살의를 느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과거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동창회 소식은

다 꺼져 가던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잔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정반대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고 설사 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 해도 

재수 없었다고 생각할 뿐이지만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상처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대중화되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고통스런 기억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가해자들의 아무런 반성도 없는 동창회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분노를 야기시키고 또다른 비극을 낳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작가가 정체를 교묘하게 숨긴 인물들이 과연 누구인지를 밝혀가는 과정이
정말 숨 가쁘게 진행된다. 무려 6백 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과연 범인이 누군지,

동창회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 순식간에 다 읽게 되었다.

기억을 잃은 인물의 정체나 동창회를 초토화시키는 범인, 그리고 과거에 아이들을 괴롭혔던

인물의 정체들이 모두 충격의 연속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역시 자신의 잘못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사악함에 치를 떨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추억들로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이 항상 무지개빛일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마냥 그리운 시절이 누군가에겐 상처투성이의 악몽일 수도 있음을 처절하게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끔찍한 일들을 근원이었던 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해 

좀 찜찜한 기분을 남겼지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기에

손색이 없는 흥미만점의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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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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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산속에 위치한 리라장에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즐기러 예술대학 학생 7명이 찾아온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다치바나와 살로메가 약혼을 발표하고  

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근처에서 아마 릴리스의 레인코트를 입은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신이라 불리는 아유카와 데쓰야의 대표작인 이 책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전형적인 본격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무려 7명이나 죽어나가기 때문에 막판에는 거의 누구 범인인지 감을 잡아야 하는데도  

도대체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작가의 만들어놓은 트릭이 정교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보통의 독자들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단서들을 종종 등장시켜 추리를 하라고 하기 때문에  

공정성 면에선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범인을 추리를 통해 논리적으로

맞출 사람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까...ㅋ

 

그럼에도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여러 가지 재미는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갈등관계인 남녀들 속에 차례로 한명씩 차례로 죽어나가는 공포,  

발견된 시체마다 사라진 스페이드 카드가 스페이드A부터 놓여있는 점, 다양한 살인방법까지  

본격 추리소설이 갖춰야 할 전형적인 설정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이 개입하지만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은 유유히 계속 살인을 저지른다.  

심지어 사건을 꿰뚫어 본 니지 요조후사마저 당하고 나서야 명탐정 호시카게 류조를 불러오는데

호시카게 류조가 등장하여 범인을 끌어내는 함정을 설치하자 드디어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 책의 작가인 아유카와 데쓰야는 사실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월광게임'이란 작품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아유카와 데쓰야로 월광게임의 작가후기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은인인  

아유카와 데쓰야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혔던 부분이 아직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의 옮긴이의 말에 아유카와 데쓰야가 죽고 영구차에 오른 두 사람 중 한 명이  

아리스가와 아리스라고 나오니 두 사람간의 끈끈한 인연을 잘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신본격 추리소설가들을 등용시킨 공로만으로도 
아유카와 데쓰야는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존경을 받아 충분한 작가인데 일본에선 어떤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와 같은 거장들과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래도 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  

앞으로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계속 소개되어 본격 추리소설의 신이라 불리는  

그의 명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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