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신주쿠의 한 공원에서 두 사람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현장에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책갈피가 발견되지만

별다른 단서가 없어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자 담당형사인 유키히라와 안도는 또 다른 사건을 예감한다.  

때마침 문학신인상에 수상 파티에서 출판사 관계자가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살인사건과 동일한 내용의 추리소설이 여러 출판사와 경찰에 배달되는데...




실제 살인사건이 추리소설과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으로  

범인이 자신이 쓴 작품대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심지어 자신의 작품을 고가로 구매하지 않으면  

추가 살인까지 하겠다고 협박하지만 경찰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출판사와 W대학 미스터리 연구회가 연루된 가운데 범인은 추리소설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추리소설의 공정성과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강조하는데 추리소설 팬으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라  

할 수 있었다. 범인은 자신이 쓴 소설을 통해 추리소설처럼 따분한(?) 소설이 없다 하면서  

그 이유로 사건이 반드시 해결되고 범인은 반드시 밝혀지는 것을 든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보수적이라 공정한 걸 요구하는데 예정조화적 '대반전'이 있으면서 리얼리티를  

확보해야 한다는 난해한 요구로 작가들을 괴롭히지만 자신의 소설에선 사건이 해결되지도  

범인이 밝혀지지도 않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리얼한 작품을 쓰겠다는 자신감을 선보인다.

사실 실제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걸 그대로 쓰는 거라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범인의 교묘한 솜씨에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던 중 W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 추리소설작가

지망생이자 이와사키 출판사 편집자인 세자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다가 혹평을 받고  

행방불명 상태인 히라이 타다히토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작가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게 만드는 등 능수능란하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마지막까지 숨겨가면서도 사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임에도 추리소설 자체를 소재로 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범인은 마지막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원칙으로 대미를 장식하는데  

전체적으로 출판계나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였다.  

작가지망생들을 대필시켜 작가생활을 이어가는 유명작가나 자극적인 소재로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출판사, 진실보다는 대중의 감성에만 호소하는 언론까지 이 책에서 그려지는 출판계와 언론은  

문제투성이였는데 이런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하는 의미도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검거율 1위의 까칠한 여형사 유키히라는 그동안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하드보일드  

여형사의 전형이었다. 쓸데없이(?) 미모인데다 남자 앞에서 알몸 보이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무신경인 유키히라에겐 나름의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녀의 쿨한(?) 모습 뒤에 숨겨진 상처를  

생각해보면 그녀가 일에만 올인해서 살아가는 것도 다 고통을 잊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싶었다.  

암튼 그녀가 주인공인 다른 작품도 있는 것 같으니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된 부분은 역시 멋진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지망생들의 

강력한 욕망이었다.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느니 공정하지 않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작품에 대한 갈망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잘못 빗나가면 이 책에서처럼 정말 리얼한 실제 범죄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정말 극단적인 그런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은 재미있는 미스터리 작품의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도 바로 그런 생동감 넘치는 공정한 작품을 쓰겠다는 작가의 노력의 발로가 아닌가  

싶은데 그 덕분에 미스터리 마니아들은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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