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9권은 이릉대전으로 시작한다. 관우의 복수를 위해 오를 치는 유비. 초반 기세는 매섭다. 계속 승리를 거두며 진격해나간다. 이에 손권은 육손을 대도독으로 임명하고 유비를 막게 한다. 군을 총괄하는 육손은 장수들에게 각 처를 굳게 지키라 할 뿐 싸움에 나서려하지 않는다. 손환이 유비군에 의해 성에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지원군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환이 알아서 지킬 것이며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판단이다. 장수들은 새파랗게 어린 육손이 대장인 것도 불만인데 그 명령도 불만이다. 적에 맞서 싸우고 싶은데 지키라고만 하다니. 


 요즘 드는 생각인데 명장은 다들 수성의 달인이다. 이기는 싸움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확실한 기회가 오면 총력을 다하지만 불리하거나 기회가 보이지 않으면 그저 지킬 뿐이다. 하지만 이런 명장의 마음을 모두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부하 장수들은 싸우지 않는 모습이 답답하고 군주는 혹시 딴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간계를 펼쳐서 그 장수를 교체할 수 있다면 적군으로서는 최고의 기회다.


 장평대전에서 염파는 백기의 공세에 오직 수비만 할 뿐이었다. 백기는 자신의 조정에 염파를 끌어내려달라 요청한다. 진나라는 뇌물을 써서 조나라 신하들을 매수한다. 왕이 염파에 대해 의심을 사게끔 한다. 이에 왕은 염파를 조괄장군으로 교체한다. 조괄의 아버지는 명장이었다. 하지만 그 아들은 경험이 부족한 기대주일 뿐이었다. 조괄의 어머니는 아들을 대장군으로 임명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지만 이미 날아간 화살이었다. 조괄은 결국 얼마 안가 대패하게 되고 40만 명의 조나라 군사는 항복하지만 백기에 의해 생매장 당한다.


 조나라 이목도 마찬가지다. 진나라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이간계에 의해 오히려 역적으로 내몰려 참수 당한다. 이후 조나라는 진나라에 의해 멸망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도 같은 운명을 겪은 바 있다. 해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둬 일본군은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순신과 싸우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 탓이다. 이순신이 섣불리 싸우지 못하고 있자 선조와 원균이 트롤짓을 시전한다. 이순신이 싸우지 않자 왕명을 어겼다는 구실로 장군직을 박탈하고 감옥에 가둔다. 원균이 이순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일본군을 치러 갔다가 한 번에 전멸한다. 


 이런 예들은 역사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손권은 육손을 믿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래는 육손이 손권에게 며칠 안으로 촉을 깨뜨릴 수 있으리라는 글을 올린 후 손권의 반응이다.


 "강동에 이렇듯 뛰어난 인재가 있으니 내가 걱정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다른 장수들이 모두 글을 올려 육손이 겁많음을 일러바쳤으나 나는 믿지 않았는데, 이제 그의 글을 보니 실로 그는 겁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p20


 손권이 트롤짓 좀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유비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오나라와 위나라의 전투 중 손소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지언정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게 참으로 호기롭다. 죽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데 역시 젊음의 혈기란 무섭다.


 "내가 말한 것은 다만 군사를 이끌고 가서 조비를 쳐부수자는 것 뿐이었소. 나는 잘못이 없으니 여기서 죽을지언정 당신의 생각은 따를 수가 없소이다!" -p93  


 

 공명은 하후무를 속이기 위해 가짜로 피난 가는 백성들까지 만들어냈다. 이정도면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다. 



 공명은 연의에서 말로만 사람을 죽인다. 무시무시하다. 아래는 위나라의 왕랑에게 하는 말이다. 오늘날 공명이 랩퍼였으면 어떤 디스랩을 들려줬을지 궁금하다. 


 "(중략)이 머리터럭 흰 하찮은 것, 수염 푸른 늙은 역적아! 너는 오늘이라도 죽어 구천으로 들게 되면 무슨 낯짝으로 스물네 분 천자를 뵙겠느냐? 늙은 역적은 어서 물러가고, 천자를 내친 못된 신하 놈이나 소리쳐 불러내 나와 승부를 결판짓게 하라!"

 

 그 말을 듣자 왕랑은 분함과 부끄러움이 가득 차 올라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문득 한 소리 알아듣지도 못할 고함과 함께 말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 -p296 

 

 다시 읽어보니 죽을 정도로 독한 거 같진 않다.



 어느덧 9권을 다 읽고 10권을 읽고 있다. 삼국지에 푹 빠졌다가 서서히 나오고 있는 느낌이다. <정사 삼국지> 샀는데, 이를 어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4-09-24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중모는 역시 수성의 군주였습니다.

적벽대전에서도 화전 대신 결전을
그리고 촉나라의 침공에서도 풋내기
장수 육손을 대도독으로 삼아 결국
유비 군단을 격파하는데 성공했죠.

유비는 본진 사수를 위해 공명을 성도
에 두고 관우-장비 복수전에 임했지만
참모를 데리고 출전했어야 하지 않았
나 싶습니다.
공명이 있었다면, 오군의 화공에 대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선조와 원균의 트롤러 플레이는 정말-
칠천량 전투에서 이순신이 애써 기른
수군을 전멸시켜 버렸죠. 전쟁에서
반간계가 가장 무섭지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9:12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유비 죽기 전에 공명은 밥 짓는 거 말고 하는 게 먼가 싶네요ㅠ 법정은 병으로 죽었나요? 법정이 없어서 아쉽네요.

네 역사를 보면 진짜 반간계가 제일 무섭더라고요. 트롤,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서운 거 같습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젊음이라는 무방비함에는 제 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젊음이란 너무나도 상처 입기 쉬운 것이죠. 너무나도 무자비하고 너무나도 자신감에 차 있어요. 아주 관대한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p62

 


 이 소설이 더욱 좋은 점 중 하나는 젊음에 대한 부분이다. 푸아로가 만나 늙은 변호사는 엘사 그리어를 줄리엣에 빗댄다. 

  

 "줄리엣은 사랑을 젊음과 동일시하고 있어요. 조심성도 없고 망설임도, 여자다운 정숙함도 없지요. 사랑은 용기이고 집념이며 무자비한 젊음의 혈기에요. 셰익스피어는 젊음이 무엇인지 잘 알았던 겁니다. 줄리엣은 로미오를 선택하고,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로잡습니다. 이 젊은이들에게는 의심도 두려움도 자존심도 없었던 겁니다." -p62

 

 엘사 그리어는 젊고 사랑스러운 데다 부자였다. 유부남인 중년의 화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도덕적인 관념이 들어설 곳은 없었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원하는 걸 손에 넣어야 했다.


 

 되돌아보면 젊음은 얼마나 상처 입기 쉽고 상처 입히기 쉬운가. 얼마나 무자비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가. 셰익스피어와 애거사 크리스티는 젊음을 잘 알았던 거 같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엘사 그리어를 통해 젊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점 7.1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에드 해리스, 메리 엘리자베스 매스트란토니오, 마이클 빈

 장르 SF, 모험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OTT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못 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 있는 걸 발견하고 보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아쉬웠던 영화.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좀 루즈한 감이 있었다. 2시간 20분인데 길게 느껴졌다. 피곤했던 영향도 있는 거 같다. 에전에는 영화보다 중간에 쉬거나 영화보면서 조는 걸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영화를 보다가 종종 쉬게 된다. 아직까지 졸진 않는다. 졸 바에는 자면되기 때문. 


 제임스 카메론의 초기 작품이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초기라 그런지 배우들과 불화가 상당했다고 한다. 수중 연기가 고생이 많기도 하고 남주인공 해리스는 심지어 의식을 잃었다가 응급조치를 받아 겨우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뒤 카메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고 하니. 카메론도 항의는 못하고 가만히 있고 해리스는 한동안 욕을 퍼붓고... 여주인공 메리도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고 카메론 감독에게 쌍욕을 시전했고...


 스티븐 스필버그도 <죠스> 때 배우, 스텝들과 불화가 상당했다고 한다. 완벽주의 성향의 감독이 경험이 부족하고 고집과 혈기가 넘치던 때에는 이렇게 부딪힐 수 밖에 없나 보다. 


 카메론 감독은 물을 참 좋아하나보다. <타이타닉>도 그렇고. <아바타: 물의 길>도 그렇고.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찍었나 싶었다. 수중 촬영이 많았고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의 경험이 후에 영화를 찍을 때 많은 도움이 됐겠다 싶었다. 


 영화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망작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alstaff 2024-09-23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면.... 플라스틱 소재의 외계인 비행선이 ㅋㅋㅋ 90년대 초에 봤는데 느므느므 촌스러워서 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2:40   좋아요 1 | URL
확실히 예전 특수효과를 보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ㅎㅎ 예전에 봤을 때는 웅장한 장면이었는데 지금보면ㅠㅋ
 
삼국지 제9권 - 출사표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점은 3.5점을 주고 싶은데 알라딘 평균을 고려해서 3점을 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삼국지 재미가 떨어진다. 9권은 지금까지 삼국지 중에 가장 재미가 떨어졌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가 죽으니 확실히 재미가 확 떨어진다. 초반부터 함께 해왔던 인물들이 사라지니 누구에게 마음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9권의 주인공은 제갈량인데 왠지 제갈량에게 마음이 안간다. 계속 침착맨의 말이 떠오른다. '제갈량의 똥꼬쇼'


 제갈량은 유비의 유지를 이어받아 북벌을 단행한다. 북벌 전 그 유명한 출사표를 유선에게 올린다. 출사표는 참 명문이다. 북벌 전 남쪽을 안정화시키려고 남만 정벌에 나선다. 맹획을 일곱번 사로 잡고 일곱번 놓아준다. 칠종칠금이다. 이 부분이 좀 지루했다. 맹획이 중요 인물도 아닌데 좀 질질 끄는 느낌이다. 제갈량을 띄워주려는 건 알겠는데 아무튼 좀 지루했다. 


 재미가 떨어지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이문열이다. 자꾸 중간중간에 끼어들어서 제갈량 등 촉의 인물들을 까기 바쁘다. 점점 노골적으로 자신은 조조를 좋아하고 유비는 싫어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아니 번역이나 잘할 것이지 소설의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중립적으로 이야기하면 또 모르겠는데 자꾸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그 생각이 공감이 가거나 설득력이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으니깐 자꾸 나올 때마다 짜증이 난다. 


 이문열의 모습을 보면서 나또한 반성하게 된다. 독서모임하면서 유비를 두둔하려고 정사 이야기를 많이 끌어왔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싫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독서모임이랑 번역은 좀 다른 거 같다. 정사 이야기를 하는 건 괜찮은데 너무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거 같아서 싫다. 역시 강요는 하지 말아야겠다. 


 점점 제갈량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연의에서 너무 제갈량을 버프시켜줘서 그렇지 실제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정치, 내정은 잘 했지만 군략가, 군지휘관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일단 1차 북벌에서 위연의 제안을 거절한 게 조금 아쉽다. 위험한 수이긴 했지만 약간 투자를 해서 적의 허점을 찔러보는 것도 좋았을 거 같은데. 뭐 이건 그렇다 쳐도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마속이다. 가정 수비는 1차 북벌에서 가장 중요한 수 였다. 위연이나 조운 등 마속보다 뛰어난 장수들이 있었을텐데 제갈량의 마속에 대한 신뢰가 너무 컸다. 마속은 최고 지휘관 보다 참모 역할이 더 맞았을 거 같다. 통솔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거 같다. 경험이 부족했다. 이론과 실제의 갭을 아직 몰랐던 게 아닐까? 


 어쨌든 마속의 등산은 부관인 왕평도 재차 만류했고, 연의 기준으로 장합, 사마의도 비웃었을 정도이고 결국 책임을 지고 목이 베였으니 명백히 잘못인듯 보인다. 유비가 죽기 전 마속을 너무 중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역시 유비의 사람 보는 눈이 제갈량보다 한 수 위였나 싶기도 하다. 


 유튜뷰에서 가정의 모습을 봤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삼국지 당시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생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우선 길목이 그렇게 좁지 않았다. 제법 넓었다. 그리고 산이 그리 높지 않았다. 길목만 지키면 안될 것처럼 보였다. 충분히 길목을 무시하고 적이 산을 넘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결국 산과 길목을 다 지켰었야 될 거 같은데...... 어쨌든 가장 큰 맹점은 마속이 물길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적에게 물길이 막혀서 병사들이 건조한 날씨에 몇 일 물도 못 먹고 물이 없으니 밥도 못 먹고 하니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적 입장에서는 스스로 물도 없는 산에 고립되어 있으니 포위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거였다. 연의에서는 마속이 배수의 진 느낌으로 병사들이 물이 없어 고립되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수의 진은 유명해서 그렇지 사실은 하책이다. 배수의 진까지 안가게 하는 게 장수의 역할이고 배수의 진은 어쩔 수 없을 때 최악의 발악같은 거다. 처음부터 최악의 발악을 준비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그 최악의 발악도 생각처럼 안됐다. 병사들이 죽기살기로 싸워 적의 포위를 뚫고 산을 내려가야 되는데 연의에서 그게 안된 걸로 나온다. 병사들의 사기를 끓어올리고 돌파구를 뚫는 건 장수의 역할이다. 함께 최전선에서 싸워서 활로를 뚫어야 하는데 마속은 그런 류의 장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뒤에서 "진군하라, 진군, 후퇴하지 마라." 해봤자 병사들이 말을 잘 안들었을 것이다. 후퇴하는 병사들의 목을 베어서라도 진군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또 그렇지도 못한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죽고 내가 싫어하는 인물들은 많이 남아있으니 소설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제갈량의 북벌도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고 제갈량의 실책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니 긴장감도 없고 아쉽지도 않다. 거기에 이문열까지 깐죽거리니깐 더 정이 떨어진다. 


 그래도 10권까지 읽지 않을 순 없다. 만약 다음에 삼국지를 읽게 된다면 이문열 번역은 패스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4-09-23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도 이문열은 양심껏 이게 직역이 아니라 평역, 역자가 나름대로 원작을 왜곡해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고 털어놨습니다. 오래 전 작품의 다양한 버전을 어떻게 해석해 번역해야 하는지, 이건 중요한 고민거리일 것이겠지요. 대부분의 중국 고전, 예컨데 <수호전>이나 <서유기> 같은 것들도 대부분 ‘평역‘이라 역자가 미신 수준인 원전을 나름대로 때로는 많이 왜곡해 쓰고 있기도 합니다. 솔 출판사였던가 <봉신연의>도 정말 중국 고전인데 그건 직역입니다. 근데 직역을 읽어도 나름대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문지에서 낸 <서유기>도 그렇고요. 다 일장일단이 있더라고요.
저는 직역본은 중딩 때 한 번, 고딩 때 다시 한 번, 월탄 박종화 선생의 번역으로 읽었는데요, 아쉽게도 촉한 시절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네요. 그만큼 이야기 자체가 초중반에 비해 드라마틱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제갈량의 가장 아쉬운 실책은 그렇지 않아도 인재가 부족했던 촉한에서 마속을 죽인 거라고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9권이면 출사표가 대빵입니다. 고딩 시절에 한문 선생께서 출사표 외워 쓰지 못하면 종아리 깨나 두드려 팼었습니다. 그땐 그랬는데.... ㅎㅎㅎ 10권에서는 드디어 강유가 나와서 제갈량 대신에 고군분투 하겠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3:01   좋아요 1 | URL
10권의 내용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해서 그래도 재밌게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마속을 죽인 거는 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소탐대실할 수는 없으니까요. 역사서들을 보면 마속이 ‘절도‘를 어겼다고 하더라고요. 명령을 어긴 것 또 그로 인해 대패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말씀대로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많이 아쉽긴 합니다.

말씀대로 평역이 문제가 아니라 이문열하고 저랑 사상이 안맞아서 그런 거 같네요ㅎㅎㅎ

레삭매냐 2024-09-2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평전이라고 하지만 이문열의 개입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촉은 서천에 있어도 내분으로 멸망, 그리고
또 위나라 정벌에 나서도 멸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명에게는 선주의 유명을 받들어 중원 정
벌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그런 숙명이 아니
었을까요.

남만정벌은 위나라와의 결전을 앞둔 상태
에서 후방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마치 1636년 산해관 공략
을 앞둔 홍타이지의 조선 공략과 유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위연의 장안일격론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설사 장안을 촉이 점령한다고 하더
라도 중원의 태반을 장악한 위나라가 배럭
에서 뽑아내는 위나라의 물량 공세를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유관장 삼형제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들은
사족이 아니었나 싶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9-24 12:45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말씀해주신 부분 전부 동의합니다^^!

평역이라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ㅠ 공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어차피 망할 바에 마지막 최선을 다해보자는.

남만정벌 잘한 거긴 한데 좀 지루했어요ㅎ...

장안일격은 제갈량 성격상 너무 위험한 전략인 거 같습니다.

유관장이 없으니 흥미가 대폭 떨어지네요. 그래도 10권은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 구도로 9권 보다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을 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찾는다.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란 칭호가 잘 어울린다. 


 그녀는 20세기 초 작가로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인지도가 있는 거 같진 않다. 셜록홈즈는 알아도 에르퀼 푸아로, 제인 마플을 아는 분들은 적을 거 같다.


 그녀의 작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추리 소설의 장르에 속하긴 하지만 높은 문학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단순히 범인을 추리하고 범인의 트릭을 해결하는 류와는 다른 맛이 있다. 탐정 에르퀼 푸아로는 세세한 증거들 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에 더욱 중점을 둔다.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추리 외적인 요소도 좋지만 역시 백미는 탐정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다. 소설에는 다섯 명의 용의자가 나온다. 전부 약간씩 의심스럽지만 나는 특히 한 명이 의심스러웠다. 마지막에 결론이 드러나면서 내가 의심한 인물이 범임인 거 같아서 우쭐했다. 조금 뻔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 걸.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완전히 속았다. 추리 소설에서는 속아도 기분이 좋다. 저자가 나를 잘 속일 수록 그리고 그 속임수가 억지가 아닐수록 재밌다. 저자는 교묘하게 독자를 속였다. 아마 탐정 푸아로의 주장은 용의자에게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부족할지 모른다. 확실한 물증은 없고 정황증거와 심증, 그리고 약간의 상상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고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의 무죄를 입증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애초에 푸아로가 변호사였다면 캐롤라인이 무죄를 선고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사건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어느날 칼라라는 젊은 여인이 푸아로를 찾아온다. 16년 전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어머니의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는 의뢰다. 푸아로는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그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5명의 인물을 만나보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모두가 유죄라 믿고 있는 어머니는 과연 무죄일까?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치정살인사건이라 더 흥미로웠다. 



 훌륭한 작품이다. 아직 읽지 않은 크리스티의 소설 2편을 소장하고 있다. 든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