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이 굴드를 만나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와 견해차이로 논쟁을 벌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를 알게되었습니다. 한 번 봐야지 봐야지하며 미루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빌리려다 옆에 이 책이 있어서 큰 맘 먹고 꺼내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리는 저자답게 읽기에 불편함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1980년도에 출간된 책입니다. 상당히 오래된 책이라서 해묵은 지식들이 담겨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 덕분에 책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 사이의 흥미로운 논쟁을 정리한 책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입니다. 둘의 견해 차이를 더욱 자세히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다윈의 자연 선택에 대해 아주 잘 정리된 글이라서 소개해보겠습니다.


 다윈은 자신이 생각했던 자연 선택의 매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과정으로 정리했다.

 첫째, 자연계에서는 기하급수적 증가의 원리에 따라 항상 생존 가능한 개체수보다 더 많은 개체가 탄생한다. 둘째, 대부분의 자연 개체군에는 변이가 존재하며 변이 중에서 어떤 것은 유전된다. 셋째, 개체들 사이에서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각 생물들은 서로서로 경쟁하게 된다. 넷째, 이러한 생존을 위한 경쟁이 약간이라도 이로운 특성을 계속 누적시켜 새로운 종이 생겨나도록 작용한다. -p404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17년 혹은 13년 동안 살다가 여름이 되면 한꺼번에 땅위로 올라와서 잠시 살다갑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생존방식을 택한 걸까요? 전에 어떤 책에서 매미는 13년 혹은 17년의 생존주기는 있어도 12, 14, 15. 16년이나 18년은 없다고 굉장히 신기하다고 했던 글을 읽었었습니다. 그 저자는 아마도 이 책 <다윈 이후>를 읽지 않았나 봅니다. 가설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매미의 생존방식과 생존주기에 관한 멋진 가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매미의 생존방식을 '포식자 포만' 전략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에 홍수처럼 쏟아져나와서 포식자들이 미처 다 먹어치우지 못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도 만약 한 끼 식사에 몇 십, 몇 백, 몇 천인분이 나오면 아무리 많이 먹는 푸드 파이터라도 대부분은 먹지 못하고 남기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전략을 포식자 포만 전략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생존주기에 관한 가설입니다. 본문을 인용하겠습니다.


 매미의 주기에는 13과 17년은 있어도 12, 14, 15, 16년이나 18년은 없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3과 17은 공통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 둘은 어떤 포식자의 수명보다도 길면서 동시에 소수(1과 자기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이다. 다수의 잠재적인 포식자들은 2년에서 5년까지의 생활 주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주기 매미의 출현을 고려해 그와 같은 생활 주기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그들의 절정기는 매미가 출현하지 않는 해인 경우가 많다.) 매미의 주기와 그들의 주기가 일치하는 시기에는 매미를 열심히 먹어 치울 것이 분명하다. 생활 주기가 5년인 포식 동물을 예로 생각해 보자. 매미들이 15년마다 나타난다면 번번이 포식 동물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매미는 큰 숫자의 소수를 주기로 택해 주기가 일치할 가능성을 극소화 한다. 13과 17년 주기는 그보다 작은 숫자로는 따라 잡히지 않는다. -p140  


 의문점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멋진 가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 제목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처럼 매미의 생존 주기는 가슴 뛰는 현실입니다.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주기를 큰 소수로 선택했습니다. 물론 매미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자연이 그렇게 선택한 것입니다. 자연선택, 진화, 너무나 멋집니다!


 이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과학과 진화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과 과학과의 관계에 대해서, 과거에 엉터리 이론들에 대해서도 재조명해줍니다. 도킨스와 다른 점은 도킨스는 엉터리 이론들에 대해 맹렬히 공격하고 조롱하는 타입이라면 스티븐 제이 굴드는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이 왜 엉터리 이론을 전개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조롱할 때도 있지만 엉터리 이론도 그 당시에는 합리적인 이론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도킨스보다 훨씬 포용적이고 부드러운 어투과 글이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과학 책입니다. 앞으로 스티븐 제이 굴드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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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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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저도 덩달아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시중에 출간된 인공지능 관련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판매지수가 높아서 구매해보았습니다. 인공지능에 자체에 대해 깊게 다루진 않았지만, 인공지능을 둘러싼 부와 노동, 미래에 대해 다룬 책이라 대중들의 관심에 부합했나봅니다. 그리고 책 내용과 저자의 글도 아주 흥미롭고 재밌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네 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두 곳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기업가입니다. 현재는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로 학생들에게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의 영향, 윤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마존 CEO와 친구 사이이며 큰 부자입니다. 큰 부자이긴 하지만 그는 상위 1% 안에 속하는 부자는 아닙니다. 그가 이야기해주는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앞으로의 부는 더욱 상위 1%에게 집중될 것이라고요. 


 과거 이집트 피라미드는 노예들이 건축한 건축물이 아니었습니다. 상위 1%의 부자에 속하는 왕이 자신의 무덤을 만들려고 고용한 일꾼들이 만든 건축물이었습니다. 미래에는 어쩌면 우리들은 (기계들에 대체되어) 모두 직장을 잃고 상위 1%들이 원하는 예술 건축물이나 그들의 기호에 맞는 일을 하는 노동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의 편중은 인공지능에 관련된 사업을 하는 부자들에게 집중될 것입니다. 만약 부의 재분배가 이뤄진다면 유토피아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든 일은 기계들이 도맡아 하고 그로 인해 얻는 시간과 성과물들은 인류가 고르게 분배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디스토피아가 도래할지 유토피아가 도래할지를 결정짓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저는 심정적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 같습니다. 마치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같은 세계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븐 호킹, 앨런 머스크, 빌게이츠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인류멸망의 가능성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호킹교수는 "인공지능은 일단 인간의 지능을 넘으면 스스로 더 나은 지능을 설계하게 되리라 예측된다. 그것도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라고 말하며 "100년 안에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종속당하고, 결국 멸망에 이를 것" 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앨런 머스크도 "인공 지능은 인류 생존의 가장 큰 위협이다." 라고 말하며 인공지능의 개발을 '악마를 소환하는 행위' 에 비유했습니다. 빌게이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초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우려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기계들이 우리를 위해 여러 일을 하고 초지능을 갖게 되진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상태를 잘 관리한다면 틀림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몇 십년 후의 (인공)지능은 우려스럽다. 나는 이러한 점에서 어떤 사람들은 왜 (인공지능에 대해)더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이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레이 커즈와일 구글 이사가 쓴 책, <특이점이 온다>에 따르면, 인류 전체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지는 시점이 특이점이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 인공지능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고, 다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드는 행위가 반복되면 인공지능의 발달은 점차 가속화되고 수직상승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더이상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때문에 많은 유명인사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하는 것입니다.


 잠시 옆길로 샜습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하고, 현재 우리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미래에 인공지능이 초래할 부와 노동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아주 재밌습니다. 읽어보시면서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보고 인공지능이 초래할 미래를 그려보고 그 문제점들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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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5 Vol.3 스켑틱 SKEPTIC 3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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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이란 합리주의적 회의주의를 말합니다. 어떤 사실이든 근거를 확인하고 근거가 불충분하면 의심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데카르트의 근대적 합리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스켑틱 협회는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 명 이상의 회원이 소속되어 있다고 합니다. 현 시대의 과학 지성이 한 자리에 모인 협회입니다. 스켑틱 협회에서 발행한 과학 잡지가 <스켑틱> 이며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고마운 잡지입니다. 구독하고 싶은 과학잡지입니다.

 올해 3월 세기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알파고 vs 이세돌, 이세돌 vs 알파고, 훗날 인공지능의 역사에 기록될 한 장입니다. 알파고의 승리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미 1900 년대 후반에 체스 챔피언이 컴퓨터에 패했지만, 바둑은 그 경우의 수가 체스보다 훨씬 많아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딥 러닝이라는 새로운 인공지능이 개발되었고,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이세돌은 패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 생겨서 인공지능 관련책을 3권 정도 사서 보았습니다. <스켑틱 3>는 그 중 하나였습니다. <스켑틱 3>는 인공지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인터뷰도 있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연히도 제가 본 영화, 제가 본 책들이 많이 다루어져 있어서 쉽게 읽었습니다. 책은 <마음의 미래>, <마시멜로 테스트>, 영화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이미테이션 게임> 이 다뤄졌습니다.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 영화들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인공지능으로 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 그리 깊지 않고 비중이 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제의 내용들이 흥미롭고 알차기 때문에 보기에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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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3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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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벌써 두번째로 MID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감사하고 또 즐겁다. 첫번째 책은 <사소한 것들의 과학> 이었다. 올해 읽은 최고의 과학책 중에 하나였다. 우리 주위에 익숙한 물질에 대해 다룬 과학책이었는데, 놀랄만큼 저자의 문장과 표현이 좋았다. 두번째 책은 EBS 다큐프라임에서 기획한 <경계> 이다. <경계>는 진화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앞선 작품으로 <멸종>, <짝짓기>가 있다. 이 두 권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다.


 별점은 4.5점을 주고 싶었지만, 반올림해서 5개를 주었다. 초반에는 식물들 이야기라 다소 지루했지만, 동물들이 나오면서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책이다. 인류에 대해 다룬 마지막 장과 맺음말이 특히 좋았다. 


 이 책은 생물의 진화에 대해 다룬다. 경계에서 이뤄진 진화에 대해 다룬다. 첫번째 경계는 바다와 육지였다. 생물들은 바다에서 처음 생겨났고, 바다에서 생태계를 형성했다. 점점 바닷속 생태계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쟁에서 밀린 생물들은 점차 강과 해안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더욱 밀려 육지까지 오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바다와 육지를 오갔지만, 점차 육지 생활에 적응한 생물들이 진화했다. 첫번째 경계가 뚫렸다. 바다에서 육지로 생태계가 확장되었다. 먼저 식물들이 육지로 올라갔고, 동물들이 뒤따라 올라갔다. 

 두번째 경계는 하늘이었다. 육지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자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계를 개척한 동물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곤충이 하늘을 날았다. 다음으로 익룡이 새가 박쥐가 뒤따라 날아올랐다. 박쥐는 새들에 밀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게 되었다. 후발주자의 아픔이다. 

 세번째 경계는 흙 속이었다. 땅 속으로 도망쳐간 동물들이 있었다. 지렁이, 무족영원, 뱀, 두더지가 포식자들을 피해 흙 속으로 들어갔다. 뱀은 흙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서 땅 밖으로 나왔다. 강력한 독과 유연한 움직임으로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마지막으로 경계를 탈출한 것은 인류였다. 숲이 초원으로 변하자 더이상 포식자를 피해 나무로 도망칠 수 없었다. 초원생활에 잘 적응한 인류의 선조들은 살아남고, 나머지는 죽었다. 점점 초원에서 뛰는 것이 익숙해졌다. 네발로 뛰는 것보다 두발로 뛰는 것이 빨랐다. 직립하게 되고 이족보행을 하게 되었다. 엄청난 한 걸음이었다. 


 초반부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라 다소 지루했다. 역시 식물보다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대부분의 동식물들의 진화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선조들의 모습과 진화의 과정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현재 생물들이 모두 한때 패배자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태계 내에서 경쟁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 최상위 포식자였던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멸종의 운명을 맞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승자는 멸종하고 패자는 자신의 모습을 탈바꿈하여 살아남았다. 승자는 자신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나 패자는 살기위해선 변해야 했다. "위기는 기화다." 라는 진부한 격언이 떠오른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교훈이 될 수 있다. 현재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명백히 인간이다. 인간은 현재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른 종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페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먼 미래(대략 몇 천만년 후)에 생물학자들은(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 시기를 사피엔스기 대멸종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인간은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같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오면 인류는 멸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류의 빈자리는 다른 생명종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과학도서였다. 대부분의 생물종과 각종 경계에서 벌어진 진화의 현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장점은 그림이 많았다는 점이다.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부분은 '좀 더 보충 설명이 있으면 좋을텐데', '이부분은 좀 더 궁금한데' 하는 부분들이 몇몇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자세히 다뤘다면 책 분량도 늘어나고 전체적인 흐름도 깨지고, 그리고 난이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 부분은 다른 책을 통해서 보충해야할 부분이다. 즐거운 독서였고 다른 시리즈 <멸종>과 <짝짓기>가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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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궁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9월 초이지만 <희망의 이유>를 읽고 난 후 이 책이 저에게 이달의 책이 될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희망의 이유>는 제인 구달의 자전적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과거 MBC 느낌표 선정도서였습니다. 과거에 MBC 느낌표! 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0교시가 없는 학교' 라던지, '책을 읽읍시다' 라던지 좋은 코너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선정하셨다니 뒤늦었지만 칭찬하고 싶습니다.

 <희망의 이유>는 현재 알라딘 평점 9.8점에 세일즈포인트 1639 입니다. 평점은 10점 만점이 되어야하며 세일즈포인트는 16만포인트는 되어야합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모두가 함께 읽고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합니다. 

 글을 잘 쓰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스모스>의 칼세이건,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미치오 가쿠씨도 대중적인 과학서를 잘 씁니다. 저자마다 모두 각각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제인 구달의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제가 읽은 다른 모든 과학책을 합한만큼요.(과장을 조금 보태서요;) <코스모스>도 한 편의 문학작품처럼 글이 굉장히 좋습니다. 따뜻한 과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인 구달의 이 책은 (거의) 문학입니다. 따뜻함을 넘어서 뜨겁습니다. 때론 포근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글도 좋습니다. 명료하고 시원하고 유머와 풍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차갑습니다. 때론 독설과 비야냥을 섞어서 말합니다. 제인 구달은 결코 남을 비난하거나 독설을 할 수 없는 분입니다. 동물들이 학대 받는 실험실에 찾아가서도 결코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습니다. 침착하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제인 구달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전적 이야기가 듬뿍 담긴 책입니다. 그녀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솔직한 글입니다. 제인 구달 선생님은 유신론자입니다. 그녀에겐 신앙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신앙이 없습니다. 신앙이 있는 것이 특이한 경우입니다. 칼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모두 무신론자였습니다. 특히 도킨스는 유신론을 맹렬히 공격합니다. 저도 리처드 도킨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그리고 제가 신앙이 없어서 그런지 유신론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현 교황이나 달라이 라마같은 신앙인, 그리고 부처, 예수를 무척이나 존경합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신앙인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음, 굳이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어리석은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겠군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어리석음이란 지적인 어리석음이 아닌 인격적 어리석음입니다. 


 제인 구달의 신앙을 이 책을 통해 보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인류가 제인 구달과 같은 형태의 신앙을 가진다면 어떨까? 우리 인류의 다음단계는 과학으로 대체된 무신앙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신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이 과학과 지성과 함께할 수 있음을 제인 구달은 보여줬습니다. 인류에 대한 회의와 의심, 절망을 극복한 사랑과 희망을 보여주고 몸쏘 실천했습니다. 이런 신앙이라면 백 번 천 번 만 번 환영합니다. 


 진화론과 신앙심은 서로 상충되지 않습니다. 일부 종교 원리주의자들이 문제입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모든 원리주의자들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회의하는 정신, 비판적인 사고가 없이 단순하고 극단적인 믿음뿐인 신앙인들은 다른 신앙인들과 신앙을 욕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인 구달 선생님의 말씀을 이 책을 통해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삶을 느껴보시고 그녀의 생각과 감정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인 구달을 통해 신의 목소리, 자연의 목소리, 지구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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