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3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벌써 두번째로 MID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감사하고 또 즐겁다. 첫번째 책은 <사소한 것들의 과학> 이었다. 올해 읽은 최고의 과학책 중에 하나였다. 우리 주위에 익숙한 물질에 대해 다룬 과학책이었는데, 놀랄만큼 저자의 문장과 표현이 좋았다. 두번째 책은 EBS 다큐프라임에서 기획한 <경계> 이다. <경계>는 진화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앞선 작품으로 <멸종>, <짝짓기>가 있다. 이 두 권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다.


 별점은 4.5점을 주고 싶었지만, 반올림해서 5개를 주었다. 초반에는 식물들 이야기라 다소 지루했지만, 동물들이 나오면서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책이다. 인류에 대해 다룬 마지막 장과 맺음말이 특히 좋았다. 


 이 책은 생물의 진화에 대해 다룬다. 경계에서 이뤄진 진화에 대해 다룬다. 첫번째 경계는 바다와 육지였다. 생물들은 바다에서 처음 생겨났고, 바다에서 생태계를 형성했다. 점점 바닷속 생태계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쟁에서 밀린 생물들은 점차 강과 해안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더욱 밀려 육지까지 오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바다와 육지를 오갔지만, 점차 육지 생활에 적응한 생물들이 진화했다. 첫번째 경계가 뚫렸다. 바다에서 육지로 생태계가 확장되었다. 먼저 식물들이 육지로 올라갔고, 동물들이 뒤따라 올라갔다. 

 두번째 경계는 하늘이었다. 육지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자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계를 개척한 동물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곤충이 하늘을 날았다. 다음으로 익룡이 새가 박쥐가 뒤따라 날아올랐다. 박쥐는 새들에 밀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게 되었다. 후발주자의 아픔이다. 

 세번째 경계는 흙 속이었다. 땅 속으로 도망쳐간 동물들이 있었다. 지렁이, 무족영원, 뱀, 두더지가 포식자들을 피해 흙 속으로 들어갔다. 뱀은 흙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서 땅 밖으로 나왔다. 강력한 독과 유연한 움직임으로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마지막으로 경계를 탈출한 것은 인류였다. 숲이 초원으로 변하자 더이상 포식자를 피해 나무로 도망칠 수 없었다. 초원생활에 잘 적응한 인류의 선조들은 살아남고, 나머지는 죽었다. 점점 초원에서 뛰는 것이 익숙해졌다. 네발로 뛰는 것보다 두발로 뛰는 것이 빨랐다. 직립하게 되고 이족보행을 하게 되었다. 엄청난 한 걸음이었다. 


 초반부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라 다소 지루했다. 역시 식물보다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대부분의 동식물들의 진화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선조들의 모습과 진화의 과정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현재 생물들이 모두 한때 패배자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태계 내에서 경쟁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 최상위 포식자였던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멸종의 운명을 맞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승자는 멸종하고 패자는 자신의 모습을 탈바꿈하여 살아남았다. 승자는 자신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나 패자는 살기위해선 변해야 했다. "위기는 기화다." 라는 진부한 격언이 떠오른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교훈이 될 수 있다. 현재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명백히 인간이다. 인간은 현재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른 종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페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먼 미래(대략 몇 천만년 후)에 생물학자들은(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 시기를 사피엔스기 대멸종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인간은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같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오면 인류는 멸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류의 빈자리는 다른 생명종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과학도서였다. 대부분의 생물종과 각종 경계에서 벌어진 진화의 현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장점은 그림이 많았다는 점이다.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부분은 '좀 더 보충 설명이 있으면 좋을텐데', '이부분은 좀 더 궁금한데' 하는 부분들이 몇몇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자세히 다뤘다면 책 분량도 늘어나고 전체적인 흐름도 깨지고, 그리고 난이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 부분은 다른 책을 통해서 보충해야할 부분이다. 즐거운 독서였고 다른 시리즈 <멸종>과 <짝짓기>가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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